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연애 중
W. 띵동댕
“영상통화 잘못 걸어두고 납치범이라고 하는 사람이라, 모를 줄 알았지. 기분 나빴다면 미안.”미안하다는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전정국은 나를 비꼬고 있었다. 쌍꺼풀 있는 큰 눈으로 실실실 눈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전정국이 영상통화 건을 기억한다니. 그게 나라는 것까지 알다니. 머리가 새하얘졌다. 유명 소속사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준비해온 안무가 기억나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당황스럽고 부끄러울 수 없을 거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화끈거리는 얼굴이 빨개졌음을 직감했다.
“… 잠깐만.”
전정국이 가져다 준 프린트를 쇼파에 올려두고 재빨리 화장실으로 달렸다. 전정국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된다. 내가 남에게 가장 보이기 싫어하는 모습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인데, 내가 가장 보이기 싫어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정국에게 보여? 그건 절대 안 된다.
빨개져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려 가장 찬 물로 물세수를 했다.
쏴아-
세면대에서 폭발하듯 쏟아지는 저 물을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길이 막히지 않은 채 당당히 내 길을, 내 꿈을 향해 걸어가는 과거의 내 모습같다고. 하지만 뭐든지 순탄하게 넘어갈 순 없는 일이다. 내 앞 길을 막은 게 전정국이든, 그것보다 더 강한 무언가든 나는 꿋꿋히 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거다.
마음이 진정됐다. 전정국에게 할 말을 속으로 잘 정리한 후, 꼭 닫혀 있던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거실로 나갔다.
“야, 너 잠깐 나 따라 와 봐.”
당찬 내 말에 전정국은 어깨와 눈썹을 으쓱하더니 날 따라 내 방으로 들어왔다. 전정국을 잠시 노려본 후, 방 문을 닫고 잠궜다. 예상치 못한 전정국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
“너, 어떻게 알아?“

“뭘.”
어쭈, 모르는 척 하시겠다? 그런다고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그때 그 영상통화. 내 경험에 따르면 남자들은 기억력이 좋지 않은데. 김태형만 봐도 알지.”
“아, 그거.”
전정국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아- 소리를 내며 눈알을 굴렸다.
“남자라고 다 기억력이 나쁜 것도 아니고, 난 그 일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래서 기억하는 거지?”
당연하다는 듯이 당당히 말하는 전정국에 기가 찼다. 저 똘망똘망한 사슴같은 눈 좀 봐.
서론은 이쯤이면 됐고, 협박을 해 전정국을 입단속 시키려는 찰나, 전정국이 무언가 생각난 듯 피식 웃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혹시, 영상통화 내용을 들키고 싶지 않은 건가? 친구들한테?”
쓸데없이 눈치만 빠른 전정국이다. 내 약점을 알아내서 들떠 까맣게 빛나는 전정국의 눈동자에 다시 얼굴이 질린 내 얼굴이 비춰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