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세요. 당신 애니까.”

02. “낳을거에요.”





“책임지세요. 당신 애니까.”



“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예상한 답은 아니었다. ‘네?’ 하고 묻는다거나 ‘안 속습니다.’ 라며 문전박대 당하거나.. 근데 저렇게 싸가지 없게 말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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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요. 당신이 한달 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잤을지 어떻게 알고.”

“..없어요..”

“네?”

“..에..없다고..”

“뭐라고요? 잘 안들립니다.”

“나랑 잔 사람 그쪽밖에 없다고!!”








그렇게 따듯한 차를 손에 쥐고 넓은 쇼파에 앉았다. 
이제 무슨 말이 나오려나. 그 후에 말을 듣기 조금 무서웠다. 지우라고 하면 어떡해. 자신은 없지만 아기인걸.

“..낳을거에요.”

“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임신하면 호르몬이 불규칙해진다던데 벌써부터 그러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배 위에
손을 얹고 말했다.

“흐끅,저는.. 아기.. 아기,끅 낳을거에요.. 지우,라고 하지마세요..”

그러자 남자는 당황해서 자기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손에 꼭 쥐었다.

“같이 키워달라고도 안해요.. 근데 제가 아직 신입사원이라.. 아기 낳으면 잘릴지도 모르고.. 그러면 돈이 없어요.. 그니까.. 돈만 주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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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혼자 키우라고 했습니까?”

“네..?”

“책임지겠습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결혼합시다.”

“네?!??”








“결혼이라뇨! 저는.. 저는..”

“나도 당황스럽습니다. 그래도 제 책임이 크니까요.”

그러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하는 걸 들으면 들을 수록 조금 작아지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AJ그룹 본부장이고 저희 아버지께서 그룹 부회장직을 맡고 계십니다.”

“재벌.. 3세..”

“아,예.. 다들 그렇게 말 하시는데..”

27살의 나이에 재벌 3세랑 결혼하게 생겼다. 아니, 이게 정말 하는 게 맞나..?
남자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심각해지기만 했다.

“저는.. 어.. H 회사를 다니고 있고요.. 얼마 안된 사원이에요.. 부모님은 평범한 분들이시구요..”













“집이 어딥니까?”

이야기를 나누고 정신을 차려보니 되게 푹신한 차 안이었다. 임신한 몸이니 데려다 주겠다는데 나 아직 그런 정도는 아닌걸..

“저기 앞에서 내려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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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나중에 올 일이 생겨도 여기서 기다릴까요?”

“아뇨.. 저기 편의점에서 두 블록 더 가야해요..”

그냥 데려다주겠다고 하면되지 뭐 저렇게 차가울까.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결혼 하려면 부모님께는 말씀 드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저.. 진짜 결혼 하실거에요..?”

네.












집에 들어와서는 쇼파에 털썩 앉아 마른 배에 손을 올렸다. 그러곤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야.. 안녕..? 오늘 너희 아빠를 만나고 왔는데 그 사람 엄청 차갑더라. 그래도 나는 너를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어. 말 하길 잘 한거야. 그치?”

천천히 배를 쓰다듬으며 살짝 웃어보였다.

“나는 너 꼭 낳을거니까. 낳아서 꼭 이쁘게 키울거니까. 아가야.. 내가 더 많이 사랑해줄게. 아가야..”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검은색 세단이 주차되어있었다. 아마 저게 그 사람 차겠지.

“타세요.”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 기사님이 계실 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네.”

“저.. 이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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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했지 않습니까. 부모님, 뵈러간다고

“진짜요..?!”

“네. 그럼 가겠습니ㄷ,”

“잠시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