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헤일리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는 다과가 있을까?”

당연하죠"

 인적이 드문 낡은 창고 안에 화려한 옷차림의 어린아이와 그 사내를 지키는 아이 보다는 큰 소녀가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것들 보다 더?”

황자님"

 화려한 옷차림의 아이 황자그 옆을 지키는 소녀는 비서이것이 저들의 관계이자 위치이다.

… 그 다과가 참으로 먹고 싶구나그것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데?”

왕자님세상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것은 독입니다그리고 독은 한 없이 달콤한 향으로 유혹을 해 그 유혹에 넘어간 자를 죽이지요"

그 말은 독이 든 다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거야?”

황자님"

  비서의 말에 왕자는 고개를 갸웃했고 비서는 그 모습을 보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너는 그렇게 웃는 것이 가장 예쁘구나앞으로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자주 웃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 둘은 지금 사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

 

부르셨습니까아바마마?”

그래어서 이리 앉도록 해라"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황자는 화려한 금으로 장식된 의자에 앉았다.

헤일리이만 물러가보도록 해라"

폐하"

 어린황자 옆에 꼭 붙어있는 비서를 보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문 밖으로 내보냈고왕자는 이런 왕이 싫은지 얼굴을 굳힌 채 앉아만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표정을 풀어라 시드"

특별한 날이라뇨?”

옆 나라 공주가 너를 보러 친히 여기까지 왔다"

 왕은 황자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아직 따뜻한 찻잔을 들어 차를 천천히 넘겼다그리고 어린황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바마마 아직 저는 어립니다근데 어째서 벌써 약혼녀를 맞이하라는 말입니까?”

전혀 이르지 않다조용히 하고 공주가 오거늘 정중히 맞이하며 가깝게 지내 거라"

 아니 이게 웬 말인가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약혼녀라니더군나나 결혼할 생각은 일절 없었는데.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지도 귀 기울이지도 않는 아버지에 화가 단단히 난 황자였다하지만 힘과 권력은커녕 사실상 가지고 있는 것뿐이라곤 비서 헤일리 뿐이었다.

아바마마!”

이정도로 말 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시드지금 이 시간에도 호시탐탐 너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하루라도 빨리 혼인을 세상에 알리고 반란을 잠재워야지"

 아아… 역겹다.

 자신의 왕좌가 위협받는 것 때문에 단지 그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하라고?말도 안 되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어떻게.

그리고 비서를 바꿀 때가 된 것 같구나오늘 중으로 좋은 놈으로 하나 알아보도록 하지"

싫습니다저는 헤일리가 아니면 비서를 들일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언제 내가 네 말을 들어준 적 있느냐 그냥 그렇구나 하며 받아드리거라어린애처럼 투정 부리지 말고"

 정말이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예전부터 그랬지 왕족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이유만으로왕의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또래 아이들처럼 자유롭지도평범하지도 못한 생활을 해왔다다들 왕족이라면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나이가 되면 왕위를 물려받아 풍족한 생활을 보낼 것이라 생각하지만 틀렸다황자라는 자리는 결코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편안하지도풍족하지도행복하지도 않았다.

 “약혼녀 만나겠습니다대신 헤일리는 건들지 마세요마지막 부탁입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갑자기 바꿔 적응 하는 것 보단 애초에 바꾸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겠구나그만 들어가봐라"

 

 

*

 

 

 

황자님… 괜찮으세요?”

헤일리 나와 함께 이웃나라로 도망치지 않을래?”

황자님… …"

하하장난이야 장난"

 안색이 좋지 않은 황자여느 때와 같이 그 옆을 지키는 비서.

 

 

*

 

 

 

 준비를 마친 황자는 옆 나라 공주가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로 갔다제 옆에는 평소와 다른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비서가 있었다예상과는 달리 편안한 황자의 얼굴에 비서는 마음이 놓일 뿐이었다후에 어떤 일이 닥칠지 상상하지 못한 채.

어서오세요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준비가 늦어져"

저는 괜찮습니다황자님"

"

 평온한 표정으로 앞에 놓은 음식만 쳐다보며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황자를 보고 있는 비서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식사는 다 한 것 같으니 후식을 대접하겠습니다"

이리 챙겨주시다니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살랑살랑 눈웃음을 보여주며 수줍어하는 공주를 생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눈으로 보다 저의 비서에게 후식을 가져오라 말했다.

후식으로 다과를 좀 먹었으면 하는데헤일리"

!”

 결코 좋지 않은 촉이 헤일리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다과로 준비해줘"

 그리고 그가 원치 않던 일이 일어났다.

 ‘헤일리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는 다과가 있을까?'

 ‘당연하죠.'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것들 보다 더?'

 ‘황자님.'

 ‘… 그 다과가 참으로 먹고 싶구나그것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데?'

 ‘왕자님세상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것은 독입니다그리고 독은 한 없이 달콤한 향으로 유혹을 해 그 유혹에 넘어간 자를 죽이지요.'

 ‘그 말은 독이 든 다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거야?'

 ‘황자님.'

 아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다과는 따로 있을건데…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한다수 없이 후회한다결국 어린 나이의 황자가 견디기는 힘든 무게가 이 어린 황자를 내리찍었다내가 더 지켜줄걸내가 더 신경써줄걸아까 함께 도망가자 했을 때 알아차리고 도망갈걸

 툭투둑-

 두려움과 죄책감의 물줄기가 비서의 하얀 뺨을 타고 내려온다그런 그를 쳐다보는 황자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재촉한다.

어서 헤일리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다과를 가져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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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죽지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