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 달려가 안을 뻔했는데 진짜 꾹- 참고 대답을 무심하게 했다. 사실 힘들어서 지치기도 했고, 일단 쉬고 싶어서 대충 대답하고 만 거 같다. 마음만은 그렇지 않았지만.
— 왔어요? 고생했어요.
— ······.
— 저 쉬고 싶어서 먼저 올라갈게요. 태형 오빠도 잘 가요. 수고했어요.

— 네, 아가씨. 내일은 늦잠 자면 안 돼요.
— 저 빨리 일어나거든요- 잘 가요!
— 내일 올게요. 푹 자고 내일 봐요. 저도 들어가 볼게요. 아가씨 잘 챙겨주세요.
— 네, 들어가세요.
난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얼른 방으로 올라갔다. 이제 석진 오빠와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아직 하나도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아가씨, 들어가도 돼요?”
— 아니요. 저 잘 거예요.
길게 얘기할 시간은 사실상 지금밖에 없었다. 오늘 아빠와 엄마는 데이트하고 오신다고 해서 현재 집에는 나와 석진 오빠 둘 뿐이다.
”잠깐만 얘기해요.“
— 왜요.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건데요.
‘쾅‘
— 아가씨···. 저랑 얘기하기 싫으세요?
— 네. 완전요. 자기 혼자 밀어내 놓고 이제 와서··· 후··· 이제 와서 이러는 건 뭔데요?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기나 해요? 그것도 모르면서 왜 오빠는 오빠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데요?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이 이렇게 터지고야 말았다. 오빠도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우는 내가 많이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한 발짝 나에게 다가와 나를 조용히 안아 토닥여 주었다.
— 나와요. 오빠 싫으니까 나오라고요···. 흐흑···.
— 미안해요, 아가씨···. 내가 다··· 전부 다 미안해요.
— 나 오늘 오빠 생각하다가 종이에 손 베었어요. 퇴원했으면 퇴원했다 말도 좀 해주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죄송해요. 그때도 메시지 했었는데 연락이 없으셔서···. 그나저나 손은 얼마나 베인 거예요. 봐봐요.
— 왜··· 갑자기 또 변했어요?
— 네···?
— 왜 갑자기 나한테 또 친절한 거냐고요. 왜 맘대로 계속 바꿔요? 밀어내고 다가오고. 나 이제 헷갈려요. 오빠가 어떤 마음인 건지.
— 저도 아가씨 많이 보고 싶었고, 그전부터 계속 신경 쓰였어요. 회사 일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아가씨라면 아무것도 몰라 잘 알려줘야 할 텐데 꾸중만 듣는 건 아닐까, 김태형 비서님과는 얼마나 친해졌을까, 별생각을 혼자 많이 했어요.
— ···그런데 나한테 왜 그랬어요···?
너무 의문이 들었다. 나한테 그런 마음이었으면서 왜 내가 다가가니까 오히려 밀어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아직 나는 물음표 상태다.
— 아가씨는 저에게 너무나 큰 존재예요. 아가씨가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 뒤로 저는 전처럼 아가씨에게 친절하게 행동할 수 없었어요.
— 고작···. 고작 그 이유였어요?
— 고작이라뇨···. 아가씨는 아직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많은 좋은 남자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요.
— 오빠. 나··· 좋아해요?
— ······.
— 한 번만 대답해 줘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도 되니까 말해줘요.
— 아니에요··· 그런 거.
— 거짓말···.
거짓말인 게 확실했다. 거짓말도 못 하면서 거짓말을 너무 티 나게 했다. 지금까지 해명한 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니라니. 그건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냥 부정하고 싶었다.
— 진짜 아니에···,
‘쪽’
‘나 실수한 건가’라는 생각은 행동한 뒤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계속 아니라는 오빠의 말에 난 까치발을 치켜들고는 오빠의 볼에 뽀뽀했다. 나도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과 행동은 너무나 달랐다.

— 아가씨···!
— ···미안해요. 그러니까 왜 계속 거짓말해요···.
— 아가씨, 이러시면 정말 안 돼요.
— 나 이제 컨트롤이 안 돼요. 나 오빠 좋아해요. 이미 알았겠지만, 오빠가 계속 생각나서 미치겠고, 보고 싶고 막 그래요.
— ···저도 좋···.
“여주야, 엄마 아빠 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