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곁에
"아연아…"
그리운 오빠 목소리였다. 모두가 오빠가 나를 떠났다고 했지만, 오빠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나를 떠났다면 어떻게 이런 따뜻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오빠.. 있잖아. 애들이 다 오빠가 나를 떠났다고 했어. 근데 아니잖아.. 그렇지?'
아연의 물음에도 오빠라는 사람은 무슨 표정인지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아연을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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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조명 하나 없는 방에서 일어나는 아연. 혼자 살기에는 큰 방에 일어난 아연의 모습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사람 하나 찾겠다는 생각으로 연예인이 된 것도 어느덧 10년. 당연하게도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빠라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그런 아연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이제 그만 포기하고 너의 인생을 즐기라고 하였지만, 아직 물어보지 못 한 게 너무 많았다. 대체 왜 날 떠났는지 왜 여태까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사정이 있었겠지 그래서 못 나타난 거겠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10년. 정적이 가득한 방안에는 에어컨 소리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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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콘서트, 팬미팅, 드라마촬영 등등 스케줄에 치이다 오랜만에 휴가였다. 평소같이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커튼을 치고 베란다에 기댄 채 달을 바라봤다. 괜스레 새벽 감성에 취해 바라본 달은 외롭기 그지없었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지만 어쩐지 그 모습이 우는 것 같아서..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문을 닫고 커튼을 친 아연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조명 하나 켜있지 않은 방은 어두웠고 쓸쓸했다. 팔로 눈을 가린 채 아연이 눈을 감았다.
언제 잠들었는지 아연이 일어났을 때는 어느덧 오후 2시였다. 이렇게 자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배는 배고프다는 듯이 꼬르륵거렸지만 아연은 좀처럼 일어날 생각이 없는 듯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 옆 선반에 있던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아연은 또다시 팔로 눈을 가렸다.
에어팟은 귀를 벗어나 있었고 아연은 에어컨 소리에 눈을 떴다.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 7시였다. 다시 눈을 감으려던 아연의 배가 요동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아연은 오늘 한 끼도 먹지 않았다. 급한 대로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집 밖으로 나섰다. 집 밖은 커플 천국이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떨어지면 죽기라도 하는지 꼭 붙은 커플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눈물을 참으며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떡볶이나 먹을까 싶어 길거리 떡볶이를 사서 집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오빠를 닮은 사람이 서 있었다. '오빠...' 횡단보도를 막 건너던 아연 옆으로 빵_ 빵_ 경적소리가 여러 번 들려왔고 피하려고 옆을 봤을 때는 이미 늦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서 있는 아연을 한 남자가 밀었다. 떡볶이와 같이 산 어묵탕은 엎질러졌고 남자는 위험하게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쳤지만, 아연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트럭 기사는 괜찮냐며 트럭에서 내려서 아연에게 물어봤지만, 그것마저도 아연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사라진 남자를 찾을 뿐 "어디 갔지.. 대체 어디 간 거야" 비틀비틀 일어나 오빠를 찾기 위해 일어난 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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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오빠는 찾지 못했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한참을 뛰어다녔지만, 끝끝내 찾지 못했다.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다리가 쓰려 오는 것을 눈치챘다. 하얀색 캔버스 운동화는 피로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아연은 집 근처 빵 하나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빵을 아무렇게나 욱여넣고 다리에는 대충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는 침대에 눕는다.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외로운 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