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상상은 해도 괜찮잖아

[수빈] 앞으로 티 많이 낼게 사랑해



와ㅏㅏㅏ 


3년 동안 지겹도록 입엇던 고등학교 교복도 
벗어 던졌겠다 신나게 친구들과 바닷가 근처 
펜션을 잡아 놀러갔다.


아침 일찍부터 3시간씩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방은 여자방,남자방으로 나누었고 멤버는 
총 6명 휴닝,연준,수빈,나, 친한 여자애 둘 이렇게였다
모두 고3 같은 반 이라 다들 친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우린 바닷가로 달려갔다
몇년만이더라 이렇게 예쁜 바다를 마지막으로 본게..


비록 여름은 아니었지만 겨울 바다도 나름 좋았다.


바닷가 근처를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초저녁이 되었다.
벌써부터 배고프다며 찡찡대길래 
팀을 나누어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장보러 가는 세 사람은 나 휴닝, 연준 이렇게 걸렸다. 
20분 정도 차를 몰고 가 슈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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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실거지?"

"당연하지! 많이 담아라~~"


그렇게 술과 안줏거리도 가득 담고 저녁으로 구워먹을 삼겹살과 야채 등을 많이 샀다.


빠르게 숙소로 돌아오니 남은 셋이서 짐 정리를 한건지 깨끗했다.


"고기 바로 굽자~~"


숙소 바로 앞 마당에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에
 피부를 스치는 바람도 점점 차가워진다. 
맥주병이 테이블에 쫙 깔려있는걸 보니
 다들 취한게 분명하다.


나는 술이 쎄서 맥주 5병을 비우고나서야 알딸딸해졌다. 어느샌가 다들 숙소 안으로 들어가 뻗었고 
나와 수빈만 남아 술을 마시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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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졸려?"


"응..아직"


"바다 이쁘다.."


"그러게"


반짝이는 불빛들이 떠다니는 겨울밤바다는 
생각보다 감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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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래?"


"그래"


산책은 죽도록 싫어하던 내가 무슨 충동인지 코트를 챙겨 바닷가로 향해 나아가기시작했다.


"이쁘다.."


"안추워?"


"조금 춥네..ㅎ"


평소에 수족냉증인 내 손은 얼음장이 되어있었고
수빈은 그걸 알았는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쥐어주었다.


"너 손 차가울까봐"


"고마워..ㅎ"


바닷가를 따라 걸으니 점점 취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들어갈까?"


"좀만 앉아있다 가자"


"그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 수빈이가 
건내준 핫팩을 주물럭 거렸다.
물론 둘이서 이어폰을 나누어 낀 채


잔잔한 노래를 들으니 진짜 술에 취해 자버릴거같았다. 그래도 참았다. 여기서 자면 진짜 감기걸릴게 뻔했거든


툭-


무겁고도 따스한 너의 머리가 내 어깨위로 떨어진다.
 밀어내보려해도 잠든건지 미동도 없다.


그렇게 몇십분을 찬 기운에 앉아있으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야ㅏ..최수빈 나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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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오..."


잠이 조금씩 깨는건지 꼼지락 대며 몸을 돌려 
나한테 붙는다.


"들어가자"


"좀만 더 있으면 안돼..?"


"감기 걸려"


눈을 반만 뜬 수빈이를 간신히 부축한 채 숙소로 향했다.
힘겹게 수빈을 소파에 내팽겨치고 마당에 있는 
술병을 치웠다.


대충 정리를 한 후 거실을 보니 소파에 패딩을 입은 채 웅크려자는 수빈이 보인다.


패딩을 벗겨주려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패딩을 벗기는 내 손목을 확 잡아챈다.


"..뭐야"


"..아..아니 너 패딩 입고 자길래"


"...추워ㅓ.."


"이불 가져다 줄ㄱ.."


내 손목을 당겨 좁은 소파에 날 안는 수빈이었다.


"..아직도 취했어?"


"아니.."


뭐야 술 깬건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목소리는 취해있다.

조용한 새벽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만 오간다.


"...자?"


아무 대답도 없이 잔잔한 숨만 내뱉는다.


낑낑대며 수빈에게서 몸을 빼려다 수빈이 내 몸을 
다리로 감아버려 나올수 없게 됐다.


.

.

.

와ㅏ..머리 터질거 같아

눈을 뜨니
수빈의 몸이 눈 앞에 바로 보였다.
어제 이렇게 잤나...


"야 쟤네 뭐하냐...ㅋㅋㅋ"


어느샌가 일어나있는 친구들이 
수빈이와 나의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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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뭐야"

셔터음에 눈을 뜬 수빈이도 적잖이 당황스러운것 같았다.잽싸게 수빈이의 몸에서 벗어난 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라앉히려 화장실로 피신했다.


"..진짜 취해서 그런거였어...?"


.

.

.


아침 일찍부터 다들 숙취에 시달리며 바깥을 돌아다녔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다 같이 횟집에 가서 술 한잔씩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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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하실"


"콜 바로 들어와라"


어제와 비슷한 상황으로 술자리가 무르익어갔다.
나와 수빈이가 걸렸다.


"아이스크림 사오기 어때"


"좋아 나 메*나"


"난 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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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메*나 먹냐 난 콘"


"와 최연준 메*나 무시하냐"


다들 술 취해서 아무말이나 뱉고있네
투닥거리는 애들을 뒤로 한채 가까운
 무인 할인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부탁한 아이스크림을 찾고있었는데
수빈이가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온다



"어 나도 그거 먹을건데! 너 그거 좋아해?"


"아니"


"그럼 왜 들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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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거 먹을거같아서"


"아..내꺼였구나.."


취향 겹치는줄 알고 괜히 좋아했네..
머쓱해져 빨리 시선을 돌렸다.


"야 내가 산다니깐"


"괜찮아 너 어제 정리하느라 힘들었잖아"


"...너 어제 기억나?"


"...응"


진짜 뭐야...그럼 나 안고 잔것도 기억하는건가..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수빈이가 급하게 시선을 돌리며 걷는 속도를 높혔다.


애들이 기다리겠다던 바닷가로 향하니
 다들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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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와~"


"너네 안춥겠어 아이스크림 먹어도"


"응 ㅋㅋ 좀만 놀다가자"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하나씩 피어오르는 불꽃들이 
눈에 담기자 기분이 황홀해진다.


사르르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한입씩 먹으며 애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어느새 수빈이도 
내 옆에 앉아 가만히 구경을 하는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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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저 다리에서 불꽃놀이 크게 한다던데 같이 갈래?"


"지금도 불꽃놀이 중인데? ㅋㅋ"


"아니..지금은 애들이 있잖아."


"..응? 둘이서 가자고?"


"..어어"


"...음..그래"


그렇게 두번째 밤 산책 약속까지 잡아버렸다.


숙소에 가 거하게 한잔씩 더 한 후 
애들이 잠든 틈을 타 몰래 수빈이와 나왔다.


"우와ㅏ...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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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근데 진짜 이것만 보러 온거야? 
아까도 충분히 봤으면서 ㅋㅋ"


"둘이서만 있는건 또 다르잖아"


"뭐야 너 왜 분위기 잡아"


"춥지?"


"아니 말 돌리지 말고. 너 어제부터 왜 그러냐구.."


"티 많이 안났나.."


차가운 내 손 사이를 따스한 온기가 감싸쥔다.


"나 너 좋아했어 예전부터 쭉"


반짝이는 불꽃이 비춘 너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예뻐보였다.

얼굴을 감상할 새도 없이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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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티 많이 낼게..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