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익숙해져야겠지.”
결혼식 준비는 일사천리로 준비되었다.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아 꽤 풍성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혼자서 본식과 촬영에 필요한 드레스와 턱시도 몇 벌을 고르니 식장과 예물, 청첩장까지 모두 준비되어있었다.
그렇게 1주일 간 그는, 집에 한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따르르-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민윤기 선배] 대학교 선배이자 큰 대기업의 로얄패밀리. 대학교 4년 졸업 후에 2년정도 일 배우다 미국 지사에 갔다고 들었는데.
달칵-
“여보세ㅇ,”
“선배! 무슨 일이에요? 미국 아니에요?”

“야 너는 무슨 내 전화 기다린 사람같이 받냐.”
“그냥 나는 너무 반가우니까.. 선배가 웬일이에요? 전화를 다 하고.”
“나 한국이야. 잠깐 볼래? 밥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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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살 빠졌다?”
“선배는 미국물 먹더니 좀 반질해졌네요.”
“잘 지냈어?”
“그럭저럭..”
“먹고싶은 거 골라.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음..”
“술도 한 잔 할래?”
“술은 못해요.”
“왜 술도 좋아하면서.”
“..안돼요.”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뭐.. 그래. 나중에 또 보면 되는거니까.”
오랜만에 숨이 조금 트는 기분이었다. 원래는 술 한잔 하는 건데 아기를 생각해서 입에도 대지 않는다.
“미국 가서 뭐 하고 지냈어요? 안 힘들었어요?”
“나는 뭐.. 미국 지사에서 일하는거니까. 위에 사람들은 다 한국인이고, 안 힘든 일이 어디있겠어.”
“그럼 한국 다시 들어온 거에요?”
“뭐.. 당분간은. 중요한 계약건이 조만간 있는데 그게 미국에서는 진행할 수 없는거라.”
“바쁘네요.. 하긴 선배야 대학생때도 인턴십하랴 뭐하랴 바빴지. 누가 알았겠어. 그게 로얄패밀리였을 줄이야.”

“야 오바는. 그정도는 아니였어.”
“그런가?”
임신 사실을 알고 결혼 준비 하기 까지 한달 조금 넘게 잃었다 생각했던 웃음을 찾았다. 잠깐이라도. 너무 좋았다.
“너는. 너는 어떻게 지냈는데.”
“저야 뭐.. 대학 졸업하고 알바 열심히 하다가 취업한 게 26살이고. 그냥 중소기업이에요. 아직 사원이고.”
“요즘같은 취업한 게 취업난에 한 게 어디야.”
“선배가 할 말은 아니거든요.”
“그런가..ㅋㅋㅋㅋ”
“아 그리고..”
가방에서 구겨질까 소중히 들고온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저 결혼해요.”

“뭘 그리 소중ㅎ.. 뭐?”
“결혼해요..”
“야.. 말을 하지! 그럼 오늘 밥 말고 뭐를 더 사주는데..축하한다.”
“선배는 꼭 와주셨으면 했어요..”
“결혼이 무슨 죄라고 그렇게 기어들어가는 것 처럼 말해. 그리고 너가 어디가 부족하다고. 공부 잘하지 착하지 예쁘지 애교도 많고 스물 일곱에 취직도 해서 돈도 벌지.”
“..고마워요..”
적어도 결혼은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과 하고싶었는데.. 나를 보고 예쁘다고 착하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애정을 퍼부어주는 사람과 하고싶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보자. 우리 후배님이랑 결혼할 사람이.. 전정국..?”
“알아요..?”
“조만간 계약한다는 회사가 여기야.”
“아..”
“여주야.”
“네?”
“실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고싶어서 하는 결혼 맞지?”
“네..?”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하는 결혼 맞는거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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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 사람은 왜 만났습니까.”
“저한테.. 사람 붙이셨어요..?”
집에 들어와 방에 들어가려니 나를 붙잡는 저 남자.
그러곤 식탁에 앉아 사진 두 어장을 보여준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나와 선배의 모습.
“애인이라도 됩니까.”
“..대학 선배에요.”
“기사가 날 뻔 했습니다. 다행이 먼저 본 기자가 돈을 요구해서 기사화되진 않았지만.. 제가 조심하라고 했던 말은 말 같지 않았나봅니다.”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 감정이 울컥 북받혀 올랐다.
“일주일 내내 집에도 안 들어오더니.. 당신은 회사라도 가서 사람들 만나고 살잖아요. 그런데 나는? 나는 임신하고 다니던 회사도 잘렸어요. 알아요?”
“김여주씨.”
“외박하지 말자며. 그러는 당신은? 당신은 뭔데. 그러면 저따위 계약은 왜 만드는데!”
“…”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고 그래요 나는. 저번주 화요일이 정기 검진 날이였는데, 아이 아빠랑 오라는데 나는 말도 못 전했네요.”
“..연락을 하지 그랬습니까.”
“제 번호는 있으세요? 아이 태명은 아세요? 당신은 그저 우릴 이용할 생각밖에는 없는거잖아.”

“부정할 순 없다만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비서 번호도 남겨뒀을 뿐더러 김여주씨 번호도 아이 태명도 알려준 적 없지 않습니까.”
“묻지 않았으니까요.”
“…”
“그런데 제가 대학 선배를 만나고 온 게.. 이렇게 큰 죄가 되는 건가요?”
“저는..”
“..결혼은, 다시 생각해볼게요. 이렇게는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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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번외 그니까.. 가볍게 쓰는 글이고뼈를 갈아 쓰는 글은 이겁니다
<당신과 잊는 꽃의 인연>
재미와 몰입감은 보장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