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그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지방에 살아서 가까운 학교가 없었던 터라 버스를 타고 40분은 가야 제일 가까운 학교에 도착한다. 그 날은 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가 오면 생기는 병 같은 건가. 비가 오는 날은 항상 그랬다. 비가 와서 버스 운행이 늦어질까 싶어 10분 일찍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 아저씨 한 명이요. “
항상 내가 앉던 자리, 뒤에서 두번째 줄 창가 자리였다.
익숙한 자리에 익숙한 사람들. 항상 이 시간에 타는 같은 학교 교복 여고생, 출근하는 아저씨 등.. 거의 같은 사람들을 마주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남고생이 내가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새로운 사람이라 그런가.
이 시간 버스는 사람들마다 자주 앉는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얘는 그걸 모르는 듯 했다.
“ … ”

“ .. 저기, 무슨 일 있으세요? ”
자리에 앉아있던 남고생이 말을 걸었다. 괜히 뜨끔해진 나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그 앞자리에 앉았다.
젖은 머리에 조금 풀어진 교복, 그 얘의 모습이 확실하게 기억난다.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나고, 답답한 공기의 버스를 나와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 얘도 같이.
서로 갈 길을 가면 되는데, 왜 이리 어색한지 모르겠다.
“ 혹시 이 학교 다니세요? ”
정적이 흐르는 게 너무 싫어서, 냅다 질문을 던졌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되묻는 격, 괜히 말했나?
하지만 그 얘는 웃으며 답했다.
“ 네. 이름이 뭐예요? “
” .. 유혜림. ”
“ 아, 전 최범규에요. 2학년! ”
“ ..네. ”
지금 생각하면 걔도 날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풀어진 긴 머리에 눈을 덮을 정도의 앞머리. 꽤 음침하게 보였을까? 게다가 성격도 조용했어서, 그때의 나는 누구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성격 자체가 아니다.
“ 몇 반? “
” 2학년 6반이요. “

” 어.. 저는 5반인데, 어쨌든 동갑이니까 말 놔요! “
1시간 전 첫인상과 달리, 꽤나 붙임성 좋고 활발한 얘였다.
이름도 최범규.. 무슨 소년만화에 나올 것 같은 신기한 이름이었다. 어느새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말라 있었고, 머리 위에는 빨간 햇빛이 내리고 있었다.
.. 그게 첫 만남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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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가볍게 생각날 때 쓰러 오는 글 하나 만들어 봤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