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김남준)
#살아남아야한다
나는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살고있는지
다 잊은 좀비처럼
골목에 이르러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비되어 있던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열리면서
수 많은 장면들이 눈 앞으로 스쳐갔다
어머니의 지친얼굴
방황하는 동생
아버지의 병환
여기저기 전전하던 생활
적대감으로 가득 차서 나를 바라보는
개들의 눈빛
그만 좀 하라고, 나보고 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려다 멈추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나약하고 노쇠한 목소리
병원에서 돌아오던 밤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말
못 들은 척 지나쳤던,
생각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바로 그 말
'남준아, 가라 너라도 살아야지'

출처: 뚜아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