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빠···. 나 무슨 일 있었어요?
— 괜찮아? 왜 그래, 갑자기. 어디 아픈 거야?
— 나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힘이 쭉 빠져서···. 나 긴장했나 봐요.

— 웃지 마. 나 진짜 놀랐어요.
— 오빠, 그런데 방금 나한테 반말한 거 알아요?
— 제가요···?
— 흐히···. 이름도 불러줬는데.
— 이와중에 웃음이 나오네요···. 사람 놀라게 해놓고···.
— 나 멀쩡해요.
—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이제 들어가요. 아가씨 요즘 많이 힘드셨던 거 같아요.
— 그럼 우리 이제 무슨 사이예요?
— 이제 서로 좋아하는 사이죠. 얼른 들어가요. 아가씨 감기 걸려요.
— ···음, 네! 아, 반지는 나랑 있을 때만 껴요. 당분간은.
— 알겠어요. 고마워요, 아가씨. 다시 한번.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이? 뭔가 답이 애매모호했다. 또 이 말로 난 자기 전까지 생각에 빠질 게 분명했다. 내가 갑자기 쓰러진 이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일단 나를 안으로 들어가게 하려는 오빠에 우선은 들어갔고 반지는 바지 주머니에 쏙 넣었다. 일단은 비밀로 하고 싶었기에. 사실 내가 비밀로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오빠가 불편할까 봐 그런 거다.

— 오빠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
— 어디 가시게요?
— 마당에 잠깐만···.
— 마당에요? 뭐 두고 오신 거면 제가···,
— 아니에요. 제가 가요. 따라오지 말아요.
— 알겠어요. 얼른 다녀오세요. 아니, 뛰지 말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 ㅋㅋㅋ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런 게 있잖아. 사람이 갑자기 쎄-한 느낌이 드는 그런 이상한 기분. 아니나 다를까 집 마당 나무 뒤 홀이 다시 빛나고 있었다. 하···. 한숨을 푹 쉬고 가만히 주저앉아 보고 있었는데, 드라마나 만화에서만 듣던 홀리는 듯한 말소리가 곧이어 들려왔다.
“완결 하루 전이에요. 당신은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해요. 안 그러면 여기서 영영 죽을 수도 있어요.”
— 괜찮아요. 난 여기가 좋아요.
“당신이 나가지 않으면 당신뿐만 아니라 김석진 씨까지 위험해져요. 그래도 당신의 선택에 확고한가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제는 내가 아닌 석진 오빠까지 건드리나 했다. 피식 헛웃음을 짓고는 그 홀에 말했다.
— 정말 안 돌아가니까 석진 오빠 입에 올리지 마세요.
“그럼, 내일 완결되는 날 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당신이 지금 돌아가지 않는다면 당신, 김석진 씨 모두 죽습니다.”
— ···정말이에요? 나는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는데. 진짜냐고요, 오빠가 죽는다는 말.
“제가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10분 드릴게요.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 저기요! 저기요!
그 말을 끝으로 그 홀에서는 더 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말 죽기라도 하겠어? 싶었지만,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정말일 수도 있으니까. 나 하나 때문에 오빠까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절대로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여태까지 ‘위험하면 뭐 어때’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 표정이 안 좋아요.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죠?
— 마당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겠어요···.

— 아가씨. 무슨 일 있는 거죠?
이제 더는 못 볼 사이가 되어 버린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고 눈물은 마를 새도 없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내가 갑자기 우니 석진 오빠도 많이 당황했고, 나를 많이 걱정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지금은 더욱 그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 잘 지내요, 오빠··· 끕··· 아프지 말고. 오빠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 왜 그래요,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나한테 말 좀 해봐요.
— 오빠는 나의 전부였어요.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예요. 나 잊으면 안 돼요. 알겠죠···?
— 왜 그래요···. 어디 떠나는 사람처럼 그러지 말아요.
이제 가야 하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게 너무나 큰 존재가 되어버렸고, 소중한 사람을 두고 내 발로 직접 현세로 가야 한다니 이건 정말 비극적이었다. 애초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운명,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왜 하필 이 행복한 날, 최대 비극적인 날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사랑해요, 오빠···. 잊지 않을게요.
— 아가씨, 여주야!
— 나오지 말아요! 나오지 말아요, 제발···. 나한테 사랑한다고 마지막으로 말해줄래요···?
— 진짜 왜 그래요···!
— 얼른요···.
— ···사랑해요. 정말 많이···.
— 나도요···. 잘 지내요, 오빠.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시간이 점점 촉박해질수록 나는 더 급해졌다. 하지만 오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뿐이었다. “아가씨!” 오빠의 말소리가 가까워졌다.
— 많이 좋아해요, 오빠···. 그동안 고마웠어요···.
나는 1초를 남기고 홀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후 그 홀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나도 그 뒤로 정신을 잃었다. 웹툰 속에 하루하루는 나에게 정말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대학교 때 처음 만난 정국이, 집사로 만났다가 나의 비서가 된 태형 오빠, 그리고 많이 변해있던 엄마 아빠, 마지막··· 우리 집 집사 석진 오빠까지. 그 행복했던 많은 기억을 절대 잊고 싶지 않다.

— 아가씨!! 여주야!! 이여주!!! 흐···.
오빠가··· 많이 안 힘들어했으면 좋겠다. 이 웹툰이 어떻게 완결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오빠가 많이 안 슬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으면 좋겠다. 그게 내 마지막 바람이다. 오늘은 유난히 추웠고 쓸쓸했다. 세상이 그대로 계속 멈춰있었으면 좋겠다. 오빠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
벌써 다음이 완결이네요ㅠㅠㅠ
완결 편에서는 꽁꽁 숨겨 놓았던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도 함께 넣어둘 것이니 끝까지 기다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