단편선

화양연화(전정국)

화양연화 (전정국)
#생일카드





















일곱 살이 되던 겨울,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문을 열려다가 멈추었다


아직은 어렸지만,

문 안쪽애서 전해지는 분위기는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문 넘어로

아빠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세상이 무거워 감당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뒤이어 철로 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급히 계단을 올라가

다락방의 창 앞으로 달려갔다



아빠는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길 너머의 어떤 세상이 아빠를 천천히

천천히 섬키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끼이익'


불쑥 방문을 여는 소리에,

나는 얼른 발로 서랍을 밀어 닫았다



엄마였다



"생일카드는 오지 않을거야..
아빠는 원래 그런사람이야"
 


엄마 말이 맞았다


생일카드도 아빠도 이제 오지 않을 것이다



아빠가 무겁다고 내려놓은 세상이


나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낼 이유가 없는

이유조차 될 수 없는 아이





그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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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뚜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