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연애 중

11: 어쩌다 연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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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애 중


W. 띵동댕









띠리리- 띠리리-





얼굴을 찌푸리며 잠에서 깼다. 달콤한 꿈을 방해하는 건 역시나 알람 소리다. 이번엔 몇 번째 울리는 알람인지 확인하려 시간을 보자마자 헉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튀어 올랐다.


첫 번째 알람이다. 잠이 워낙 많은 나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제일 힘들어 항상 5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 둔다.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일찍 일어나 듣기만 해 봤던 갓생이란 걸 살아보겠다고 의기양양하게 6시 30분 알람을 맞춰 뒀건만. 내 노력은 이내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중학교 생활을 하는 3년 내내 거의 마지막 알람에 할 수 없이 등 떠밀려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특별한 날도 아닌 그저 평범한 수요일 아침에 첫 번째 알람을 듣고 일어난 것이다. 기쁨과 성취감에 젖었던 것도 잠시, 무언가 찝찝한 기분은 떨칠 수 없었다.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도 아닌데 이렇게 눈이 번쩍 떠진다? 오늘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징조이다.


나는 항상 그랬다. 평소에 시도조차 못했던 걸 단숨에 해내고 나면, 그 후엔 항상 썩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 모든 일엔 대가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그렇다고 한 번쯤은 좋은 일만 연이어 일어나는 날이 아예 없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오늘은 좋은 일만 일어날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한 후, 크게 박수를 두어 번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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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무언가 대단한 거라도 할 거란 착각이 분명 있었을 거다. 공부는 기대도 안 한다. 하다못해 춤 연습이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뭐라도 할 것 같은 비장한 얼굴로 씻은 후 교복을 챙겨 입고 기초 화장을 하고 콘프레이크로 아침을 먹은 게 다였다. 물론 그 과정들을 늘어지게 한 건 아니다. 절대로. 단지 아침을 먹은 후 딱 10분만 핸드폰을 해야지, 생각하고 시작한 핸드폰이 문제였다. 





“아- 진짜 아쉬워. 내가 안무 오늘 아침에 기깔나게 딸 수 있었는데.”



“그래서 오늘 아침에 한 건 핸드폰 뿐이다?”



“야, 근데 확실히 여유가 있으니까 고데기는 잘 되더라. 이거 봐-”





예원이와 만나 등교를 하며 투정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예원이에게 오늘따라 예쁘게 잘 말아진 앞머리를 자랑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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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가방을 툭 치며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다름 아닌 전정국이었다. 기분 좋은 아침에 해실해실 웃는 전정국의 얼굴은 내가 잊고 있던 걸 다시 떠올리게 했다.



‘영상통화 일을 비밀로 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정국이 하라는 것 다 하기.’



난대없이 친한 척을 하는 정국을 마음같아선 짜증을 확 내고 싶었지만 어제의 그 약속을 떠올리고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아는 척을 했다. 기분 좋은 내 아침이 전정국의 등장으로 찬 물을 끼얹은 듯 축 처져버렸다.





“헐, 뭐야 뭐야. 벌써 서로 친해진 거?”





전정국과 눈이 마주치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건가, 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던 중 예원이의 한 마디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예원의 설렌 목소리에 그냥 그렇게 됐다고 대답하려던 차에 전정국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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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약점 잡힌 게 있어서, 아마 나랑 며칠동안 다닐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 짜릿하며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정국을 그걸 왜 말하냐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정국은 뭐가 그리 재미난지 실실 웃고만 있었다.


또 그 상황에 껴 있던 예원이, 예원이는 나와 정국을 번갈아가며 정신없이 쳐다보다 애꿎은 머리카락만 돌돌 말고 있었다.





“그, 그럼 정국아 넌 학교에서 만나고 예원아 얼른 가자! 지각하겠다.”





다급하게 전정국에게 따라오지 말라는 투로 인사를 하고 예원이의 팔짱을 끼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물어볼 예원이를 예측했기에, 서둘러 다른 말로 상황을 돌렸다.





“우리 오늘… 어, 그래. 영어 숙제 있었나? 아니면 뭐 다른 거라도.”





하지만 이런 어설픈 말에 속아 넘어갈 예원이가 아니다. 한쪽 눈썹을 치켜 뜨곤 전정국에 대해 물어봤다. 전정국이랑 원래 아는 사이였냐고.



띠링-



뭐라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한줄기 빛과 같은 핸드폰 문자 알림이 날 살렸다. 잔뜩 흔들리던 눈동자가 예원이에서 내 핸드폰으로 집중됐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전정국이었다. 의문을 잔뜩 품고 핸드폰 잠금을 풀자 문자 내용이 보였다.





너 나랑 한 약속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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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함께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뒤를 돌아보니 약간 거리를 두고 양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가방 멘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따라오는 전정국이 보였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정국은 답장을 하라는 듯 자신의 핸드폰을 흔들었다. 무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움찔움찔거리며 올라가는 정국의 입꼬리를 보니 오늘 하루 나 괴롭힐 생각에 여간 신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