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에 갑자기 오는 소나기. 그 속에서 이젠 서른이 넘어버린 여주는 한숨을 쉬며 창밖을 내다본다. 어렴풋이 중학생 때 철부지 없는 남정네와 투닥거리던 로맨스가 머릿속을 지나갔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 고백했더라면 지금 즈음 술 먹고 늦게 돌아오는 남편과 힘들게 살 일은 없었을까, 내 인생은 아예 바뀌었을까. 일단 둘 중 하나는 꼭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는 추억으로만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나도 모르게 바보같이 사랑도 아닌 나만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을 그리워한다. 서른이 넘어서, 그것도 결혼한 유부녀가 고작 중학생인 어린 남자애나 떠올리는게 한심했다.
그리움에 너무 쫄딱 젖어서일까.
왜 내 눈에는 검정색 장우산을 쓰고 날 보는 너의 얼굴이 창밖으로 보이는걸까.
너가 어떻게 여기있는걸까.
분명 그는 미국으로 떠났는데.
‘환각이겠지. 그가 왜 여기에 있겠어.’
그렇지만 너무나도 생생했다. 정말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정신병자 같지만 그래도 한 번 희망을 가져보려 한다.
미련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아보려고 한다.
너를 향해 나는 우산도 안 쓴 채로 뛰어갔다.
너는 나를 보고 웃었고,
따가울 정도로 내리던 비가 나에게만 내리지 않았다.
“보고싶었어.”
드디어 너를 만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