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로맨스

여주의 과거.

*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나에게 어릴 적 기억의 시작이라곤 그저 고아원이었다. 고아원에서 자라서 고아원에서 놀고 고아원에서 밥 먹고 고아원에서 커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버려져 왔다는 걸 알았다. 혼자 구석에서 앉아 혼자 놀았고 모든 걸 나는 혼자 하였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누군가가 다가와 주었고 나는 그때 거의 처음으로 말을 해보는 것 같았다.

" 넌 이름이 모야? "

" ... 윤요주. "

" 우아! 나도 윤씬데. 난 윤정한이야. "

" ... ... "

어눌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말하자 그는 신기해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였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블록 쌓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 반응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었다.

" 몇 살이야? 나눈 6살! "

" ... 5살. "

그런 그에게 나도 점점 말이 트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고아원 선생님께서도 이런 나를 신기해하셨고 우리는 더 친해지며 친남매처럼 지냈다.

" 오빠! 놀이터 갈래? "

" 오빠가 지금 바빠서~ 여주 먼저 가 있으면 갈게. "

" 웅! 알았어. "

고아원에서 가까이 붙어있는 한 놀이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매일같이 그곳에서 오빠랑 놀았고 그날도 어김없이 나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혼자 바닥에 앉아 모래놀이를 하고 있을까 나와 또래로 보이는 남자애들과 그들의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놀이터로 왔다.

엄마들은 벤치에 앉고 남자애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뛰어다는 걸 좋아하진 않았기에 다시 시선을 거두며 모래놀이를 하였다.

" 안뇽! "

" 안녕. "

" ... ... "

" 넌 혼자 여기서 모해? "

그때 그 남자 애들은 홀로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당황하여 멀뚱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내 옆자리에 같이 앉으며 모래놀이를 하였고 내가 입을 열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질문을 하며 대답을 하였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이름까지 알게 되었지만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좋은 애들인 것 같아 나도 입을 트게 되었다.

" 나눈 윤여주야. "

" 우아! 말한다! "

" 그럼 사람이 당연히 말을 하겠지 바부야. "

" 이씨, 너 머라구 했어! "

" 아 조용히 좀 해바! 여주 넌 몇 살이야? "

" 5살. "

" 우리도 다섯 살인데! "

그들의 재밌는 반응에 여주는 웃음이 흘러나왔고 서로 말을 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나눈 엄마 아빠가 없어. 그래서 쩌기서 오빠랑 지내. "

" 그래? 오빠눈 어떤 사람인데? "

" 움.. 친동생처럼 잘 챙겨죠. "

" 처럼? 아.. "

" 우리랑 친하게 지내자! "

" 마자. 여주 너는 좋은 애야. "

" 그래, 조아. "

애들은 나에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고 나도 그들에 맞받아치며 내밀어진 손을 덥석 잡았다.

" 엄마! 우리 칭구 생겼어. "

" 어머 그래? 이름이 뭐야? "

" 윤여주입니다, 5살이에요. "

" 애가 참 똘똘하네. 너희 부모님은 어딨어? "

" .. 엄마 아빠 업써요. "

그들은 나를 벌써 엄마에게도 소개를 시켜주었고 내 말에 엄마들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머쓱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들의 엄마들은 생각보다 좋은 사람 같았고 나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뻤다.

해가 거의 지려고 해 나는 이만 고아원으로 돌아왔고 정한 오빠는 방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 오빠, 모해? "

" 어? 아, 아니야. 못 가서 미안해 여주야. "

" 아니야! 나 친구들 생겨써. 다들 좋은 애들이야. "

" 그래? 여주 좋겠네~ 얼른 가서 씻고 와. "

" 웅! 알겠오. "

나는 오빠의 말에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땐 차마 알지 못했던 일이 며칠 후에 터져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놀이터에서 애들과 놀았고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고아원 선생님들이 분주하였고 나는 멀뚱히 궁금해하고 있을까 고아원으로 어떤 두 남녀가 들어왔다.

