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호랑이 꽃

도착했어요이제 내려야해요"


"


깊은 잠에 빠진 것 같네요계속 자요내가 옮겨줄게"


  먼 길을 지나 큰 저택에 도착했다주변에는 시든 꽃과 풀기둥이 다 잘려나간 나무 밖에 없었다.


  남자는 곤히 잠든 여자를 안고 저택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눕힌 뒤 턱 끝까지 이불을 덮어줬다.


있잖아요그거 기억해요?당신이랑 나랑 처음 만난 날당신이 나에게 꽃다발 줬잖아나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꽃병에 꽂아서 소중히 보관하고 있어요아주 소중히"


  추억을 회상하는 듯 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며 옆 탁자에 놓인 호랑이 꽃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칼집은 칼을 위해 존재하고꽃병은 꽃을 위해 존재해요"


  남자는 허름한 저택 안 가죽이 다 찢어져 가는 낡은 소파에 앉아 달빛을 머금은 은색 단검을 돌리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위해 존재하죠"


  그는 소파 옆에 놓여진 녹슨 침대 위에 있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그녀는 미세한 움직임 조차 보이지 않았고 마치 생을 다한 시체처럼 곤히 잠들어있었다.


그런 당신이 어떻게 나를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생기 없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가던 남자는 일어나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진 여자를 지긋이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나를 떠나려 하지 말아요괜히 힘 빼려 하지 말란 소리야도망가고 또 도망가도 끝은 어차피 나로 끝나게 돼 있으니까요"


  상처가 보였다결코 지워지지 않을지울 수 없는 상처가 그에게 가득했다도대체 어떤 것이 그를 이리 잔인하게공허하게 만들었는가여전히 생기란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눈에는 바닥에 뿌려진 유리처럼 투명한 액체가 차올랐고 이내 툭 툭 떨어졌다.


날 떠나지 마요제발 내 곁에 있어"


  말을 마친 후 남자는 피곤함에 빠져 미처 내려가지 못한 그녀의 눈꺼풀을 내려 준 뒤 차가워진 그녀의 손을 잡고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평생 나를 기억해 매 시간을 나와 함께해요당신을 사랑해 줄게요그러니 당신도 나를 사랑해 주세요.

 

 소파 옆 탁자에 놓여있는 예쁜 꽃병에 꽂힌 호랑이 꽃은 점점 더 활짝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