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소년

Ep. 4 과거의 너

1달이라는 약속이 시작되자, 플리는 곧바로 ‘작전’을 세웠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 그것만이 하민의 단단한 벽을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는 열쇠였다.

 


 

 

점심시간, 플리는 일부러 급식으로 나온 계란말이를 쓱 밀어보이며 말을 꺼냈다.

 

 

“하민아, 너 어릴 적에 계란말이 진짜 좋아했잖아. 기억나?”

 

하민은 숟가락을 멈추고, 살짝 눈을 깜박였다.

 

“…계란말이?”

 

“웅! 그때도 네가 이거만 보면 얼굴이 밝아졌었어. 그래서 내가 일부러 더 많이 싸왔었는데….”

플리는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하민은 잠시 멈칫하다가, 시선을 식판으로 떨궜다.

 

 

“…몰라. 그런 기억.”

 

“괜찮아. 난 계속 얘기해줄 거니까.”

 

 


 

 

방과 후, 하민은 평소처럼 체육관으로 향했다. 플리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체육관 문을 살짝 열자, 하민은 도복을 입고 띠를 매만지고 있었다.

 

하민은 습관처럼 거울을 찾았지만, 체육관에 거울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괜히 주위만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순간, 플리의 기억과 완벽히 겹쳤다.

 

“하민아.”

 

플리가 다가서며 작게 웃었다.

 

“너, 어릴 때부터 띠 맬 때마다 거울 확인했었잖아. 그래서 두리번 거리는 거지?”

 

 

“…너… 그걸 어떻게...?”

 

“난 다 기억해. 네가 그때 얼마나 진지하게 띠 각도를 맞췄는지ㅋㅋ 그때 참 귀여웠는데...”

 

하민은 시선을 피하며 도복 띠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에 자꾸만 묘한 기시감이 피어올랐다.

‘…정말 예전에 얘랑 만났던 때가 있었던 건가….’

 

“네가 기억 못해도 괜찮아. 난 계속 말해줄 거야. 네가 어떤 애였는지.”

 

하민은 짧게 숨을 내쉬고, 띠를 다시 질끈 묶었다.

 

“...”

 

“ㅇ..연습해! 너 끝날 때까지 여기 앉아있을께. 같이 하교하자.”

 

 


 

 

그날 하교길, 플리는 하민과 함께 걸었다. 평소처럼 말없이 나란히 걷기만 했지만, 플리는 이 시간이 소중했다.

하민의 집 앞에 다다르자, 플리는 작게 웃었다.

 

“오늘… 고마워. 내 얘기 들어주고, 하루 종일 내 눈치 봐준 거ㅎ”

 

“착각하지 마. 난 그저… 네가 좀 말 걸어준 거 대답해준 것뿐이야.”

 

“알아. 그래도 나한텐 의미 있었어, 오늘 하루.”

 

하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갑게 돌아서서 현관문 앞에 섰다.

“그럼… 이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하민의 뒷모습을 플리는 한참 바라봤다. 어릴 적처럼 똑바른 뒷모습. 그 어깨를 꼭 끌어안아주고 싶던 작은 소원이 떠올랐다.

 

 

플리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민아… 아직은 기억 안 나도 돼. 내가 계속 얘기해줄게. 매일, 한 조각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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