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지하철 민폐남



지금은 3시 30분. 엄청나게 각박한 시간이 남아있다. 단 30분만에 45분 거리를 가야한다는 것 이다. 조금이라도 지각하면 안되기에 더 조급하다. 지금 가도 운 좋아야 겨우겨우 오디션을 볼 수 있을텐데, 아까 지하철이 떠났기에 최소 5분은 기다려야한다. 안그래도 짜증나있는 상태에서 뒤에서 누군가 짜증을 내는 것 아닌가. 나도 짜증나는데 뒤에서도 막 그러니까 왠지 나도 그냥 싸우고 싶고, 시비를 걸고 싶어서 뒤에사람한테 필터링 없이 짜증을 냈다.
"아, 진짜. 입이 따발총 다셨어요? 너무 시끄럽잖아요. 여기 다른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하시면 안되죠. 얼핏 보니까 중딩 정도로 보이는데 개념 좀 챙깁시다, 제발."
여주는 이제야 속이 시원한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난 잘못 없어,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개념없이 떠드는 놈은 좀 혼나야해. 적어도 쟤보단 내가 나이 더 많아보이니까.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데 그 사이 벌써 지하철이 도착했다.

여주가 눈을 부릅뜨고 지옥철에서 자리를 찾아냈다. 저긴 구석이기도 하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 비어있었나보군 매번 일어서서 가야했던 지옥철 사이에 유일한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을 받으며 종종 걸음으로 빈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아까 그 민폐남이 여주의 자리를 스틸해가는 것이었다.

"여기 내가 앉으려고 했는데..."
"그래서요?"
이햐 이래서 요즘 중딩들 무섭다는거구나. 눈을 부릅 뜨며 위아래로 야리던 그 민폐남은 다리를 꼬곤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자리는 두개인데 이 남자가 쩍벌을 해서 일부로 여주를 못앉게 하려는걸 보곤 빈정상한 여주. 그래서 내키진 않지만 그 남자 다리위에 그냥 앉았다.
"뭐하시는거예요"
"여가 제가 앉으려고 했던 자리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제가 앉으려던 자리는 꼭 앉아야하는 병이 있어서요."
"아... 저도 모르는 사람이 제 다리에 앉으면 밀치는 병이 있어서요 잠시 실례."
이 말을 끝으로 여주를 퍽 밀었다. 그때 갑자기 지하철이 빨리 달리기 시작했고 여주는 그냥 고대로 엎어져서 곱디 고운 무릎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여주는 너무 놀랐지만 민망한 감정이 앞섰기때문에 그냥 민폐남의 옆자리를 파고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꼬옥 감았다. 저기... 아까 그 여주를 밀치던 민폐남이 미안한듯 여주를 불렀다. 그리고 여주가 고개를 들자 말했다.

"죄송해요, 이 벤드 붙이세요."
드디어 미쳤구나 오여주. 저런 민폐남이 잘생겨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다 겪고. 그렇다고 좋다는건 아니다 절대 네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