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졌던 윤기는 미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뜬 윤기는 어제의 고통을 증명하듯 눈의 실핏줄이 터져 눈 곳곳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미시 : 오후 1시~오후 3시
인기척을 느낀 찬별은 방문을 열고 들어와 윤기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외관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기에 윤기에게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물으며 상태를 체크했다.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신가요?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일어날 힘이 없긴 하지만 아프진 않습니다. 가슴이 답답하지도 않고요."
"몸 잘 챙기고 있어요. 오늘 퇴마 이어서 할 거니까."
찬별은 윤기를 등지며 웬일에서인지 요란스러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윤기는 자신을 등지고 걸어가는 찬별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온갖 종류의 도구들을 점검하고 있는 찬별의 제자들은 찬별이 방 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많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스승님, 아직 퇴마도 다 되지 않은 사람을 그냥 놔두어도 될까요?"
"여기서 어떠한 조처를 한다 한들 일은 결국에 벌어질 것이다. 그저 어떠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비는 수밖에 없지."
찬별은 그렇게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곤 대문을 열어 유유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오늘따라 조용한 마을에는 몇몇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만 들릴 뿐 평소처럼 장사하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시간 윤기는 다른 원혼에게 빙의되어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찬별이 방을 나설 때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던 그 이유였다.
이 원혼은 얼마 동안 윤기의 몸을 지배해 왔는지 몸을 다루는 게 능수능란했다. 원하는 때에 별다른 이상 행동 없이 바로 빙의할 수 있었고, 몸을 움직여 보일 때에도 빙의된 상태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방 옆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갔다. 다시는 찾을 수 없을 만한 외진 곳이며, 음기가 강해 더욱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숲이 이 원혼이 바라는 목적지였다.
하지만 찬별의 제자는 속였을지 몰라도 찬별만은 속일 수 없었다. 윤기가 자리를 벗어났다는 것을 눈치챈 찬별은 바로 집으로 향해 제자들에게 소리쳤다. 혼을 잠시 동안 통제할 수 있는 부적과 사람을 묶을 끈을 가지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윤기가 막 마을을 벗어나고 있을 때는 이 둘의 거리 차가 많이 좁혀져 한 장 남짓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한 장 : 약 3.03m
그렇게 마을을 막 벗어나고 있을 때 윤기는 찬별과 제자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찬별과 제자들은 그런 윤기를 곧바로 뒤쫓으며 거리를 좁혀갔다.
계속해서 잡힐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윤기였지만, 아직 몸이 성하지 않았기에 결국엔 찬별에게 잡힐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잡았다."
W. 악역러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