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년 후 ]
— 윤 이사님, 회의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 오빠, 엇 아니···, 김 실장님, 뒤에 일정 없는 거 확실하죠?
— 그럼요, 얼른 회의 마치고 퇴근해요.
엄청 빠르게 승진···, 아니 물론 아빠 빽이 살짝 더해져 쑥 올라왔지만, 그래도 내가 잘해서 간 것도 있다. 태형 오빠도 이제 실장으로 나와 같이 승진했다. 아, 왜 뒤에 일정을 비우고 퇴근해야만 하냐면 오늘은 석진 오빠의 생일이다. 다 같이 깜짝 파티를 해주기로 했다.
1년 사이 안 믿기기겠지만, 난 아직도 석진 오빠를 혼자 짝사랑하는 중이고, 오빠는 아직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젠 뭐 익숙하다. 그러면서 내가 태형 오빠랑 막 붙어있으면 질투하면서 아닌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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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할게요.
— 네. 안전 운전 부탁해요~ 아, 케이크 예쁘지 않아요?
— 네, 주문 제작하신 줄 모르고 하마터면 또 살 뻔했어요.
— 다행이에요. 엇, 그런데 그 팔찌 아직도 하고 있네요?
운전대를 잡은 손목 사이로 내가 1년 전 바다 소품 샵에서 사 온 실 팔찌가 아직 채워져 있었다. 한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막상 아직도 잘 착용하고 있는 걸 보니 은근히 감동이었다.
— 그럼요. 누가 사주신 건데. 예뻐서 그 이후로 부적처럼 계속 끼고 있어요.
— 고맙네요, 되게.

— 에이- 제가 더 감사하죠.
사실 전부터 태형 오빠에게만 선물을 준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번 석진 오빠의 생일을 맞아 정말로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진정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김석진.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
— 이게 다 뭐예요?
— 뭐긴 뭐예요. 오빠 오늘 생일이잖아요.
— 김 집사 생일 축하해요.
— 그래, 석진 군 생일 축하한다.
— 생일 축하해요, 석진 집사님.

— 다들 진짜 감사합니다···.
— 오빠! 얼른 소원 빌고 초 불어요.
깜짝 파티는 대성공이었다. 오빠는 완전 감동을 하였는지 당황하며 생각지도 못했나 보다. 오빠가 좋아하니 덩달아 나도 너무 좋았다. 오빠를 향한 미소는 멈추지 않았다.
— 케이크 너무 예뻐요···.
— 아가씨가 직접 주문 제작하신 거예요.
— 아가씨, 정말 감사해요. 너무 예뻐요.
아빠와 엄마, 그리고 태형 오빠까지 선물 증정식이 있었고 나는 따로 오빠를 밖으로 불렀다. 여기서는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할 수 없기에 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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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얼마나 좋은 선물이길래 여기까지 불러요?
— 막 대단한 건 아닌데···. 손 줘봐요. 눈 감고요.
— 여기요···.
나는 오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화려하고 빛이 나는 그런 반지가 아니라 조개가 박혀있는 예쁜 실반지를.
— 짠! 우리 커플이에요.
— 아가씨···!
— 너무 싫어하진 말아요. 나 그래도 엄청 고민하다가 고른 거니까.
— 저희가 항상 가던 그 바다에서 산 거예요?
— 네, 전에 같이 갔을 때 너무 예뻐서 혼자 가서 사왔어요.
— 그래도 예쁘네요. 아가씨, 고마워요.
— 나 아직도 오빠 좋아해요···. 나 이거 고백이에요. 진짜 앞으로 입 밖으로 안 꺼내려고 했는데 나 이제는 못하겠어요. 오빠를 너무 좋아해요, 진심으로.
— 죄송해요···.
— ···괜찮아요. 거절하지 말라고는 안 했으니까···.
— 아니요. 혼자 힘들게 해서 미안했어요.
거절당하는 거 같아 속으로 쪽팔리기도 했고, 속상한 마음이 커서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바라보고 얘기하는데 오빠가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벌떡 들어 오빠를 쳐다보았다.

— 저도 아가씨··· 좋아해요, 진심으로.
— 오빠···!
드디어 내가 그토록 원하던 대답을 오빠에게서 들었다. 정말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 더 들을 필요 없이 오빠에게 안겨버렸다. 너무 기분이 벅차올라 눈물까지 고였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 또 그때처럼 ‘실수였어요.’ 이러는 거 아니죠?
— 아니에요. 실수 아니고 정말 좋아해요.
— 이렇게 바로 말해줄 거였으면 진작에 좀 말해주지. 나 좋아한다고 막 표현해 주지.
— 그게 제 마음대로 안 됐어요. 지금도 사실 잘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더는 아가씨 혼자 마음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요.
— 뽀뽀해 줘요.
— 네···?
— 매번 내가 했잖아요- 나 정말 좋아하면 여기 뽀뽀해 줘요.
나는 볼에 뽀뽀해달라며 손으로 볼을 콕콕 쳤다. 오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에게 입을 맞췄다. 볼이 아닌 입술에 말이다. 난 깜짝 놀랐지만, 또 금방 오빠를 받아들이던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영혼이 싹 빠진 것처럼 순간 힘이 없이 쓰러졌다가 금방 다시 깨어났다.
— 여주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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