" 오셨어요~? "

" 네 ㅎㅎ. 오늘만 기다렸어요. "

그땐 알아채지 못하였지만 원장실 앞에 있었던 나는 그제서야 눈치를 알아채게 되었다.

그들은 정한 오빠를 입양하려고 온 것이었고 이로 인해 그동안 오빠는 조금 할 일이 많았던 것이었다. 나랑 잘 놀아주지 못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고 나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정한 오빠에게 달려갔다.

" 오빠! "

" ㅇ, 어.. 여주야, 왜? "

" 오빠 진짜루 가..? 여주 버리고 가지 마.. 나랑 같이 이써 오빠. "

" 여주야.. "

" 여주랑 같이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

이미 방으로 들어갔을 땐 정한 오빠는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옷을 입고 있었고 짐도 쌌는지 몸집에는 맞지 않는 큰 가방을 메고 있었다.

내 말에 오빠의 동공은 꽤나 심하게 흔들렸고 나는 눈물을 쏟으며 오빠를 꼭 껴안았다.

" ... 윤여주, 여기선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나 없어도 네가 혼자 살아가야 한다구. "

" 싫어, 가지 마. "

" ... ... "

" 나 오빠랑 안 떨어질 거야. 같이 실 거야! "

나는 오빠의 말이 들이지 않는 것처럼 내 말만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정한 오빠와 손을 잡고 방을 나왔고 밖에는 아까 봤던 남녀와 원장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 "

" 어 정한아~ 여기 이제부터 정한이 부모님 될 사람들이야. "

" 저 데려가려면 여주도 같이 데려가 주세요. "

" 뭐..? "

" 제 친동생 같은 친구예요. 얘 저랑 떨어져서 못 살아요, 저도 그렇구요. "

꽤나 정확한 발음으로 한 글자씩 꾹 말을 하는 오빠에 다들 당황해하였고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

그 사람들은 두 명은 힘들다며 결국 정한 오빠의 입양은 무산되었고 나는 더욱더 오빠와 붙어 지냈다. 그렇게 우리는 고아원에서 남매라고 불렸고 커서도 함께 살자며 약속하였다.

" 너 왜 어제 안 와써..? 우리 기다렸는데.. "

" 미안, 그 대신 오늘 오빠 데려왔어! "

" 어.. 안녕. 여주 오빠 윤정한이야. "

" 친오빠는 아니자나여. "

" 야..! 너 그런 소리 하눈 거 아니야. "

처음으로 정한 오빠를 애들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는 다들 신기해하였지만 점점 적응이 되며 다 함께 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학교도 같이 다니며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이제 몇 개월만 지나면 고등학생이 되는 나이가 되자 고아원에선 우리를 더 이상 받아줄 수 없다고 하였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정한 오빠는 나보다 먼저 고비를 남겨야 하였고 우리는 나가서도 같이 상자고 하였다.

" 오빠가 먼저 나가서 돈 벌고 있을 테니깐 여주는 그냥 몸만 나와. 알겠지? "

" 그래도 오빠 힘들 텐데... "

" 오빠는 여주만 있으면 안 힘들어, 괜찮아. "

고아원에서 집은 마련해 주었고 전기세도 자신들이 해결해 준다며 정한 오빠는 먼저 그 집으로 가서 돈을 벌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알바를 하였고 나는 아직 고아원에 있어 잠깐씩 오빠와 연락을 하곤 하였다.

그렇게 나도 고등학생이 되고 이제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알바를 1년 동안 해서 번 돈은 그래도 두 명에서 살기에 적당하였고 오빠는 계속해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돈이 어느 정도 모이고 오빠가 고3이 될 땐 알바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기로 하였다. 애들과도 그동안 별 탈 없이 지냈으며 가끔 어려움이 있을 때는 엄마들이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