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조각글] "이기적이게도, 너를 원해."

[조각글] 언젠가 사극을 써보고싶은 염원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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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날씨마저 내 마음에 쏙 들던 날이였다. 보통의 이들은 화창한 봄의 낮을 좋아하는 반면, 내가 좋아하는 건 선선한 봄의 밤이였다. 유난히도 달의 밝기가 강하여 거리에 있던 화사한 나무들을 은은히 밝히고, 겨울의 향기가 뭍어있는 봄바람에 얕은 꽃잎들이 흩날렸다.


너는 항상 달빛에 비추어져 반짝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던 여기에 네가 나타나고서부터 이 장소는 우리의 비밀 만남 장소가 되었다. 비밀 만남 장소라 칭하니 꽤 아이스러운 말이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 아이스러운 단어 조차 두 사람만의 언어인데.





"오늘도 오셨네요. 이제는 계속 오시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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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대도 마찬가지 아니오."


"먼저 제 장소에 오신 건, 도련님이시온데..."





시답지 않은 농담에 두 사람은 마주보며 푸스스- 옅은 웃음을 터트렸다. 남몰래 갑갑한 기와집을 벗어나 나온 것이온데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일주일 중에서도 가장 가운데 날 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벛꽃이 은은히 흩날리는 장소에 우리는 만났다.


사실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조차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이름만 알 뿐 하는 일은 무엇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 우리는 그 무엇도 공유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약속이라도 한 듯 만나니 굳이 알 필요 없을 거라 판단한 탓이였다. 그리고 별로 따지고 싶지도 않았고.


내일 낮에는, 아니 이 공간을 벗어나면 나는 저 이가 누구인지 모르나 내 산책상대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우리는 그렇게 달빛에 속삭였다. 서로의 이야기를 떠들다, 고민을 나누고. 그냥 소소히 둘만의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그의 낙이자 그녀의 일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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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낭자."


"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의 검은 눈동자가 여주를 담았다. 곱게 땋은 머리와 붉은 입술. 석진의 부름에 흩날리는 벛꽃을 구경하던 그녀가 그에게 얼굴을 마주했다. 석진은 얕게 웃어보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의 도톰한 입술을 연신 매만지더니 결심한 듯 그녀를 향해 입을 떼었다.





"무슨 말을 하시려고 이리 뜸을 들이시옵니까."


"낭자,"


"네, 도련님."


"내일도 여기에 와줄 수 있나?"


"올 수 있죠, 당연히."


"그럼 모레는?"


"온다면 매일 올 수도 있습니다."
"근데 갑자기 무슨 연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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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 한 번 볼려니, 참기 힘들어서 말일세."
"괜찮다면 낮에도 한 번 보는 건 어떤가. 낮에도 보고싶은데."


"......푸흡."





매일 올 수도 있다는 말에 말문이 터져, 아예 낮에 보는 건 어떠냐는 석진의 물음에 여주는 웃음이 났다. 은연 중에 속내가 드러났다고 생각한 석진은 뒷목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물론 달의 그림자에 가려 여주는 눈치채지 못하였겠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도 석진의 시선은 여주에게 꽃혀있었다. 이제까지 매일 만나자고 하면 여주에게 혹여나 마음의 짐을 안겨줄까 몇 주동안 속앓이하던 걸 내벹으니 후련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고민하던 것을이 현실이 될까 염려되었다.





"좋습니다."


"정말인가?"


"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봐요."
"매일 봅시다, 도련님 말대로 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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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그의 외마디 대답과 함께 매달려있던 꽃잎들이 우수수 흩날려내렸다. 이제 올해의 봄도 지나가려나보다. 벛꽃을 구경하는데 빠진 여주와 달리 석진의 시선은 온통 여주였다.


유난히 달이 밝던 그날, 여주는 석진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지만 석진은 그녀를 마주했을 때부터 온 신경은 그녀에게로 쏠려있었다. 달 빛이 밝든 말든, 꽃잎이 흩날리든 말든 그저 꽃을 보며 환히 웃는 그녀의 미소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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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흑, 진짜 언젠가 이런 아련청순로맨스...랄까요 무튼 이런 거 쓰고싶네요. 후욱후욱
















🌸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