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뭐라고요?
— ···아니에요. 내려가요.
— 뭐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얼른 말해봐요.
“여주야! 얼른 내려와 봐라. 네가 좋아하는 거 사왔다.“
— 먼저 나가 볼게요. 내려오세요.
— 오빠!!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하··· 진짜 너무 답답했다. 분명 오빠도 좋아한다고 말하려던 게 분명하다. 왜 이때 타이밍이 이렇게 되는지···. 한숨을 푹 쉬며 달려가 오빠 뒤로 따라 내려갔다.
— 뭐예요?
— 네가 좋아하는 빵 사 왔어. 김 집사 여주 빵 좀 챙겨줄래요? 우린 좀 쉴 테니까 여주만 좀 챙겨줘요.
— 됐어요. 내가 해요.
— 아닙니다. 챙겨서 올라갈게요. 회장님과 사모님 쉬세요.
— 그래, 부탁하마.
아빠, 엄마가 쉬러 방으로 들어가고 다시 우리 둘만 남았다. 석진 오빠는 빵을 들고 부엌으로 가서 접시에 빵을 덜었다. 됐다니까 할 말은 마저 안 하고 묵묵히 빵만 덜고 있었다.
— 안 먹을 거니까 그만 해요.
— 조금이라도 드세요.
— 지금 빵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까 뭐라고 하려고 했어요.
— 네?
— 뭐라고 말하려고 했잖아요.
— 별거 아니에요.
— 자꾸 거짓말 할 거예요?
— 먼저 올라가 있으세요. 들고 올라갈게요.
— 아니,
— 올라가서 얘기해요.
— ···알았어요.
올라가서 얘기하자는 오빠의 말에 일단 방으로 올라갔다. 올라오자마자 침대에 앉아 오빠만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뒤 오빠는 한 손에 빵과 다른 한 손에는 연고와 밴드를 들고 내 옆에 앉았다.
— 잠깐 실례 좀 할게요.
— ······.
— 손 줘봐요.
내가 손을 안 주고 오빠만 쳐다보고 있자, 오빠가 나의 손을 잡고 대충 붙여놓은 밴드를 떼어내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 연고도 안 바르고 밴드만 붙이셨죠?
— 그래서 하려던 말이 뭐냐고요.
분명 난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 알기 때문에 꼭 대답을 끝까지 듣고 싶었다. 오빠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밴드를 붙여주면서 말을 이어갔다.

— 다치지 마세요. 아가씨가 다치면 속상하니까.
— 무슨 뜻이에요?
— 충분히 아시는 거 같은데, 저도 아가씨 좋아한다고요···.
— 알았는데 그래도 들으니까 좋네요···. 그래서···,
— 하지만 저는 아가씨를 좋아할 수 없어요.
— 왜요···?
— 아까 했던 말 반복이에요. 그리고 저는 아가씨 집 집사고요. 안 돼요, 저는···.
— 난 괜찮아요. 나만 괜찮으면 되잖아요.
— 아가씨···.
— 그런 말 할 거면 처음부터 내 맘 흔들지 말던가. 왜 이제 와서 그러는 건데요? 그냥 끝까지 밀어내지 왜 계속 좋아하게 만드냐고요.
— 죄송해요···. 제가 컨트롤을 더 잘했어야 했는데···.
— 나 지금은 오빠랑 말 못 하겠어요. 혼자 있고 싶어요.
— ···그럼 나가볼게요. 주무세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속상해서 눈물만 계속 흘렸다. 내가 왜 이런 남자 때문에 계속 속상해야 하는 건지, 왜 이러면서도 오빠가 좋은 건지 짜증 나면서도 지금은 내가 재벌인 게 너무나도 싫었다. 그냥 다 싫었다. 위험한 일은 계속해서 나에게 진행되고 있다. 종이에 베인 게 천만다행이지, 칼에 베일 뻔하기도 하였다. 당장이라도 여길 떠날 수 있지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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