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는 모든걸 바닷속에 버렸어.
일기만 빼고 말이야.
해가 뜨고 있었어.
그토록 사랑한 일출을 보며 은은히 미소지었지.
높디 높은 절벽위에 선 인어가 한걸음 내딛었어.
전부를 내걸고 사랑한 소년을 위해 기꺼이 물거품이 되려는 인어는,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어.
마치 나비같았지.
거대한 물보라가 일고, 그 속으로 인어가 빨려들어갔어.
모든세상, 모든 사랑, 모든 오아시스가 소년이었던 인어는
제 세상, 사랑, 오아시스를 지켜내기 위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려했어.
제 손으로 찢어내고 끊어낸 인연이 미약하게라도 남아있기를 바라며.
인어가 빠진 바다에 소년이 뛰어들었어.
가파른 절벽을 망설임없이 뛰었지.
바닷속에서 인어를 찾기위해 주위를 둘러보는데, 빛이 번쩍였어.
소년은 불안한 마음으로 빛쪽으로 돌아봤어.
그곳엔 인어가 몸을 잔뜩 웅크린채 구 모양의 빛 덩어리를 품고있었어.
눈을 감은채 그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지.
빛을 피워내려하는 백현에 찬열은 온 힘을 다해 백현에게로 향했어.
더욱 더 환한 빛이 퍼지고, 찬열은 백현을 꽉 끌어안았어.
구 모양의 빛이 소년의 몸으로 흡수되었고, 인어는 눈을 번쩍 떴어.
"안돼!!!!"
뽀그르르 물거품이 올라왔어.
소년은 인어의 귓가에서 미소를 짓더니, 입맞췄어.
인어의 입에 숨을 불어넣고는, 꼭 끌어안았던 팔의 힘이 빠져갔어.
소년의 입에서 꼬르륵, 마지막 공기방울이 뱉어지고.
인어의 품에서 축 늘어졌어.
인어는 그런 소년을 끌어안았지.
수면위로 팔을 뻗어 헤엄쳐 올라갔어.
축 늘어진 소년을 미친듯이 흔들며 소리쳤어.
"일어나! 일어나 열아, 눈떠! 열아! 찬열아!"
인어의 마지막 눈물이 흘렀어.
눈물이 흘러 바다로 떨어졌지.
아직도 따듯한 소년을 끌어안은 인어가 바다밑으로 들어갔어.
인어의 꼬리를 만들어낸 인어가 바다를 유영했어.
인어는, 인어는.
물거품이 된 소년을 끌어안고
바다 아주아주 깊은곳까지
가라앉았어.
이미 숨이 끊어진 소년의 입에
길게 입맞춘 인어는,
자신의 최후의 숨까지 불어넣었어.
그리곤 인어의 꼬리를 없애고,
인간의 다리를 만들었지.
인어는 소년과 함께
바다 저 밑으로 사라졌어.
- 여름소년, 인어이야기.
이게 여름소년과 인어이야기의 결말이야.
인어는 사실, 슬플때는 진주로 된 눈물을 흘린데.
근데 인어가 정말 슬플때는, 진주가 아니라
데일듯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네가 아니야. 끝내 몰라야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