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공허한 여름
여름실종
여름은 사람이 많은 곳이 싫었다. 왜 싫어하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다. 이유가 있어야하나? 싶기도 하고. 여름은 항상 점심시간 마다 매점에서 빵을 사먹기만 한다. 급식실 정도의 인파도 싫다.
이번에는 이어폰 2개 다 꼈다. 이제 선생님들도 방해하진 않았다. 이유를 말해주니 신고부터 하자는데,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내가 둘러댔다.
한 동안 또 괜찮았다가도,
하루 이틀 지나면 결국 망가져
사람 감정 진짜 뭣 같아
오르락내리락 기분이 답답해
이번 노래도 정말 슬펐다. 아, 분명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밝은 곡들만 있었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또 한 번 생각한다.
" 저기.. "
여름은 한숨을 내쉬며 뒤로돈다. 뭐 딱봐도 명재현 아니야? 이러면서 고개를 뒤로 돌리니,,
복도 끝 창문에선 햇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에 의해 운학의 얼굴은 정말 햇빛과 합체 된 눈사람이었다.
" ..아, 어.. 운학..이네 "
" 어, 옙! 어.. 에... 옆에 있어도.. 댐미까? "
" 응 당연하지 ㅋㅎㅋㅎㅋ "
운학이는 정말 순수한 영혼인 것 같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표정인데도, 옆에 있겠다고 말하지? 그리고.. 왜 계속 옆에서 눈치를 주는거지?
운학은 옆에 있는다고 해서 그냥 있는게 아니였다. 계속 눈치를 주며 ( 사실 눈치를 받고 있는 걸수도. ) 다리를 떨었다. 하지만 여름은 그게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왠지 그냥 노래 같이 듣는 동생 하나 생긴듯 했다.
" 최여름 "
뒤에서 명재현이 여름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처음엔 노랫소리 때문에 명재현인지 몰라서 깜짝 놀라서 움찔하고 말았지만, 그게 뭐.. 우리 눈치없는 운학이에게 보였을 리가 없으니까
" 아.. 어 "
" 백아른한테 다 들었고.. "
명재현은 김운학의 어깨를 두 번 팍팍 친다.
" 운학이는 반 가고. 너는 나 따라와 "
그 말에 운학과 여름이 동시에 당황했다. 이젠 하고싶은 말이 없지만 명재현이라면 풀어줄거야. 라는 생각을 해본다.
명재현은 항상 분위기 메이커였으니, 이번에도 잘 될거야.
그럴거야. 아니, .. 그래야해.
여름은 순간 눈이 번뜩여서 운학의 손목을 잡고는 자기네 반으로 간다.
" ?"
" 어,,으?예? "
" 운학아 따라와 "
드르륵 -
" 백아른. "
아른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고, 여름은 그런 아른을 문 앞에서 부른다.
" 김운학이 할 말 있대 "
아, 이거 저번이랑 똑같은거 같은데
" 잘하고 운학아, 안녕 "
여름은 아른이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운학이에게 인사를 건내고 떠난다.
여름은 아른과 다툰 이후 조금 어색해졌지만,
오히려 여름은 그틈을 타 운학을 아른에게 붙일 생각이었다.
" 그래서, 할 말이 뭔데? "
학교 옥상. 재현은 여름을 이곳까지 끌고왔다.
" 아니,, 그니까.. "
" .. 니가 왜 울어. "
재현은 계속 말을 할려다가 울고 다시 그치면 말하다가 운다. 하, 나도 울고싶다.
" 지금은 내가 울어야 할 처지 아니냐..? "
여름은 옥상 난간에 기대섰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여름의 머리가 휘날렸다.
" .. 백아른이 다 말했어 "
" 뭘 "
" .. 백아른이 말 안했어도..! 알려줬잖아 나한테..! "
" 뭐ㄱ, - "
" 여름.. 여름이잖아..! "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몇 초가 지나자마자 여름은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하핫...푸흣..
" 계절 탓 좀 그만해 ㅋㅋ 나 아직 잘 살아있어 "
재현은 오히려 이런 웃음이 더 불편했다. 왜 괜찮은 척 하는걸까. 이제 나는 친구로도 안보인다 이건가 ...
" ㄱ,그럼! 김운학은 왜 끼워? "
" ... 걔는 - "
여름은 말을 멈췄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를 몰랐다.
운학을 좋아하는 아른
그런 아른을 밀어주는 여름
그리고 그걸 보고있는 재현.
" 운학이는 착하잖아. "
결국 그렇게 말을 해버렸다.
" 아른이 옆에 있으면 상처도 안 줄거고.. 뭐, 나같은 애한테 엮이지도 않을거니까, "
" .. 그래서? "
" 그래서,, 아른이랑 .. 더 잘 어울리고.. "
재현은 그제서야 오늘 일을 다 깨달았다. 여름이 왜 굳이 운학의 손목을 잡았는지. 왜 굳이, 굳이 아른이 있는 곳에서 아른까지 부르고 둘을 붙여놓았는지.
" 너가 빠질 자리 만드는거야? "
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 그런 생각이면, 관 둬. "
.
.
.
한편, 교실 안
운학은 아른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아른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고있었고, 운학은 그 웃음이 그저 불편하기만 했다.
최여름.
아무것도 흘러가지 않는 운학의 머리에 유일하게 있는 것은 최여름이다. 운학은 그 이름이 계속 머리에 걸렸다.
아른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조금 같이 있기 싫었다.
잘하고 운학아.
...
나 밀어낸건가
운학은 입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눈치를 챘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옥상에서 재현은 출입구 옆쪽에 기대 있었다.
" 너 이렇게 하나씩 정리하다가, "
재현이 낮게 말한다.
" 어느순간 부터 아무것도 안 남는다. "
여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 그러면 성공이고. "
" 여름ㅇ - , "
" 백아른 걔는, 혼자 두면 무너질 애야 "
여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 운학이는 누군가 옆에 있으면 버티는 애고.. "
재현은 숨을 삼켰다.
" 그러는 넌? "
그 말이 나오자마자 여름은 난간에서 내려와 재현을 지나쳐 출입구 문을 열었다.
끼이익 - .
" 난 원래 이러는 쪽이 맞고. "
철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