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z:P

사랑한다고 말해줘











3년이란 오랜 시간의 짝사랑.




"정국아! 나 너 좋아해! 아니, 사랑해!"
"나도."
"... ㅇ어?"
"나도, 너 좋아해."



그리고 그 사랑의 끝은 해피엔딩이었고 새로운 시작도 좋았다. 여주는 매번 좋아한다 사랑한다 외치고 다녔고 그녀의 진심이 닿은 건지 짝사랑 상대였던 정국과 끝내 연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지금은 정국이 여주를 더, 훨씬 많이 사랑하는 쪽이 되었다. 여주가 꿋꿋이 해왔던 달콤한 말들을 자신이 더 많이 하려 노력하며 제 여자친구가 감기라도 걸리면 펄쩍 뛰며 더 아파했다. 이렇게 쭉 행복할 줄 알았던 사랑에 고민이란 틈이 생겼다.



"주야."
"응?"
"그냥 사랑한다고."
"나도요~"
"...."


연인이 된 이후로 여주가 사랑해의 시옷 자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 처음에는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순히 부끄러움에 그런 줄 알았지만 만난 지 꽤 지난 시점에 확신했다. 그녀는 사랑해라는 단어를 말하려는 걸 고의로 피하고 있다는걸.

학교에서도, 문자로도, 통화와 데이트. 그 어느 때 가리지 않고 사랑해는 꼭 빼먹지 않고 말하는 정국과는 다르게 그저 그의 손을 꼭 잡고선 배시시 웃을 뿐.



'... 내가 질려버렸나.'
'아니야 그럴 리가... 있나?'



불안한 생각들이 정국의 머리를 감싸돌았다. 하다 하다 이젠 여주만 보면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정말 저를 향한 마음이 식어버린 걸까 봐. 불안감은 끝을 찍었고 긴 고민 끝에 정국은 비장한 얼굴로 휴대폰을 켜 노트를 열고 무언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노트의 이름은,

작전명 : 사랑해!

그 아래는 사랑해라는 말을 듣기 위해 할 온갖 행동들을 적어내려갔고 2시간 후에야 뜨거워진 휴대폰을 내려놨다. 이 정도면.. 솔직히 안 들을 수가 없다. ㅇㅈ? 혼자서 뿌듯한 웃음을 짓던 그는 침대 위로 엎어져 내일을 기다렸다.

두고 봐. 내가 꼭 듣고 말 거야.

라는 다짐과 함께.


















작전명 : 사랑해!

첫 번째 작전 : 문자로 듣기


다음날이 밝고, 정국은 일어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자신이 적어둔 문자를 쏜살같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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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유치했나."



아 진짜 박지민이 이러면 된다고 했는데.. 참고로 박지민은 정국의 초등학생 사촌 동생이다. 얘는 생각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어쨌든 첫 번째 작전은 보기 좋게 망했다. 노트에 적혀있던 첫번째 줄을 지우고 두 번째 작전에 실행했다.


















두 번째 작전 : 게임에 이겨서 듣기



데이트를 하러 카페에 앉은 둘. 그 둘 사이의 정적을 깬 건 다름 아닌 정국이었다.


"주야."
"응?"
"우리 게임할래?"
"게임?"
"응, 게임."
"좋아! 무슨 게임인데?"



앗싸 걸려들었어!



정국이 만들어낸 게임은 참 단순했다. 가위바위보를 하고 연속 다섯 번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도박이긴 하지만 정국은 평소에 가위바위보로 사촌동생을 몇 번이고 이겨먹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뿜뿜 차있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가위바위보! 두 손은 내밀어졌다. 주먹과 보자기. 여주가 주먹이고 정국이 보자기. 첫판은 정국이 이겼다. 좋은 느낌에 정국은 꺄항하고 웃음이 나왔고 여주는 그의 모습에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정국은 템포를 올리고 여주도 그의 속도를 맞춰줬다. 신나서 파파박 내고 있는데 어째 흐름이 이상하다. 지금 내가 3번 연속 지고 있는,



"오케이 4연승!"
"...?"
"전정국 넌 이제 죽었다."
"...."



