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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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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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석진 오빠의 메시지였다. ‘잘 잤어요? 다름이 아니라 저 이틀 뒤에 퇴원해요, 아가씨.’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퇴원하면 어쩌라고. 이제 와서 자기 좀 봐주길 원하는 건가?







— 치- 난 또 뭐라고.







사실 선 연락이 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름 심술은 났지만, 메시지 내용이 어떻든, 나에게 그래도 연락을 해줬다는 게 중요하다. 계속 밀어내 놓고 연락은 먼저 하고. 그냥 미웠다. 미워서 답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핸드폰은 두고 준비했다.







‘똑똑’




— 아가씨, 어? 빨리 일어나셨네요?


— 그냥 빨리 깼어요. 근데 오빠 수트 멋있는데요?


— 그래요? 좀 괜찮아요?


— 비율이 좋아서 그런지 잘 어울리네요.


— 감사해요. 아가씨도 아침부터 눈이 부시네요. 아침 드시게 준비되는 대로 천천히 내려오세요.


— 알겠어요ㅋㅋㅋ







매번 석진 오빠한테 서운하고 태형 오빠한테 풀리는 거 같다. 그래도 풀어줄 사람이라도 있으니 좀 마음이 잡혀있는 거 같다. 이제는 나름 옷도 척척 입고 꾸미기도 완벽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활에 완벽 적응이 다 되어 있었다. 원래 여기에 살았던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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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세요, 아가씨.


— 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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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리고 어제 자기 전에 생각났는데 어제 아가씨 저에게 물어볼 거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 아 맞다. 뭐··· 별거 아니에요.







사실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거는 남자들은 원래 실컷 밀어내놓고 뒤늦게 잡아당기는 스타일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온통 내가 궁금한 건 석진 오빠에 관한 궁금증밖에 들지 않는다. 나 진짜 왜 그러지. 저렇게 밀어내는 석진 오빠한테 수없이 실망하고 속상함을 느꼈는데도 사실 너무 좋다. 이미 포기해 버리기엔 늦은 감이 있는 거 같다.







— 그래요? 그럼, 오늘 일정 말씀드릴게요. 


— 설마 첫날부터 빡빡한 건 아니죠?


— 하하··· 말씀드릴까요, 말까요.


— 그냥 하나씩 하면서 말해줘요. 그게 더 나을 거 같아요···.


— 일정이 많다고 하지는 않았는데요?


— 뭐 딱 봐도 많아 보이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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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씩 말씀 드릴게요ㅋㅋㅋ


— 웃지 말아요. 그래서 첫 번째는 뭔데요?


— 아가씨는 인턴부터 시작하게 될 거예요. 제가 항상 옆에 있을 수는 없어도 뒤에서 계속 있을 거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첫 번째는 팀에 적응하는 거예요.


— 뭐야···. 인턴부터 시작이에요? 나 언제 승진해요?


— 회장님 지시가 있었어요. 인턴부터 잘 배워서 올라오는 게 공평한 거라고.


— 난 그냥 이럴 거면 학교가 좋은 거 같아요. 배울 거면 학교에서부터 배워야 하지 않겠어요?


— 죄송해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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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느덧 금방 회사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경호원부터 아빠까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 거 같다.







— 여주야 잘 왔다.


— 아빠, 이건 좀 과한 거 같아요···.


— 정식으로 회사에 입사한 걸 축하한다.


— 감사해요. 일단 얼른 들어가요.


— 네가 있을 팀에도 같이 인사하자꾸나.


— 네? 아니에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아빠는 여기까지만.


— 왜, 좀 그렇니?


— 좀이 아니라 좀 많이요···. 이러면 제가 어떻게 팀원들과 친해져요. 저라도 부담스러워서 못 다가가겠어요.


— 그래? 그래, 그럼. 태형 군이 좀 도와줘요.


—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회장님.


— 들어가세요. 경호원분들도 이제 가서 볼일 보세요. 전 괜찮으니까.







정말 많이 부담스러웠다. 인턴으로 들어가는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환영을 해주나 싶었다. 회사 로비를 들락이는 회사 직원들도 다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냥 무난하게 회사 생활하기에는 글렀다.







[ 그로부터 이틀 뒤 ]







오늘은 석진 오빠가 퇴원하는 날. 그때 이틀 전 오빠에게서 메시지가 온 뒤로 오빠도 나도 메시지가 오가는 건 없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지만, 병원에 찾아가지도 않았다. 회사 일이 빨리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날 처음 반긴 건 석진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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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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