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였을 거다.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던 계기가 된 것이.
"...비 많이 오네."
집에 가려고 가방을 싸던 도중, 투둑거리는 소리가 나 창밖을 쳐다보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거 싫은데... 아, 잠깐만. 나 우산 안 들고 왔는데...? 망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가방을 메고 신발 갈아신는 곳 앞까지 갔다. 진짜 뛰어가야 되나... 감기 걸리겠네. 나는 신발을 갈아신고 비 맞으며 뛰어가려고 준비중이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우산 하나가 쓰윽 나타났다. 뭐야, 이건...?
"이 우산, 선배 써요."
"...너 안 써?"
"저 우산 하나 더 있어요. 그거 쓰고 가면 돼요."
내 손에 우산을 쥐여준 채 말하는 송형준이다. 우산 없는 것 같은데... 진짜야? 내가 계속해서 묻자 우산 있다고 얘기를 하며 우산을 직접 펴준 후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아, 야...! 그리고 나서 송형준은 얼른 가보라는 듯 손을 휙휙 저었다. 알았어, 갈게... 우산 고마워...! 나는 송형준에게 인사를 한 후,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집에 걸어가면서 보게 되었다. 가방을 위로 고쳐잡은 채 뛰어가고 있는 송형준을.
아침에 학교 오자마자 가방을 자리에 냅두고 바로 송형준이 있는 교실로 우산을 들고 갔다. 가보니 다행히 송형준은 혼자 자리에 앉아서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바로 앞까지 가서 책상을 살짝 두들기자 송형준이 슬며시 눈을 떴다. 앞에 있는 나를 봐도 놀라지 않는건지 한쪽 이어폰을 빼며 무슨 일 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송형준한테 우산을 내민 채 말을 꺼냈다.
"너 어제 우산 없었잖아. 우산 왜 나 줬어?"
"선배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 어제 잘 들어갔어요?"
이어폰을 완전히 뺀 송형준은 잘 들어갔냐는 말과 함께 내가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옆에다가 갔다 주었다. 얘는 무슨... 매너가 너무 넘치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송형준의 물음에 답을 했다. 너 덕분에 잘 갔어. 너는, 감기 안 걸렸어? 어제 비 다 맞고 갔잖아. 나의 물음에 송형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을 해줬다. 저 비 맞아도 감기 잘 안 걸려요. 저 걱정해 주는 거예요? 웃으며 얘기하는 형준에 나는 책상을 살짝 내리치며 얘기를 했다. 당연히 걱정 되는거 아냐? 나 때문에 비 다 맞고 갔는데...
"그러면 선배, 저 하고 싶은거 있는데 들어주세요."
"...뭔데?"
하고 싶은 게 있다며 들어달라는 송형준의 말에 나는 일단 들어보고 나서 괜찮으면 들어준다고 했다. 그러자 형준은 그러면 안 알려준다고 평생 후회하며 살라고 말을 했다. 아아, 알았어! 들어줄게, 됬지? 들어준다는 내 말에 형준은 피식 웃더니 자세를 다시 고쳐잡아 앉았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건데?
"데이트요."
"...어?"
"이따 끝나고 기다려요. 데이트하러 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