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살아남기

01. 괴생명체

바람이 교실창문을 통해 들어와 머리카락을 간질이며 돌아다녔다. 교실 안 학생들은 칠판에 시선을 집중하며 수업 내용을 받아 적고 있거나, 잠에 빠져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 밖에서 비쳐오는 이 모든것들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 모든 게 지금의 계절이 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삐- 삐-.






 책상 서랍 속 학생들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큰 소음에 학생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교탁 앞에서 판서에 집중하던 선생님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알림을 읽어내리던 선생님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아무도 말을 꺼꺼내지 않았다. 곧,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학교 밖에서 들려왔다. 비명소리가 그치고 그르렁대는 소리가 매우 작게 들려왔다. 눈동자와 몸이 떨려왔다. 




내 오른쪽 대각선에 앉아서 다리를 떨어대던 여학생이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게 신호탄이라도 되어버린 듯, 모두 일어나 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나도 이러다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 벌떡 일어나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으음..."


짝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잠들어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 역시 깨우는게 낫겠다 싶어 흔들어 깨웠다.




창 밖으로 많은 수의 학생들이 뛰쳐나가는게 보였다. 몸이 약한 아이들은 넘어지고, 누군가는 그 아이들을 밀치고 밀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기적인 새끼들." 




"으음... 왜..."




아직도 잠에 빠져있는 짝을 다시 한번 흔들어서 깨웠다.




"너 여기서 계속 자다가는 죽어! 빨리 일어나!"






 내가 장난을 치는거라고 생각했는지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뭐래. 하며 웃던 태형이는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듯 싶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질문이었다. 몇 분 전 내 표정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형이다. 




"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잠깐 확인하던 태형이 가방을 챙겨서 사물함에 있는 물건들을 담았다.




"뭐 해? 너도 쓸만한거 담아."




 생각보다 침착한 녀석이었다. 혼자 동공 팝핀을 추고 손 발을 떨어대던 나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사물함에서 체육복이나 칫솔 같은 쓸만한 것들을 모두 담았다. 자신의 사물함에 있던 물건들을 넣은 후 녀석은 다른 학생들의 사물함을 뒤져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쓸만한걸 더이상 찾지 못했는지 교실 오른쪽 구석에 있는 청소도구함에 있는 나무 빗자루와 대걸래를 꺼냈다. 녀석은 발로 밟아 나무만 분리해 냈다. 분리해 낸 나무 중 짧은 나무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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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니까 가지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면 바로 갈기고."





"방송실로 가자 거기엔 cctv도 있고, 화장실도 있어. 아마 침대도 있어. 그 전에 매점이랑 야구부실 들려서 쓸만한것들 좀 가져가자."





"우리 학교 밖으로 안나가?"



 남들처럼 학교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 내 행동에 녀석은 왜 나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밖이 더 위험해. 개방되어 있어서 어디서 그것들이 오는지 모를테고. 그러니까 학교에 있다가 구조를 기다리는게 나아."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었다. 밖에선 사방에서 그것들이 습격해올거고, 나와 녀석 둘이서만 그것들을 상대할 순 없다.




"학교 안에 있는게 안전하겠네.




 녀석은 조용히 내 말에 수긍하고 가방을 어깨에 걸쳐맸다. 일단 더 가까운 매점부터 가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무실과 매점은 매우 어지럽혀져 있었다. 거기서 쓸만한 것들을 찾느라 꽤 애를 먹었다.




다행히 500ml 짜리 페트병은 묶음으로 되어있었고, 테이블 아래에 있어서 멀쩡했다. 매점에선 과자나, 밥 종류 혹은 약 같은 것들을 챙겼다. 가방에 모두 들어가지 않아 약은 녀석과 내 주머니에 넣고, 물은 김태형이 들었으며 나머지는 내가 들고 갔다.



혹시 생존자가 있을지 모르니 방송실로 오라는 쪽지도 남겼다. 생존자가 찾아올까?







 넓은 방송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방송실이 꽤 넓네?"




"원래 이사장실이었거든. 리모델링 하면서 방송실로 바꿨대."




"어쩐지 넓더라."








 들고 온 짐들을 구석에 정리하던 태혈이 창문을 보며 말했다.




"일단, 문을 막자. 무거운거 없어? 의자는 너무 가벼운데."




우리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내가 무거운 물건을 부스 밖으로 끌고오면 태형이가 번쩍 들어 문 앞에 가져다 두는 식이었다. 미닫이 문이라 이렇게 쌓아도 아무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부스 밖으로 꺼냈다.





문 앞에 물건들을 쌓은 뒤에는 태형이 매트리스와 이불을 들고 나왔다.




나는 음식을 냉장고에 밀어넣었다. 음식이 냉장고 안에 가득 찼다.





그 후에는 방송실 구석에 박혀있던 신문지 더미를 복도 쪽 창문에 붙였다. 또 붙였다. 세번째가 되서야 밖의 빛이 안으로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한 번 더 붙였다. 우리의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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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지금부터 우린 여기 방송실에서만 생활할거야. 밖으로 나갔다가는 바로 죽으니까."





