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는 못하겠어요.”
마음 속에 응어리진 말들을 털어내었다. 텅 비어 후련한 마음과는 다르게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김여주씨.”
“부르지마세요..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란 말이야..”
“…”
내가 꿈꾸는 결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은 꽤 아프고 힘들게 만들었다.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눈가를 벅벅 닦아내자 그 사람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아 내렸다.
“그렇게하면 눈 상합니다.”
“무슨 상관..! 아아…”
서러움에 북받혀 악을 쓰던 나는 배가 아파 몸에 힘이 빠져 쇼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괜찮습니까?!”
저 걱정이 나에게 해주는 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태동도 있고.. 병원.. 갈거에요..”
내 옆에 조심스럽게 앉은 남자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미안합니다. 집에만 있는 게 그렇게 답답할 줄 몰랐습니다. 지금처럼.. 그러는 줄도 몰랐고.. 아이 태명도 모릅니다. 미안합니다.”
“..결혼식 전에 제 친구들한테도 청첩장 주고 싶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의사 선생님께서도 많이 걸으라 하셨고..”
“태명.. 뭡니까.”
“..별이요. 별이.”
“별..”
부부나 연인처럼 보이진 않아도 서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회사, 아이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정국의 회사 일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배에.. 손 올려봐도 됩니까..?”
아이도 가진 사이에 누가 보면 웃긴 말이어도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큰 손으로 배를 감싸듯 손을 올리고 아이를 불렀다.
“별아.”
어제까지 살짝 살짝 움직이던 아이는 아무 미동이 없었다.
“별아..”
그때 살짝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국은 처음 느끼는 확실한 태동이었다.

그때 그의 미소를 처음 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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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네?”
“실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고싶어서 하는 결혼 맞지?”
“네..?”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하는 결혼 맞는거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물론이죠. 제가 많이 좋아해요. 저한테도 잘 해주고.”
“그냥 소문은 소문인가보다.”
“무슨 소문인데요?”
“괜찮아. 내가 오해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저를 들었다.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래. 여주야.”
“고마워요.”
“힘들면, 또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그래. 당신은 항상 나에게 이런 사람이었지. 따듯하게 그리고 쉽게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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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수치가 너무 낮아요 산모님.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밥도 잘 챙겨 드셔야하고요.”
“네..”
“요즘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어지럽거나 그러시진 않르신가요?”
“최근에 배가 땡기는 거 같기도 하고..”
“혈당이 낮은 편이라 입덧이 심해도 남편분 시키셔서 뭐라도 드셔야해요.”
“네..”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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