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魔 : 나에게서 떼어내주세요

제 2의 기록





"... 줄 돈도 없는 것이 무슨 고기인가 했더니, 인육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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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쯤 지났을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윤기의 몸은 점점 성하기 마련이었다. 그동안 부적을 붙이고 무당의 집에 갔음에도 여태까지 먹어온 인육 때문인지 혼들에게 한이 맺혀 빙의가 많이 되어버렸다. 

윤기는 혼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듯이 괴로웠다. 혼들은 윤기가 죽음을 택하도록 또 하나의 '매개체'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혼령들은 윤기에게 빙의가 하였고. 

혼들에게 빙의가 된 윤기는 목과 손에서 뼈 소리가 나도록 스트레칭을 했다. 

"오랜만에 인간에게 빙의를 해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가 않군... 도대체 얘는 왜 이렇게 약한 것이야." 

"어찌해야 이 자를 죽일 수 있을까." 

''되도록이면 성가시지 않게 죽이고 싶은데.'' 

윤기는 밖으로 나와 저잣거리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쳐다보며 구경했다. 

인간에게 원한이 있어도  귀신은 귀신인가 보다. 인간 구경을 좋아하는 거 보니. 윤기에게 빙의한 귀신들은 사고 팔고 장사를 하며 열심히 자신의 가게를 영업하는 상인들을 보며 말했다. 

"저렇게 열심히 살아봤자 뭐하는거냐, 어차피 쓰잘데기 없는 짧은 생인데." 

빙의한 귀신들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다시 고민했다. 

“이 자를 어떻게 죽이지? 되도록이면 고통스럽게. 내가 귀찮지 않게 죽이고 싶군, 죄를 저지를까? 고문 받다가 죽게.” 

윤기에게 빙의한 귀신들이 고민을 하며 걷고 있을 때, 멀리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나쁜 기운을 쫓고 있던 찬별이와 부딪혔다. 

"아오 육X랄, 어떤 인간이야." 

*육X랄: 육戮은 갈기갈기 찢어버린다는 의미이고, 시屍는 시체를 의미합니다. 즉, 시체를 다시 찢어버린다는 뜻 

"당신이었군요. 그 나쁜 기운을 흘리고 다니던 분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나는 사람이네." 

"나가." 

"뭐? 내가 왜?" 

"나가라고." 

“내가 이 자한테 붙지 말라 했지 않았느냐, 더 이상은 안되겠구나.” 

찬별은 그렇게 말하며 부적을 찢었다. 

찬별이 부적을 찢는 것과 동시에 윤기는 쓰러졌다. 찬별은 찢은 부적을 입에 문 뒤 윤기를 데리고 무당집에 갔다. 

찬별은 윤기가 쓰러진 채 가만히 있자 툭툭 건드렸고, 윤기는 놀랐다는듯이 깨어났다. 

"괜찮으신지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이 이마에 있는 부적은 또 무엇인지..." 

"귀신에 빙의 돼서 쓰러졌습니다." 

“그 인육, 언제부터 얼마나 먹으셨습니까?” 

“냄새만 맡아도 인육 냄새가 코를 찌를 지경인데, 귀신들이 한을 품을 만하군요.” 

“그 이마에 있는 부적은 떼지 마십시요. 혼들이 이 냄새 못 맡게 하는 겁니다.” 

찬별은 그렇게 말하며 마치 자신이 원한을 품은 듯이 윤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인육은 한 번도 먹은 적 없습니다. 그런 건 먹지도 않았습니다." 

"고기를 많이 먹고 자랐다고 했었죠? 그 고기가 바로 인육입니다." 

"예? 정작 맞는 말이옵니까?" 

“이거 이거… 많이도 붙었네. 그 고기 그만 먹고, 날을 잡아 굿을 해야할거 같습니다.” 

“일단 그 부적, 집 들어갈 때까진 붙이고 가시지요, 그리고 집 가서 대문에 붙이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오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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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오늘은 고기 말고 야채를 먹겠습니다." 

"어? 왜 그러느냐, 고기 먹어야 기운이 나지." 

"싫습니다. 여태껏 먹어왔던 그 고기, 또 먹긴 싫습니다." 

"아버지가 큰일을 하셔서 얻어온 건데, 먹어야지." 

"싫다고요." 

“더 이상 저에게 먹으라고 재촉하신다면, 이 집에서 나갈 겁니다 어머니.” 

윤기가 말했지만 어머니는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이 집에서 나가거라." 

“저 찾지 마십시요.” 

한 마디 하고 윤기는 가출을 한 상태가 되었다. 윤기는 당장 갈 곳이 없어 찬별네 무당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더는 못 견디겠습니다..." 

"굿을 하려면 가격이 상당한데, 괜찮으십니까?" 

윤기는 제가 가출을 해서 돈이 없습니다 저 좀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며 슬픈 기색을 내뿜고 있었다. 

여주는 하는 수없이 알겠다고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웬만한 가슴 아픈 사연이라도 돈을 따박따박 받아왔던 여주지만 윤기한테는 저번에도 그렇고, 돈 없이 해줬다. 

그 이유는 사실 윤기가 자신이 어렸을 때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줬던 아이가 윤기를 닮았기 때문에 그 애일지는 모르지만 그나마라도 미안하고 고마움을 덜기 위해 윤기를 도와준 것이었다. 

"자, 버틸 수 있지?”








W. 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