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민과 여주는 그런 사이였다. 딱히 오래 된 친구도 아니고 그저 독서실에서 만나 공부만 같이 하는 그런 친구사이.
둘 다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말 그대로 범생이었기에 같이 공부를 하면서 썸? 연애? 이런 건 찾아볼 수 없었어.
오히려 서로 다른 학교였기에 기출을 주고 받거나 전교 1, 2등의 그저 공부 관련 자료만 공유하는 사이 딱 이게 그 둘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제일 적합할 거 같아.
하지만 예외도 있었어. 전교권 범생이라고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법은 없었으니까.
먼저 사랑에 빠진 쪽은 여주였어. 처음 느끼는 그런 감정에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겠지. 처음엔 이게 무슨 감정일까 했지만 역시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얼마 안 가 정의를 내릴 수 있었을 거야. 아, 이게 사랑이구나. 나 이석민 좋아하네.
그 뒤로 여주는 생각에 빠졌어. 내가 어떻게 하다가 이석민을 좋아하게 된 거지? 애초에 이석과 내 사이엔 그런 연애 기류라던가 흔히 모두가 타는 루트인 썸의 기류도 없었는데.
아, 그래. 사랑에 빠질만 했네. 이내 무언가가 떠오른 듯 수긍하는 여주였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초승달처럼 웃는 눈으로 여주를 처다보며 하나하나 알려주는 건 기본에 불과했어. 자신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볼 때면 항상 손가락으로 팔을 살짝 찔러 웃어보이며 나 이거 가르쳐 줘- 라고 하지를 않나. 중간에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날 때면 가방에서 작은 초콜렛을 꺼내 먹으라며 주면서 우리 좀 이따가 김밥지옥이라도 가지 않을래?- 라고 하지를 않나.
이 모든게 그냥 평범한데? 이정도면 그냥 친구 사이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건데 설렌다고?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행동의 주체가 이석민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해야할까.
꿀같은 목소리. 사실 이 모든 그저 있을 수 있는 행동일지라도 그의 기본적인 눈웃음과 감히 생에 한 번 들어볼까 말까한 그런 목소리로 말하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뒤로 여주는 한동안 석민이와의 공부가 불편했어. 물론, 싫다는 게 아니라 그저 불편한 거였다고 하는 게 맞겠지. 자신이 예전에는 어떻게 이석민을 바라보고 어떻게 이석민을 대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을 거야.
아, 이대론 안 되겠어. 사랑도 사랑이지만 역시 모범생이었던 여주는 이대로는 더이상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생각에 석민을 피해보기로 해.
물론 일방적으로.
한동안 여주는 석민에게 한 마디의 언질도 없이 독서실 가는 시간을 바꾸고, 또 저 멀리서 석민이 보이면 피하기도 했어.
아- 이석민 보고 싶다. 물론 이렇게 피한다고 해서 그를 더이상 안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현실이 더 중요한 여주였으니까.
그럼 석민이는 어떨까. 역시 이상함을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뭘 물어봐도, 그냥 사소하게 스몰 토크를 해도 항상 눈을 잘 맞춰주던 여주가 눈을 피하질 않나. 이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그렇다고 확인을 해보니 독서실을 그만둔 것도 아닌데.
설마 여주가 나에게 정이라도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말도 없이 자취를 숨긴 여주에 속상하기도 하고 이유를 몰라 답답해진 석민은 조금이나마 이 모든 걸 덜어놓고자 친구인 민규에게 하소연을 해.

“ 으휴 한심해. 빼박 걔가 너 좋아하네. “
여주가 나를…? 에이 설마. 석민이 부정을 하자 민규는 답답하다는 듯 그럼 니가 걔를 어떻게든 찾아내서 이유를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일침을 날려.
그래. 직접 물어보는 게 낫지. 그렇게 다짐을 한 석민은 마침 주말이겠다 하루종일 독서실에 있기로 해. 수소문에 따르면 여주는 자신과 시간만 달리할 뿐 매일 독서실에 오니까 하루종일 있으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거지.
그렇게 저녁 7시 쯤 되었을까. 잠깐 쉬려는데 마침 저 멀리서 걸어오는 여주를 발견하는 석민이. 물론 여주도 석민을 발견하고는 아씨… 쟤가 왜 이시간에 여기 있어…! 라며 다시 돌아가려 하겠지.
아, 여주가 나만 보면 이렇게 도망을 가니까 내가 그동안 한 번도 못 마주쳤구나… 석민은 이번에 여주를 못 잡는다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여주를 따라가 여주의 손목을 붙잡고는 말을 해.

