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지하철남


지방에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가는 여주는 SRT를 타고 서울 수서역에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기차까지 늦는다. 어쩔 수 없이 여주는 손에 쥐어진 핫팩을 꼭- 잡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꽤 늦네 "
도착 예정보다 4분이 지난 시간에 신경이 조금 민감해진 여주는 주변에서 나는 불편한 소리에 시계를 응시하던 시선을 위로 올렸다

"하-"
시선이 도착한 곳엔 한 남자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어디 불편한 곳이 있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구두를 신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딘가에 늦었나- 저렇게 미간을 찌푸리기엔 10분 늦은 것도 아니고 4분 늦은 건데… 그렇게 나 혼자 상상을 하고 있을 무렵 점점 세지는 발 구르는 소리가 내 상상을 깨 부셔왔다.

탁탁탁-
그 소리가 내 귀에 불편하게 들려 나도 모르게 내가 노려봤나 보다. 그런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는 나를 올려 보았고

"아"
미처 몰랐다는 듯 짧은 탄식을 내뱉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이내 소리를 멈추었다.
꽤나 차린듯한 옷매무새에 평범한 회사나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반지는 또 왜 이리 많이 끼는지, 반지를 네 번째 손가락 말곤 다 끼나 보다.

그 이에 대한 나의 추론이 계속되고 있을 때, 도착 예정시간 5분이 지나서야 기차가 왔고 서둘러 B 칸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고 나도 A 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기차가 지연되어서 그런지, 원래 서울은 이러는지, 뛰는 사람이 많았다. 이곳의 모든 게 낯설었던 여주였기에 천천히 둘러보며 가야 했지만 오늘은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기 때문에 여주도 하는 수 없이 뛰어야 했다.
다행히도 여주는 길을 잃지 않고 교통카드를 찍었고 지하철의 문 닫히는 신호음에 여주는 부랴부랴 뛰어 간신히 지하철 안에 탈 수 있었다.
"헉헉-"
이른 주말 시간대라 그런가 사람이 많이 없었다. 더웠는데 잘 됐다. 목도리를 잠시 벗어 옆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나저나 서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잘 꾸미고 다니는구나- 사람들을 둘러보던 여주의 시선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아까 그… 민트 머리 남자?)"
"(늦었나...?)"
오, 저 사람도 지방에서 올라오는고만? 근데 어쩐일로 왔을까. 표정이 심상치 않다..
허탈하다는 듯 젖혀진 그의 고개에 약속 시간에 늦었다 싶었다. 아 뭐 내가 관심 가질 건 아니지. 모르는 사람의 사적인 범위를 침범했다고 생각해서 빨리 생각을 멈췄다.
또르르-

이번엔 또 무슨 소리야. 아까는 다리 떨더니.
내 앞에 반지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이어폰 꼽고 있어 모르는 건가. 발견한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아 일단 주웠는데 이걸 어떻게 주지. 지금 기분이 심각해 보이는데.
"크 흠,"
"
"흠, 흠"
젠장. 인기척을 내도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안 들리는 건지.
일단 들고 있어야겠다. 저 사람 내릴 때 툭툭 치면서 주면 되겠지 뭐.
*다음 역은 신사, 신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
여기서 안 내리면 안 되는데.
아니, 나 왕 소심이라서 말도 못 건단 말이야!!!
드르륵-
열차 문이 열렸고 조금 기다려봤지만 그 남자는 내리지 않았다.
[삑삑-]
"아..!"
문이 닫히는 신호음이 들리자 그제야 정신 차린 듯 여주는 아까 왔던 것처럼 급하게 뛰어나갔다.
목도리 놓고 온 것도 잊어버린 채...

[ 여주가 그렇게 나가고 기차 안 ]
*다음 역은 압구정, 압구정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
태형은 압구정에서 열리는 아는 형 결혼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아까 여자가 노려봤던 것이 기억나 정신 사납게 했나 싶었지만 지금 내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형이 입장했으면 어떡하냐고…
" 어? "

빈자리 아래 웬 목도리가 곱게 접혀 있었다.
"(아까 그 여자가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차를 기다릴 때 나를 노려보던, 조금은 귀엽게 생긴 그 여자를 상기시켜보았다
그 여자도 나랑 같은 지방에서 올라온 것 같은데, 혹시 만날 일 있을 수도 있니까 줍긴 주웠다. 근데 이걸 어떻게 준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