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말 그대로예요. 저 아가씨 안 좋아하니까 아가씨도 오해 마시고 예전처럼 다시 지내요, 우리.
—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오빠 나 좋아한다면서요. 왜 그래요?
— 실수였어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 전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아니···!
왜 또 다른 사람이 된 건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너무나도 얼굴색 하나 변한 것 없이 철벽이었다. 이전에는 싱숭생숭하게 답답하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너무 확고했다. 정말 그런 것처럼.
— 오빠!
난 방문을 벌컥 열고 오빠를 다시 불렀다. 그러더니 여긴 방 안이 아니라 그런지 오빠는 그제야 멈춰섰다.
— 그럼 예전처럼 다시 나한테 잘해줘요. 웃어도 주고 챙겨도 주고 친절하게 해줘요. 나 정말 좋아하는 거 아니면.
— 알겠어요.
— 나 그때 간 바다 가고 싶어요.
— 갑자기요···?
— 네, 갑자기 가고 싶어졌어요. 같이 가줄거죠?
— 준비하고 내려오세요···.
— 알겠어요.
그냥 이대로 나한테 다시 웃어달라고 해도 바로 웃고 예전처럼 돌아올 사람이 아니다. 주말만큼은 오빠랑 둘이 시간을 보내면서 예전처럼만이라도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갑자기 나가자고 말했다. 그냥 붙잡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계획에도 없던 바다를 택했다.
— 오늘 좀 늦으니까 엄마 아빠 먼저 저녁 드세요.
— 어디 가니?
— 그냥 바람 좀 쐐려고요.
— 그래,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라.
— 네, 다녀올게요.

— 오늘 늦게 들어가실 거예요?
— 왜요? 오빠는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
— 잠시만 계세요. 금방 올게요.
오빠는 갑자기 차에 타려다가 다시 문을 닫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뭘 놓고 온 건지 후다닥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오빠가 겉옷 하나를 들고 차에 탔다.
— 늦게 들어간다니까 겉옷 들고 온 거예요? ㅋㅋㅋ

— 아가씨 거예요. 너무 얇게 입고 오셔서···. 아가씨 방에 들어갈 순 없어서 급한 대로 제 거 가져왔어요. 괜찮죠?
— 진짜 이러는데 제가 오빠를 안 좋아할 수 있겠냐고요.
— 아가씨···.
— 알겠어요. 안 할게요. 고마워요, 오빠.
.
— 오빠, 저기 소품샵 있었네요? 원래 있었어요?
— 저번에 본 거 같기도 해요.
— 한 번 가볼래요? 가고 싶은데···.
— 그래요. 아가씨가 가고 싶으면 가는 거죠.
— 좋아요!
.
나는 문득 태형 오빠 생각이 났다. 그때 나 때문에 하루종일 고생한 태형 오빠에게 보답한다고 했던 말이. 잘 됐다 싶어서 소품샵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정말 귀엽고 예쁜 것 투성이었다.
— 헐···. 너무 예쁘다, 이거. 그렇죠?
— 그러네요. 예뻐요.
— 이거 할까.
— 그거 말고 이게 더 아가씨한테 잘 어울려요.
— 아니, 이거 제 거 아니에요.
— 그럼 누구 거예요?
— 태형 오빠 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