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를 질질 끄시고 덜 깬 정신으로 식탁에 앉아 허겁지겁 요플레를 먹어 해치웠다. 굿모닝 라는 말과 함께 아침가운을 입고 들어온 아빠는 나와 혜주의 볼에 뽀뽀를 했고 우리는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볼을 박박 문질렀다.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당신, 오늘 늦게 들어오죠?"
아직도 분주한 엄마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었다.
"어, 오늘 회사에서 바쁜 일이 있어서 그거 처리하고 오면 한... 12시쯤 될것 같아. 저녁은 회사에서 먹을테니까 괜히 일어나서 준비하지 말고"
"알았어, ...김혜주, 폰 보지 말고 얼른 밥이나 먹어-"
"잘먹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그릇을 들고 싱크데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선 무거운 몸을 화장실로 옮기고, 씻고 화장도 하고 교복을 입으며 준비를 했다.
띠링-

지은에게서 집앞에서 기다린다는 문자를 받은 후 가방을 챙기며 급히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후다닥 집을 나섰다.

집앞에서는 지은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가자, 라는 말과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 기다린건.. 우르르 쏠려오는 남자애들이었다. 겨우겨우 교실에 도착해 수업을 시작했고 쉬는시간에도 여주 자리에 둘려싸여 있던건 남자애들이었다.
드디어. 하교시간. 남자애들에겐 짝사랑도 중요하지만 게임도 중요한 법. 남자애들은 우르르 피씨방으로 몰려갔고 여주와 지은은 평화롭게 하교를 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 바나나 우유를 빨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왜 K-고딩이 대단한줄 알겠다, 공부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게 바나나 우유를 두개나 빨고 1시간, 2시간, 3시간을 공부로 꽉 채운 후 모자를 푹 눌러쓰고 패딩을 걸치고 나갔다. 바깥공기가 필요해서.

언제나 가던 ##공원으로 가, 비어있는 벤치에 앉아 에어팟을 꺼내 노래를 틀었다. 그렇게 조용히 노래를 듣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여주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느끼한 목소리로 물었다
"거기 이쁜 아가씨, 오빠랑 놀래?"
"ㅇ,왜 그러세요.."
불편한 듯 난 그 자리를 피했다. 근데 그런 사람에게서 피하면 뭔 소용이겠어, 계속 따라오는데.
"ㄸ,따라오지 ㅁ,마세요,"
"왜 그래~ 오빠가 이쁜 아가씨랑 놀자는데~?"
당연하게도 여주의 달리기는 남자의 달리기보다 더 느렸고 결국 그 남자는 여주의 손목을 탁- 잡았다.
"이쁜이 어디가게~?"
그렇게 나를 잡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려 하자 갑자기 그 남자가 내 손목을 놓았다. 아니, 놓은게 아니라 놓쳤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 내 손목을 잡은 남자의 손을 쳤거든.
"야!! 너 누구야!!"
"저요? 어쩌죠? 전 당신 같은 쓰레기놈한테 알려주기 싫은데..ㅋ"
"야 이 씨X발놈아!! 누가 쓰레기놈이야!!"
"누굴까요? 그냥 죄없는 여자 도와주려고 하는 고딩일까 아니면 죄없는 여자 성추행 하려고 하는 남자일까?"
"씨X.."
라고 혼잣말을 하며 결국 그 자리에서 떠나버린 남자였고, 나를 보며 걱정하듯 이리저리 살피는 그 "고딩" 이었다. 괜찮아요? 라고 다정하게 물어본 "고딩"의 말에 괜찮다고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괜히 서럽고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버렸다.
엉엉 우는 나를 그 "고딩" 은 괜찮다며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등을 쓸어 내리며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다.
"흐.. 그냥..끅 벤치에 앉아서 끅.. 노래 듣,고 있 끅- 었는데 ㄱ,갑자기 와서 히끅- 같이 가,자고 끅"
딸꾹질을 하며 설명하는 나를 보며 끄덕이며 나의 얘길 들어주는 그 "고딩"

내 말이 끝나자 ##고 3학년 4반 김여주 선배 맞죠? 라고 물어본 고딩의 말에 나는 말 대신 당황한 얼굴로 답한 나였고 그는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 2학년 2반 전정국이에요"

그게 우리의 첫만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