 죽으니까. 이 단어를 태형이 강조해서 발음하며, 엄지 손가락으로 목을 스윽 그었다. 





"화장실 제외 개인 행동 절대 금지야."





 내 말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었다. 





"저것들에 대해서 뭐든 알아내면 여기에 쓰자."





 방송부의 일정을 적어놓은 화이트보드를 지우며 태형이 말했다. 아주 작은거라도 적자. 





 평소에는 투닥투닥 싸우다가 이럴 땐 의견이 잘 맞는 우리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어버릴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다행히 전기가 끊기지 않은 것 같다. 충전기도 잘 작동하고 있고, 태형이 뚫어낸 학교 와이파이도 잘 작동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익명 사이트를 눈알 빠지도록 서치하고 서치했다.





"아오, 눈알 빠지겠네." 




 태형이 거칠게 눈을 비비며 자신의 휴대폰을 저 멀리 던졌다. 그 동안 생각보다 많은 수확을 했다. 저것들은 소리만 듣거 움직인다는 것과 우리 동네만 저것들이 퍼져 있다는 것.



생각보다 우리 동네 안에서 익명 사이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내 친구도 있었다. 댓글을 달았다.

 - 혜린아, 나 여주. 우리 꼭 살아서 공방 뛰자.

답글이 달렸다.

 - 여주야. 공방 받고 올콘까지.



혜린이 한술 더 떴다. 아마 더 태연한 척, 밝은 척 하는거겠지.









익명 사이트를 돌다 문득 그런 글을 보았다. 지금의 상황을 남기고 싶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그 글을 보고 나도 내 가방 안에 있던 노트를 하나 꺼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대고 꾹꾹 눌러서 글을 써 내려갔다. 



여기서 살아나가고 싶다. 어른들은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걸 알까?















우리 동네는 완전히 감금되어 있고, 가끔 비행기나 헬리콥터만 떠다녔다. 방송실 창문에는 최대한 눈에 잘 띄는 옷들을 묶어 사람이 있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아무도 우리를 구하려고 노력 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문 밖으로 지나다니는 그것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한 것 같다. 그르렁 대며 먹을 것들이 있나 귀를 쫑긋 세우고는 이상한 걸음걸이로 돌아다니기만 할 뿐, 문을 열려는 노력 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저것들은 우리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다.





 문득 생각나서 태형에게 물었다.





"우리 말고 다른 생존자가 있을까?"





"아니."



"




"없을거야."





 대답은 no 였다.





"식량이 없어서 식량을 찾아다니다가 저것들한테 물려 죽었을걸. 저것들이 여길 떠나지 않는 이유가 그거야. 여기엔 아직 생존자가 있고, 그 생존자는 밖으로 나오거든. 저것들 봐 봐. 귀를 쫑긋 세우고 다니잖아. 어느 한 사람이라도 물려고."





작전을 세우기로 했다. 혹시 저거들과 마주칠 상황을 대비해서. 저거들이 우리한테 오면 저 야구 배트로 대가리를 날려버리자. 태형이 굴러다니던 야구 배트를 들고 휙-. 휘둘렀다. 바람 소리가 났다.




그때 내 눈에 장난감용 비비탄총이 들어왔다. 혹시, 비비탄 총 안에 이런거 들어가? 내가 콩알탄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콩알탄은 어디서 났어?"





"매점에 있던데?"





"위험하게 왜 그런걸 팔았지?"





태형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들어 가냐고. 내 짜증섞인 물음에 태형이 비비탄 총 입구에 콩알탄을 대보았다. 들어가진 않고 걸쳐지긴 해.




"아, 안들어가구나. 그럼 이건 손으로 던져야 하는건가?"





"그럼 이건 어때? 총 입구에 콩알탄을 걸쳐두고 비비탄을 쏘는거야. 그럼 멀리 나가지 않을까?"





 오, 그럴듯한 방법이야. 근데 콩알탄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까?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태형이 대답했다.




"저것들을 이걸로 공격하려고 하지 말고 소리를 내서 우리에게 몰리는 좀비를 멀리 보내는 용도로 쓰자."





"오-. 그럴듯 해."





 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태형이 일어나 화이트 보드에 지금껏 이야기했던 것들을 적어나갔다. 





 근데 우리 물이 떨어져 가, 식량도. 목이 말랐는지, 냉장고를 열어보던 태형이 말했다. 





"뭐?"





 난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태형의 말대로 냉장고에 가득 쌓여있던 음식은 절반이 넘게 사라졌고, 조금 떨어져 있던 쓰레기통엔 그 포장지들이 쌓여있었다. 아, 태형아. 우리 방송실 밖으로 나가야 할 것같아. 입 밖으로는 꺼내지도 못한 말을 태형에게 보냈다. 태형의 표정이 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곧 방송실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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