그렇다.

정국은 가위바위보를 무척이나 못한다. 못하는 것보단 패턴이 똑같았다. 처음엔 보자기, 다음엔 가위, 그다음은 주먹. 아 그게 못하는 건가.

3년. 여주가 그를 좋아하고 관찰해온 시간이었다. 정국의 모든 걸 꿰뚫고 있다 해도 과언일 만큼 그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여주에게 정국과 가위바위보는 애초에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

정국은 그것도 모르고 절망하며 세 번째 작전을 생각하고 있겠지. 소원권은 여주가 킵해뒀다 나중에 자신이 원할 때 쓰겠다고 하며 생긋 웃었다.


















세 번째 작전 : 돌려받기



이번 작전은 말 그대로 질리도록 사랑해를 말하고 돌려 듣는 거다. 그 사랑해 한마디가 이 정도로 중요하냐 묻는다면 중요하다. 처음 붙니 무뚝뚝했다면 모를까 정국을 짝사랑한 시간, 자그마치 3년이다. 달콤한 말을 듣는 게 익숙했을 정국에게 이런 일은 너무나 잔인했다.



"주야."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한다고...."
"나도요~"



난 사랑해가 듣고 싶은 건데.. 아니야.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꼭 다시 말해주겠지!



"여주야."
"왜? 무슨 일이야?"
"사랑해."
"뭐야... 난 또.."
"대답은?"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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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아아아아!!"
"ㅇ, 왜애! 어디 불났어??"
"내가.. 내가...."
"어디 다쳤어? 설마 축구하다가,"
"내가 널 너무 사랑해!"
"... 뭐?"
"내가 널 너무 사랑해서 큰일이야."
"아... 제발.. 정국아 나 심장 철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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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
"또 그 말 하려고 부른 거기만 해."
"...."




싸늘하게 꽂혀오는 여주에 말에 정국은 몸이 딱딱히 굳었다. 처음으로 듣는 여주의 차가운 음성에 정국의 불안감은 몇배롲 부풀어졌다. 차가운 정적만이 맴돌다 흐느끼는 소리에 정적이 사라졌다.



"너.. 너 나 질렸어?"



노트를 켜둔 폰을 바닥에 떨구고 제 시선마저 바닥으로 떨어트린 정국이 울음을 애써 참으려 파들파들 떨며 말을 했다. 내가 너랑 사귀기 전에 무뚝뚝하게 굴어서 복수하려고 사귄 거야? 닭똥 같은 눈물이 바닥에 투둑 떨어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런 정국의 모습에 여주는 당황하며 그를 안아주었다. 정국은 끅끅거리면서도 여주를 놓치기 싫다는 듯 두 팔로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해... 나 아직 너 많이 좋아하는데."
"사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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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 안하,잖아..."
"...."
"사랑한, 다고 말해줘..."



진심 어린 말에도 여주는 침묵했다. 그녀에 의해 정국은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겠지. 그때, 정국의 품에서 자그마한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부끄러워."
"... 뭐?"
"부끄럽다고 말하는 거...."
"너, 나랑 사귀기 전에는...."
"그때는 일방적으로 말한 거라 괜찮았는데 서로 얼굴 보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정국의 숨이 턱 막혔다. 허무함과 상실감이 아닌 너무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단지 그 부끄러움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게 많이 황당하며 웃겼다.




"그래도 나 많이 속상해."
"... 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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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너도 말해줘."



따스한 미소와 말투에 여주의 볼이 화닥닥 붉어지며 올랐다. 그래도 용기를 내고 싶은 건지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벙긋거렸다.



"나, 나도..."
"...."
"ㅅ, 사랑...."
"...."
"... 나도 사랑해."
"나도. 나도 정말 많이 사랑해."



서로를 바라보며 생긋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사랑해를 몇 번이고 속삭이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벚꽃 가로수를 걸었다.

이렇게 작전명 : 사랑해!는 성공리에 마쳤다.












사랑 플리 합작 글입니다! 참여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