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魔 : 나에게서 떼어내주세요

完. 제 6의 기록





"... 찬별님, 제가 잠시 귀신에게 빙의가 되ㅇ, 커헉-!" 

"너의 그 허술한 거짓말이 내게 통할 것 같느냐?" 

찬별은 윤기에게서 느껴지는 기운과 원혼 특유의 악한 냄새를 맡고 윤기가 지금 '빙의' 된 상태인 걸 알 수 있었다. 인간에게 제아무리 악한 원혼이 빙의했다 하더라도 숙주인 육체가 성하지 않은 터, 찬별이 윤기를 쉽게 제압하였고 뒤따라온 제자들은 윤기의 이마에 統制(통제) 라고 적힌 부적을 붙이고 팔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통과 함께 한 밧줄로 꽉 묶었다. 

찬별은 그 자리에서 바로 퇴마하려 했지만 이곳은 결계의 밖, 많은 귀신이 곳곳에 숨어있어서 자칫하다간 퇴마는커녕 윤기에게 더 많은 혼이 빙의할 수 있었다. 

"여기엔 혼들이 많다, 어서 당으로 돌아가 퇴마를 진행하지."


***


"민윤기 씨에게 묻습니다. 이 거울에 비친 당신에게 다른 이들의 눈이 보입니까?" 

"..."

찬별은 윤기를 거울 앞에 앉히고 거울에 비쳐서 보이는 귀신들의 눈을 전부 거울에 그리라고 하였다. 윤기는 찬별의 말을 듣고 고개를 한번 끄덕, 거리고는 잔말 없이 위쪽부터 차례대로 거울을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다. 

윤기가 거울을 반쯤 채웠을 때 찬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다 쌍꺼풀이 있고 눈꼬리가 내려간 것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부 다 같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지금 그림을 그리는 윤기가 혹시 빙의된 상태가 아닌가 의심되었지만 지금 윤기에게서 나는 본인 특유의 냄새와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진짜 민윤기 본인인 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다 그렸습니다." 

"아, 다 그리셨습니까?" 

때마침 윤기가 다 그렸다며 찬별을 불렀고 찬별과 몇몇 제자들은 그 그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거울에 빼곡히 그려진 눈들에 먹이 아래로 흘러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무언가 오묘하면서도 소름이 끼치는 영혼이 담긴 그림이었다. 

"잠시 뒤로 물러나세요." 

찬별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서둘러 퇴마를 진행하였다. 전형적인 노란색을 배경으로 붉은색 글씨가 적힌 부적을 거울에 그려져 있는 눈 그림 위에다 한 장씩 붙였다. 부적은 거울에 붙자마자 붉은색 글씨들이 검게 변하였고 미세하게 쪼그라들었다. 

마지막 부적까지 붙인 거울을 찬별이 윤기의 품에 건네주며 말했다. 이제 이 거울을 당신이 깨트려야 합니다. 깨트린 순간 어떤 환영이 보여도 그것에 지면 안 됩니다. 그것에 지면 지금까지 한 모든 것들이 헛수고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윤기는 거울을 받고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다 툭 하고 거울을 쳤다. 

가볍게 한번 툭 쳤을 뿐인데도 거울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찬별은 윤기에게 깨진 거울 받고 그 위에 있는 부적들을 떼어서 겹겹이 쌓았다. 

"•••" 

찬별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나뭇가지들에 땐 불에 부적을 한 장씩 태웠다. 하나, 이 인간에게 접근조차 하지 말 것. 둘•••

“마지막.”

금세 마지막 부적을 불태울 차례가 왔고, 찬별은 마지막 부적을 윤기에게 건네었다. 

"이걸 불태우면 이제 다 끝나는 겁니다." 

"제가요?" 

"네." 

윤기는 대답을 듣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부적에 불을 붙였다. 부적은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어 까맣게 타버렸고 윤기는 타버린 새까만 부적을 보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푸하하! 그거 나 아닌데-!! 그 순간 찬별은 깨달았다. 그 눈들이 모두 민윤기, 그의 눈임을.

그렇다. 찬별이 윤기의 이름을 불렀을 때 답을 한 것도, 거울에 눈을 그렸던 것도 모두 윤기에게 빙의한 악귀였다. 원래라면 찬별이 "민윤기 씨에게 묻습니다. 이 거울로 비친 당신에게서 다른 이들의 눈이 보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윤기가 육체를 되찾아야 했지만, 민윤기는 숨어버렸다. 저 깊고 깊은 어딘가로 도망쳐버린 것이다. 

진짜 민윤기는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W. 유한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