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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지하철남
w.세렌디피터

[ 2화_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들 ]
*bgm '풍경' by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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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지상으로 나온 여주는 강한 추위에 목에 한기를 느꼈고 무거워야 하는 목이 헐렁해졌음을 알아챘다.
"어, 내 목도리!"
하 지하철에 고이 접어 모셔둔 걸 까먹었다. 남자친구가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같이 쓰자고 사줬는데에... 같은 걸로 다시 살까
고민하다 어디서 산 건지 모르는 여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면접을 성공적으로 끝내자마자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뚜룩/
신호음은 얼마 가지 않아 끊겼다.
"전정국~"
-"누나~ 면접 잘 봤어?"
"당연하지, 내가 누구 여친인데"
-"그나저나 이브인데 못 봐서 아쉽다"
"내일 보잖아-"
-"아이, 그래도.. 보고 싶어 누나..."
참나- 김여주 바라기 어디 안 가요. 힝힝 거리며 아쉬운 마음을
티내는 요녀석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있는 연하
남자친구 전정국이다.
"아 그리고 너 결혼식 간 거는 끝났어?"
"어 끝나고 밥 먹고 있었지,"
"형 한 놈이 늦게 오느라 식전 단체사진을 못 찍어서 끝나고
따로 찍고 가려고"

…
대망의 크리스마스 날
커플들이 시내로 나와 데이트를 즐겼고 솔로들은 술집에서 술을
들이켰다.

"누나!"
"정국아-"
"누나 어제 계속 보고 싶었어"
"어구 그랬어?"

"결혼식 보는데 누나랑 결혼하고 싶었어
계속 누나 생각 밖에 안 났어"
"우린 아직 멀었거든요- 전정국 씨"
과자 사달라는 아기 말리는 말투로 말했더니, 또 나 아기 취급하지.
라는 얼굴로 뾰로통하게 입술 내미는 정국이다.

"나 아기 아니거둔여?"
"쿡"
아 정국아 미안한데 너무 귀여워...
웃참에 실패한 여주가 말을 돌렸다.
"아 그리고 정국아, 누나 그 목도리 두고왔어..."
"커플 목도리?"
"응.. 미안..."
잃어버렸다고 말하기 미안해서 거짓말 좀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나중에 커플 목도리 말고 커플링 맞출 거니까 괜찮아"

나보다 어린 게 이런 멘트는 또 어떻게 이리 잘하는지- 연애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야. 질투 나지만 귀여우니까 봐주는 거다 전정국. 너는 너네 부모님께 평생 효도하면서 살아야 돼 인마.
"누나,"
"어?"

"우리 내년에는 홈 데이트하자-"
그 말을 끝으로 정국은 여주에게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그래, 우리
내년에도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야지. 너랑 있으면 행복해져,
그냥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
그렇게 행복하고 몽글몽글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다. 어젯밤에 취직 문자가 오고 월요일부터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토요일처럼 SRT 같은 좌석을 예약하고 또다시 서울로 떠났다.
그 남자의 잃어버린 반지와 함께.
…
기차 안에 들어와 가방과 짐들은 편하게 내려놓고 나의 새 출발과
어울릴 노래를 찾고 있을 무렵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띠링-
"...!"
이별 통보였다.

"미친놈.."
이대로 있다간 못 버틸 것만 같아 기차 내 화장실로 뛰어갔다.
"흡..."
툭-
"죄송합니다-"
이 와중에 재수도 없지. 화장실로 뛰어가다 팔걸이에 걸쳐 있던
누군가의 팔에 부딪혔다. 서둘러 사과를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
...아?"
"(이거 목도리 주인?)"
"(드려야 되는데)"
따라나간 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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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들어간 여주는 소리 없이 울려 애썼다

"흐읍, 개새끼이..."
왜 끝까지 착한 적이야. 차라리 개같이 굴면 덜 아플 텐데. 고의가
아닌 척 이리저리 핑계로 피해 가는 네가 미웠다. 차라리 그냥 내가
싫어졌다고 하지, 날 좋아했다면서 바람피우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내년에 홈 데이트하자ㅁ.. 끅,"
"흡.."
"하..."
첫 출근인데 얼굴이 부울까 봐 울지도 못하겠어. 반지 주인도 찾아봐야 하는데 이 꼴로 뭘 어떻게 해. 전정국 하여튼 넌 죽었어
…
한편 밖
여주를 보고 따라나온 태형은 화장실 앞에서 발걸음을 다시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친구랑 싸웠나..."
"지금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한 소동이 일어나고 두 남녀는 각자의 출근을 위해 지하철로
뛰어갔다. 여주는 지하철에 타자마자 눈물로 인해 지워진 눈 화장을 원상 복귀하기 바빴고 여주를 따라 탄 태형은 구석에 앉아 타이밍만 보고 있을 뿐 이였다.
"하"
"(개새끼)"
첫 출근이었기 때문에 인상이 더더욱 중요한 날인데... 최대한 빨리
잊고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 한숨 자기로 했다.

"(어, 자면 안 되는데..?)"
"(어 그 저번에 민트 머리 지하철에서 본!)"
"(어 봤다!)"
"(반지는 어떻게 주지..)"
"(목도리는 어떻게 주지)"
"(전정국이 사준 거랑 똑같은 목도리 하네...)"
그의 목도리를 보자 반지 주겠다는 다짐은 다 잊어버리고 목도리를
사며 내년을 기약하던 그 순간이 다시금 떠올라 내 감정을 북받치게 했다. 머지않아 내 눈 가는 촉촉해졌고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눈물이 이내 내 볼을 타고 내려갔다.

"(뭐야 또 울어...? 이번엔 진짜 줘야 하는데)"
"(하..)"
띠리링-
그때 태형의 전화벨이 울렸다.
-"형, 형 나랑 술 마시자"
"나 회사 가는데?"
-"형 정직원이잖아... 오늘 안에만 도안 완성하면 되잖아 "
태형은 유명한 건축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대학을 생략하고 회사에서 21살 취직해 어린 나이부터 시작했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6년 만에
정직원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

" 나 시간 20분 정도만 내준다 그럼"
-"응, 형 회사 앞에 바에서 기다릴게"
갑자기 생긴 약속에 생각해야 할 것이 추가된 태형 또한 여주에게
목도리 주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
…
이번 역은 신사, 신사역입니다-
회사가 신사동에 있던 태형은 급히 내렸고
여주 또한 회사가 신사동에 위치해, 열차에서 내렸다


"형!"
"왜 불렀냐"
"하... 나 자백했어"
"그래 잘했어, 그 여자분은 무슨 죄냐"

또르르…
정국이 비어있는 태형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태형은 냄새날까 봐 안 먹을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한 잔은 마셔야 할 분위기였다.
짠-

"내가 바람피울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 난 너 손절할 뻔했어. 어떻게 바람을 피냐"

"그러게 나도 미쳤지. 이제 정신 차릴 거야"
그래 정신 차리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위로 같은 조언을 해주며 짠. 하고 한 잔을 들이켰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부터 술이라니,
언짢았지만 알딸딸한 게 나쁘지 만은 않았다.
"형?"
"왜"
"아, 아니야...."
그 목도리 어디서 났어?


❤❤
) 어제 태형이 갔던 결혼식은 정국이 간 결혼식과 같은 결혼식으로 둘은 같은 회사에서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고 결혼식의 주인공은
둘이 다니는 건축회사의 친한 형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