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비서님 걸 아가씨가···.
— 질투하는 거예요?
— 네? 제가 언제 질투했다고···.
— 보답할 게 있어서 사는 거예요.
— 알겠어요. 아가씨는 안 사려고요?
— 나도 이거 사면 태형 오빠랑 커플 되는데 괜찮아요?

— 제가 안 괜찮을 게··· 뭐 있겠어요···.
— ㅋㅋㅋ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안 좋아한다면서 엄청 신경 쓰네.
— 전 안 사요. 얼른 계산하고 올게요.
.
— 오빠 얼른 와봐요!
— 왜 그러세요?
— 여기 안쪽에 네 컷 사진 찍을 수 있는 곳 있어요.
— 가고 싶으세요?
— 네!
— 가요, 그럼.
확실히 밖에 나와서 오빠랑 둘이 시간을 보내니까 진짜 막 데이트하는 느낌이었다. 오빠는 내가 가자는 거, 하자는 거 다 같이 해줬다.
— 오빠! 시작 시작! 포즈 해요.
‘찰칵 찰칵 찰칵’
— 마지막 포즈는 뭐 할래요?
— 음···.
— 오빠 그냥 가만히 있어요.
— 가만히요?
— 네. 하나둘 셋,
‘쪽’
난 시간이 다 됐을 때 오빠 볼에 기습 뽀뽀를 했다. 사진이 출력돼서 나온 것을 보니 오빠는 완전 놀란 표정으로 귀엽게 나왔다. 난 행복했다, 이 시간이.

— 아가씨···, 자꾸 이러실 거예요?
— 미안해요ㅋㅋㅋ 안 그럴게요. 이거 잘 간직해야 해요, 알겠죠?
— 네, 잘 간직할게요.
사진까지 다 찍고 바다로 나왔다. 오늘은 유독 커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괜히 좀 부러웠다. 내 옆에 있는 이 남자도 나 좀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 왜요?
— 아니에요. 바람 쐬니까 좋아서요.
— 아가씨 덕분에 저도 좀 힐링하는 거 같아요.
— 그래요? 오빠가 좋으면 저도 좋아요.
— 안 추우세요?
— 아직은 괜찮아요.
— 좀 앉을까요?
— 마침 다리가 조금 아팠어요.
— 얼마나 걸으셨다고.
— 우리 꽤 걸었거든요- 오빠, 저기 노을 져요! 봐봐요.
— 노을 여기서 보니까 참 예쁘게 지내요.
— 저랑 봐서 그런 거예요.
— 그런 거예요?
— 네, 히히. 이제 밥 먹으러 가요!
지금 오빠랑 같이 앉아 있는 이 순간과 배경 모두 근사했다. 우리는 바다 근처 칼국수 맛집으로 향했고, 맛은 당연히 대단했다. 맛이 있는 것도 맞았지만, 오빠랑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 헐··· 벌써 깜깜해졌네.
— 이제 슬슬 들어갈까요?
— 한 바퀴만 바다 더 걷고 들어가면 안 돼요? 소화시킬겸···.
— 바람이 좀 찬데···. 이거 그럼 입으세요.
— 오빠는 안 추워요?
— 네, 저는 추위를 안 타서 괜찮아요. 얼른 입으세요.
그러면서 오빠가 하루 종일 들고 있던 겉옷을 나에게 입혀주었다. 어깨가 참 넓고 등치도 꽤 있는 오빠의 옷이라, 내가 입었을 때는 당연히 엄청 컸다.
— 아, 죄송해요···. 너무 크죠.
— 괜찮아요. 크니까 더 따뜻한데요?
— 그럼 다행이네요.
오빠가 내게 옷을 입혀주면서 살짝 손이 닿았는데 오빠 손이 좀 차가웠다. 진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오빠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빠는 깜짝 놀라 손을 떼었다.
— 아가씨···!!
— 엇···.
—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오빠가 너무 놀라면서 뿌리치는 바람에 나도 좀 놀랐지만, 나는 다시 오빠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한테 진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지만, 오빠에게 빠져버린 이상 헤어 나오는 건 쉽지 않았고 더 빠져버리기 마련이었다.
— 잠깐만 이러고 있어요. 오빠 손 차가워요.
— 아가씨, 이러시면 저 아가씨한테 잘해드릴 수 없어요.
— 치- 그러시던가요. 전 제 맘대로 할게요.

— 진짜 안 돼요···.
— 손 빼면 나 집에 안 가요.
— 아가씨.
— 어차피 여기 나랑 오빠밖에 없어요. 잠깐만이라도 안 돼요? 오빠 손 녹을 때까지만.
— 그럼··· 진짜 녹을 때까지만이에요.
— 알겠다고요~ 근데 오빠 손 진짜 크네요.
— 아가씨가 작은 거예요.
— 오빠는 안 떨리는가 보네요.
— 네?
— 난 이렇게 손잡는 것도 떨리는데. 진짜 사실대로 말해봐요. 나 정말로 안 좋아하는 거 맞아요?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거 같다. 오늘 사진도 찍고, 바다도 걷고, 손까지 잡았는데 정말 나한테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다 내 일방적인 게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정말 안 좋아한다면 이걸 전부 해줄 수 있을까?
— 기분 상하게 듣지는 마세요. 아가씨는 지금 일에 집중하셔서 올라가야 할 계단이 많으시고, 저는 그저 아가씨를 도와드리는 집사일 뿐이에요. 저 아가씨 안 좋아하는 거 맞으니까, 아가씨도 얼른 빠져나오셔서 돌아오세요. 그게 아가씨가 할 일이에요.
—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라고는 안 했어요. 혼자 좋아하는 것까지는 말리지 말아요. 내 마음이니까. 나는 못 해요. 오빠 안 좋아하는 거.
— ···이제 손 놓으셔도 돼요. 따뜻해졌어요···.
— 불편하니까 놓으라는 소리죠?
— 기분 상하지 말고요. 저 아가씨랑 이제 다투고 싶지 않아요.
— 치- 자기가 그렇게 만들고서는···.
— 이제 이 문제로 삐지지 않기. 약속해요.
— 약속은 못 해요. 삐질 수도 있어서. 그건 감정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 아가씨 끝까지···, 알겠어요. 이제 얼른 들어가요.
***
갑자기 다음 편에 1년 후 나와도 놀라지 말아요. 😁
점점 T를 보내줄 때가 오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