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소년, 인어이야기. [BL/찬백]

31.

빗물과 바닷물에 젖고 말리지 않아서 온 몸이 차가웠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후다닥 들어갔어. 

몸의 소금기도 씻어내고, 추운기운도 쓸어보내고 말이야.

눈을 감고있는 찬열의 머릿속은 정말 복잡했지. 

왠지 느낌이 안좋았거든. 

마치 저를 때어놓으려는 듯 백현에게 다가갈수록 더욱 거세지는 파도와 바람. 

눈을 감아 어둠뿐인 정적속, 찰랑이는 물소리만이 들렸어.

눈을 떠봐도 어둠이었지.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심정이야.

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몸을 일으키려하자 곧바로 말랑하고 촉촉한 입술과 따듯한 체온이 닿았어. 

백현이 손으로 눈을 가린채로 다가왔지. 

그리고 가려둔 손을 치우자 말간얼굴이 보였지. 

아, 찬열은 작게 탄식했어.

백현의 푸른눈이 보이지 않았어. 

그 파란눈이 왜.. 왜 안보일까.

"찬열아..?"
'왜 빛을 잃었지? 왜지?'

파란빛이 단 한톨도 남기지않고 사라져버린 백현을 보곤 찬열이 눈물 흘렸어. 

왠지 모르게 슬펐거든. 

사파이어같은 눈이 더이상 빛을 내지 않고 검게 흐려졌어. 

찬열은 그게 자신의 탓인것 같았어. 

겁에 질린 백현에게 찬열이 거울을 보여줬어. 

그 검은 눈을 말이야. 

기어이 얼음이 터지고 말았지. 

인어는 깨달아 버렸어. 

자신이 더이상 인어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곧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찬열과 함께. 

아마도 인어의 본능일거야. 

어떻게든 찬열과 떨어져야 했어. 

지금 당장이라도 찬열을 떠나야하는데, 인어는 그럴수가 없었지.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다급하게 끌어안고, 서로의 입술을 찾는것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어. 

끅끅대며 제 품으로 파고드는 인어를 찬열은 그저 꽉 안아줬지. 

더이상 수정이 아닌 인간의 눈물을 흘리는 인어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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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소년, 인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