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후회: 제 3장_위기

오늘의 노래는 '낙화유수 - Tido Kang' 입니다.

















 저벅저벅 이수는 숲속으로 향한다. 이수의 무겁고 아픈 발자국은 이수의 힘듦을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잊으려 했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은 모진 소리는 참으로도 괴로웠다.

 저 멀리 태형이 보인다. 형제들과 웃으며 행복해하는 태형이 보인다.

 “우욱……”

 토할 거 같았다.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세게 울려왔다.

 ‘그렇구나, 태형은 아무렇지도 않구나. 나 혼자만 신경 썼던 거였구나.’

 이수는 태형을 외면하고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한이수! 어디 가냐?”

 태형이다. 태형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태형의 표정은 내가 반가워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다. 나를, 나를 괴롭힐 생각에 신이 난 표정이었다.

 “한이수, 너 혼자 어디 가냐? 친구 없어? 하긴, 옛날부터 어제까지 나하고만 놀던 애가 친구는 무슨……”

 시작했다. 또,

 “진짜 촌스러워 가난해서 옷도 못 사 입지? 그러니 저고리가 저리 까맣지”

 참아야 해, 저건 진심이 아니야. 지호도 억지로 하는 거야.  괜찮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난 네가 가장 싫어 이수야.”

 아니야. 더는 들을 자신 없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수없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이수는 참고 참다가 결국 소리쳤다.

 “그만해 김태형! 나도 너 싫어 나도 너 미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태형이가 상처받을 텐데….

 저가 받은 상처는 생각도 하지 않고 상처를 받았을 태형을 먼저 생각하는 이수였다. 조금의 정적이 흘렀고 이것은 이수를 더 죄책감에 빠뜨릴 뿐이었다.

 짝-

 “아….”

 이수의 말이 끝나고 정적을 깨는 큰 마찰 소리가 울렸다.

 “야 김태형, 너 왜 그래!”

 “야 한이수 네가 뭐라고 소리를 질러 그것도 나한테.”

 태형은 상처받은 얼굴을 애써 화난 가면으로 숨기고 이수를 향해 조금씩 걸어갔다.

 “한이수 너는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내가 왜 그러는지 네가 더 잘 알잖아. 그렇지?”

 아까는 설움과 상처였다면 지금은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덮인 이수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숨소리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지금의 이수는 아주 위태로웠다.

 “태형아, 그만하자 나 힘들어 그러니까 나 좀 내버려 둬 나도 네 눈에 안 띌게.”

 이 말을 끝으로 이수는 태형을 지나쳤다. 느린 발걸음을 빠르게, 아픈 마음을 숨기고, 흘리고 싶은 눈물을 참으며 이수는 멀어져만 갔다.

“….”

 뭐지? 왜 그러는 거지? 왜 나를 지나치는 거야? 왜 나를 두고 가는 건데?

 이상하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꾸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가 너무 간지러워 따가워
쓰라려. 이상해. 꼭 내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았다. 아닌데, 난 잘못한 거 없는데. 난 잘못 하나 없는데 왜 다들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자기 생각만 하고 나한테 상처 준 이수가 잘못한 거야. 그런 거야.

 “야 김태형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왜 사람을 때려? 미쳤어?”

 “맞아. 원래 몸도 약한 사람을 그렇게 세게 그것도 얼굴을 때려? 너 진짜 쓰레기구나.”

 어?

 “김태형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다. 진짜. 너 같은 사람이 나중에 커서 그때 그 아저씨처럼 되는 거야.”

 “맞아. 그 아저씨도 너처럼 사람 때리다가 결국 불려가서 곤장 맞았잖아. 너도 똑같이 그렇게 될 거야 김태형.”

 “뭐라고? 아니야. 난 안 그래. 나는 잘못한 거 없어. 한이수가 먼저, 먼저 나한테…!”

 “끝까지 남 탓이구나 그래 그렇게 살아 그리고 우리한테 다신 아는 척 하지 마. 못돼먹어서는 어찌 저리 당당할까,”

 이게 아닌데,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난 잘못한 거 없어. 없어야 해…. 나는 잘못한 게, 없나? 나는 이수한테 잘못한 게, 있구나. 많구나. 아아, 모든 게 내 잘못이구나. 그러게. 어찌 이리 못된 짓을 하고도 난 이리 당당했을까. 모든 게 후회된다. 잘못한 내가 들어야 하는 말이 맞는데도 상처가 되는구나. 나는 이 작은 말에도 상처받았는데.

 “이수한테 가야 해…. 이수한테 사과해야 해.”

 뒤늦게 정신을 차린 태형의 머릿속에는 ‘이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이수에게 가려 하였지만, 오늘 일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내일. 내일 가자. 내일 가서 사과하자. 오늘은 안될 거 같아….”

 그렇게 또 하루가 의미 없이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