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魔 : 나에게서 떼어내주세요

제 3의 기록




오늘따라 더욱 칠흑 같은 하늘엔 보름달이 환한 빛을 내며 떠있었고, 그 어둠아래 오직 보름달의 빛에만 의존하여 퇴마 의식을 마친 찬별과 제자들이 곧이어 윤기를 깨끗이 씻기고 자리에 뉘며 
불투명한 천을 윤기의 위에 여러 겹 쌓아 올렸다. 

촛불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키고서 제자들은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절이 끝나자 제자들은 비면을 쓰고 찬별과 윤기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고는 알 수 없는 퇴마 주문을 외웠다. 

점점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고 찬별은 뉘여져 있는 윤기를 일으켜 자리에 앉혔다. 찬별은 윤기와 마주 보고 귀신들을 하나하나 부르기 시작했다. 끝까지 버티는 귀신들도 있었지만 찬별이 한을 풀어주고 길을 열어 보내주었다. 

찬별이 윤기의 몸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순간 윤기가 쓰러지고 찬별이 몸을 움찔 하였다. 윤기의 몸에 있던 동자와 동녀가 찬별에게 옮겨 빙의된 것이었다. 그것을 인지한 제자들은 더욱 격하게 꽹과리와 장구를 쳤다.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격해지자 찬별은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했고, 계속해서 몸부림치다 털썩 주저 앉았다. 

윤기는 기절한 듯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곧이어 찬별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기의 몸에 있던 동자와 동녀가 찬별의 몸에 옮겨 완전히 빙의된 것이었고, 찬별은 장구를 치고 있는 제자에게 달려가 읊조리듯 조용히 얘기했다. 

''나는 이 형이랑 같이 살 거다.'' 

그러자 제자는 동자가 빙의된 찬별에게 단호히 말하며 장구를 더 거세게 치기 시작했다. 

''안 된다. 너는 가야 한다.'' 

동자가 나오고 나니 이번에는 동녀가 찬별에게 빙의가 되어 얘기한다. 

''오빠야, 내는 말 잘 듣는다~ 동자보다 내는 언니랑 같이 살 거다.'' 

동녀가 얘기한 후엔 꽹과리를 치던 제자가 더욱 격하게 꽹과리를 쳤고 찬별은 듣기 싫다는 듯 제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는 그 자리에서 빙빙 돌기 시작하였다. 

찬별이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밖으로 달려가 역겨운 소리를 내뱉으며 토를 하기 시작했다. 제자들은 그게 귀신이 빠져나왔다는 증거란 것을 알아채고 장구와 꽹과리를 계속해서 두드렸다. 

곧이어 윤기가 일어나더니 찬별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정상인 것처럼 보였겠지만 찬별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윤기가 미친 사람인 것 마냥 막 웃어대기 시작하자 찬별은 곧바로 제자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제자들은 찬별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꽹과리와 장구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거세졌다. 

격한 꽹과리와 장구소리를 배경으로 윤기의 주변에 둘러앉아 퇴마 주문을 계속해서 외웠다. 주문이 계속될 때마다 윤기는 괴로워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소리 질렀다. 

찬별의 당집에서 거센 꽹과리와 장구 소리, 고통스러운 비명이 반복해서 들리자 사람들이 수군대며 모여들었다. 몇몇 사람은 익숙한 듯 그냥 힐끔거림을 끝으로 지나가버렸고, 아예 당집에 들어올 기세로 대문을 잡고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찬별과 제자들은 그 관심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퇴마 의식을 진행했다. 

"쯧쯧... 귀신이 몸에 들어가다니…”

"이보시오, 자네 지금 뭘 보고 있나?" 

"저기 보시오! 지금 여기 마을에 소문난 무당인 찬별네가 지금 퇴마를 하고 있지 않은가." 

"저 애는...민씨 댁 윤기 아닌가?"









W. 수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