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별이 귀신들을 퇴마를 하고 있지만, 윤기는 얼마나 많은 인육을 먹은 건지 끝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수많은 귀신들이 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몸에 계속해서 기운이 빠져나가니 윤기의 육체도 많이 지치고 현재 찬별의 제자들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윤기가 울기 시작하더니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란 제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꽹과리, 장구를 더 세게 치기 시작하였다. 근데 이번 귀신은 기가 센 건지 윤기는 울면서 찬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벌떡 일어나서 음식이 있는 상으로 향하였다.
찬별은 그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태평소를 부는 것과 장구와 꽹과리 치는 것을 멈추라고 하였다. 윤기는 음식이 있는 상 앞으로 가 울면서 찬별에게 배고프다며 얘기했다.
"배가 고픕니다.."
"일단, 저 앞에 있는 음식을 먹거라."
윤기는 찬별의 말을 듣자마자 상 위에 있는 전을 하나 집어서 입에 그대로 쑤셔넣었다. 전을 하나 먹고는 막걸리까지 들이키기 시작하였다. 윤기가 살면서 여지껏 술을 먹어보지 않은걸 알고 있던 찬별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윤기가 다른 잔에 있는 술도 마시려고 할 때 찬별이 술잔을 든 윤기의 손을 잡았다. 제자들도 알겠다는 듯 소리를 낮추었다.
"누구신지요."
"..."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
찬별의 말을 들리지도 않는지 윤기는 술을 다시 마시려고 했다. 그러자 찬별은 윤기의 손에 있던 술잔을 거칠게 뺏어 들고 윤기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인지 알려주시면 술을 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
"누구라고 하셨습니까."
"할아버지."
"어디 쪽 할아버지이십니까."
"친가."
"왜 오셨습니까."
"불쌍해서."
찬별이 눈을 감고 집중하는 순간 윤기가 상에 있는 전 하나와 과일 하나를 집어먹었다.
"혹시, 산에서 돌 닦으셨어요?"
"응."
''왜 닦으셨어요?"
"우리 윤기 살려주려고. 우리 윤기가 너무 불쌍해서 윤기 살려주려고 돌 닦았어. 우리 윤기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이고 불쌍해."
"그러면 할아버지가 여기 아들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럼 내가 윤기 도와주려고 조상이 아니라 신으로 왔는데."
찬별은 오방기를 꺼내어 윤기 뒤로 서서 한 깃발을 뽑아서 맞춰보라고 했다. 첫 번째로 빨간색 깃발을 들고 있는데 단 한 번에 깃발을 맞춰버렸다. 두 번째로 흰색 깃발을 들었는데 그것도 단 한 번에 맞춰버렸다. 찬별은 이 할아버지가 신으로 왔다는 것을 알고 윤기에게 자신이 직접 만들 신칼을 쥐여주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할아버지 신으로 오셨다니까 우리 한번 도와달라고 하늘에게 빌어 봅시다!"
그러자 윤기는 신칼을 높이 들고 흔들다가 장구 소리가 격해지자 더 뛰기 시작하였다. 계속해서 신칼을 흔들다가 찬별은 제자들에게 멈추라고 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너무 화가 나서 왔습니다. 애가 이 지경이 됐는데 부모는 왜 인육을 더 먹였는지.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왔습니다."
"손자가 신끼가 보이는데 이 길로 가야 합니까?"
"가야지."
"그러면, 손자 옳은 길로 가게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도와줄 거야."
"그러면 할머니 손자 몸에 남아 있는 애들 다 불러주십시오."
윤기는 알겠다는 듯 신칼을 높이 들고 더 흔들기 시작하였다.
계속해서 격하게 흔들다가 손을 멈췄다. 그런데 아까의 모습과는 다르게 되게 소심해 보였다랄까. 찬별의 눈에는 아기 영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찬별은 영가를 확인하고 가자고 말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아기 영가를 억지로 몸에서 빼내어 하늘로 보내주었다.
기력이 빠진 윤기는 휘청휘청 걸렸지만 찬별이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나'(찬별)의 목소리를 기억하라고 말하였다.
윤기에게 다시 오방기를 뽑아보라고 건네주자 윤기는 흰색 깃발과 노란색 깃발을 뽑았다. 흰색, 노란색 깃발을 뽑으면 아직 조상령이 남아있다는 것인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조상령이 윤기 몸에 자리 잡고 있는지, 찬별은 더욱 머리가 지끈거렸다.
윤기를 다시 뉘이고 배에 손을 올려 집중하는데 찬별이 배의 왼쪽을 세게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기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움직이려고 했고, 제자들이 곧바로 윤기가 움직이지 못하게 팔 다리를 잡았다.
"어흨... 읔... 으윽..."
"이거 이거 오장 육부가 있을 자리에 구렁이가 잔뜩 있네?"
"너, 누구 따라서 왔어?"
말을 하지 않자 찬별은 더 세게 누르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구렁이 영가는 옆에 친구를 따라서 왔다고 말했다. 그걸 듣자 찬별은 윤기의 배를 더욱 세게 압박하였고 오장 육부에 자리 잡고 있던 구렁이를 윤기의 혈을 따라 빼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찬별의 제자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찬별은 구렁이 영가가 제자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을 알아채고는 제자의 등을 두드리며 구렁이 영가를 빼내기 시작하였다.
"어디서 감히 내 제자의 몸에 들어가는 것이냐."
"순순히 가거라."
구렁이 영가를 빼낸 옆자리에 새끼 구렁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부분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새끼 구렁이도 다행히 혈을 따라 빠져나왔다.
윤기는 가슴 쪽을 압박하자 아까보다 더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몸을 바둥바둥 거렸다.
"이거 누구야. 넌 신 아니야, 조상이야. 그것도 죽은 자살 귀."
“길을 열어 드릴 테니 가시지요.”
마지막으로 찬별은 검은 저승사자 옷을 갈아입고 신 그림과 음식 상 앞에서 검은 천이 달려 있는 막대기를 들고 흔들며 저승사자와 영접을 하기 시작했다. 제자들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승사자가 몸에 들어왔는지 찬별은 밖으로 나가서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윤기는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찬별 앞에 서자 찬별은 검은 천이 있는 막대기를 저승사자의 눈을 피해서 윤기 몸 곳곳에 스치기 시작했다. 찬별은 쪼그려 앉더니 저승사자 말하는 것을 그대로 말하였다.
"가자, 넌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윤기 머리 위에 기다란 하얀 천을 덮고 검은색 천이 있던 막대기를 태우며 그걸로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윤기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하여 찬별은 작두를 타기 시작했다.
근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윤기가 쓰러지며 발작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귀신이 다 떠나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윤기는 발작을 심하게 일으키다 결국 쓰러져 버렸다. 점점 눈이 감기는 모습을 보았고 제자들과 찬별은 윤기를 계속해서 불러댔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찬별은 윤기의 몸에 있는 나쁜 귀신을 가져가는 퇴마는 여기서 중단해야 할거 같다고 생각했다. 귀신 퇴마도 중요하긴 하지만 윤기가 더 중요하기에 찬별은 작은방으로 윤기를 옮기고 제자들과 함께 퇴마를 할 때 사용했던 물건을 아직 태울 수가 없어 큰 항아리에 물건을 다 넣고 항아리 바깥에 부적 여러 개와 동아줄을 둘러 영가들이 못 빠져나오도록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