“ 야 여주야, 너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해. 나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물을게. 너 왜 나 피해? “
“ 으응…? 내가 언제… “
점점 흐려지는 말 끝과 초점을 잃고 방황하는 두 눈동자. 누가 봐도 여주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한 마디로 누가 봐도 석민을 피한 게 티가 난 거지.
“ 너 방금도 나 보더니 다시 가려고 했잖아. 여주야 내가 뭐 잘못했어? “
“ 아니… 니가 뭘 잘못해… 그런 거 아니야… “
“ 하… 여주야 그럼 왜 나 피하는 건데. “
“ …하니까…”
“ 뭐? “
“ 내가 너 좋아하니까!! 됐어? 나 너 좋아해. 그래서 너랑 같이 있으면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고 자꾸 니 생각만 나. “
생각하지도 못한 여주의 답변에 벙찐 석민이었어. 그리고 그 틈을 타 다시 도망가는 여주. 여주는 아마 못 봤겠지. 석민의 붉어진 귀를.
아니, 김민규 말이 진짜였다니. 석민은 생각했다. 여주가 날 좋아한다면 여주에 대한 나의 감정은?
아, 나도 여주 좋아하네. 단순히 친구가 아니라 좋아하니까 이렇게 답답했던 거고 슬픈 감정이 느껴진 거고. 무엇보다 귀가 빨개진 거겠지. 그리고 여주가 좋아한다 했을 때 느껴진 감정은 설렘과 기쁨. 석민 역시 자신이 은연 중에 여주를 좋아하게 되었음을 자각하게 돼.
다음 날. 여주는 독서실 휴게실에서 석민을 마주치지만 모른 척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어제 그런 말을 했는데 쪽팔려서 이석민 얼굴 이제 어떻게 봐- 진짜 망했어 김여주!- 나름대로 멀쩡한 티를 냈지만 마음 속은 난리가 난 여주겠지.
자신을 모른 척 하는 여주에 당황한 석민. 아마 어제 그 일 때문이겠지. 이대로 아무 말도 못하고 여주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둘의 관계는 여기서 멈출 것만 같다는 생각에 여주 뒤를 따라가 빈 여주 옆 자리에 앉는 석민이야.
급한대로 뭐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에 꼬깃꼬깃한 영수증에 글을 써서 여주에게 주며 속삭이듯 말하겠지.

“ 왜 마주쳤는데 아는 척 안 해. 아제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잖아. “
“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
“ 내 대답도 안 듣고 그렇게 가기 있어? “
“ 어…? “

“ 하아… 그러니까 내 대답은 나도 너 좋아한다고 여주야. 우리 사귈까? “
뭐 그 뒤로는 말 안 해도 뻔하겠지. 둘은 사귀게 되었고 모범생 커플답게 데이트는 독서실이 주를 이루었다는… 대화 역시도 공부와 관련된 게 80 이상이었다고 해야하나.
보너스로 하나 더 말해주자면 둘이 시험 끝나고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석민이가 여주에게 ‘Say Yes’를 불러줬는데…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것 뿐만 아니라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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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렁입니다!
오늘은 석민이가 주인공인 글을 써봤는데 생각보다 길어진 거 같아요…!
제 짱친이 석민이가 최애인 관계로 더 정성을 들였는데 뭔가 망한 거 같은…
여주와 석민이가 독서실에서 잠깐 언성을 높인 부분은 휴게실 비슷한 곳이라 생각해 주세요!
사실 독서실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어떤지 모르는 1인…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하구 늘 사랑해요 ❤️

그리고 이거!!!
너무 고마워요 🥺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그럼 이만!
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