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속, 말동무

조직 속, 말동무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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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속 말동무
머금.











" ... 어? "







" 말했잖아요. 져주고 있다고. "







아니... 그러니까 그가 이미 져주고 있다는 말이 제게는 충격적인 것이다. 아니, 그러면 져주고 있지 않고 바로바로 그대로 필터링도 안 거치고 나오면 그건 진짜 폭력일 것이다.

충격을 먹을 대로 먹은 저는 입을 벌리고 있다가 갑작스레 제 코를 자극하는 소독약 냄새 때문에 금방 다물어졌다.

또 그런 제 행동에 한 쪽 입꼬리를 말아올려 픽 웃으며 등을 보이고 다시 의자에 앉아 할 일을 하는 그를 보고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재수가 없을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띵동





그 순간, 의료실에 울리는 벨소리에 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문 쪽으로 향했다.

한껏 경계한 저였지만 스스럼없이 문 앞으로 다가가는 그를 보고 외부인이면 어쩌냐는둥 조심하라며 애쓰며 말렸지만 결국 그는 문을 열었다.

위험을 대비하여 발목에서 잭나이프를 꺼낼 준비를 하는데 외부인은 커녕, 들어오는 건 그의 품에 꼭 안겨들어오는 익숙한 박스였다. 응, 뭐... 왜 익숙하냐 묻냐면 약품을 시키면 다 저 상자에 오니깐? 그러니까 제 말은 또, 이번에 또 약품이다 이 말이다.






" 아니, 또 약품이야? 아... 보스는 우리 의료실 안 들리셔? 아니 의료실에 넘치고 넘치는 게 의료약품인데 어떻게 하루를 안 넘어가시고 매일 그렇게 의약품들을 주문하셔? 야, 다른 조직에 비교도 안 될 만큼 우리 의약품 존나 터지는 거 알고나 있냐? "






" 네, 너무 잘 알죠. 어떻게 아셨어요? 보스 저희 의료실 1년에 올까, 말까인데. 완벽하게 캐치하셨네요, 스나이퍼님. 그정도 추리력이시면 해커를 하시지 왜 스나로 길을 나셨어요? "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저는 그의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이 그냥이랜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 않거나 숨기고 싶을 때 쓰는 말이라는데... 그렇다면 저는 지금 그의 말에 그냥이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왜일까, 제가 스나이퍼로 들어온 계기가 무엇일까.

아니, 처음부터 저는 스나이퍼가 아니라 그냥 그런 조직원 쫄따구였다. 하지만 그 직급이 인정받지도 못하고 하찮은 계급이라는 걸 깨달아서, 그때부터 미치도록 훈련했다. 어디라도 알아주는 계급에 들어가고 싶어서 발작을 했었다.

그래서 사격장 주인이 저라는 소문이 자자했을 만큼 거의 사격장에 살다 싶듯이 훈련하고 연습했다. 다행히 그 노력 끝에 스나이퍼로 전직하게 되었지만 진짜 그냥 알아주기만 한다. 실력이 아니라 이름만, 고작 이름만 알아준다. 저는 보스에게 고작 이름만 불리려고 그렇게 악착같이 버텨낸 게 아닌데, 갑작스레 억울한 마음이 울컥 쏟아부어지는 것일까... 눈시울이 금방 붉어져 그에게 보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는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아마 너무 몰입해서 과거를 회상했나, 그가 저에게 걸어오며 나는 구두소리도 미처 듣지 못했다.

잘 먹지도 않아서 마른 손에 힘은 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빳빳하게 고정이 되어 있는 제 고개를 자신 쪽으로 돌리기에는 충분했나 보다.

너무 갑작스레 돌려지는 고개와 또 너무 갑작스레 마주하는 그 얼굴이 너무나도 달가워서, 너무나도 구세주 같아서 붉었던 제 눈시울에서 투명한 액체가 두어 방울 흐르는 느낌이 들어 다시 고개를 돌리려 힘을 줬지만 그가 제 고개를 고정시키는 힘이 더 강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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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왜 우는 거예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막 뱉은 말이 스나이퍼님께 상처가 됐나요? 정말 미안해요. 스나이퍼님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할 의도는 없었어요. 진짜에요, 믿어주세요. "






제가 흘리는 눈물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나,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떠오며 입술을 힘껏 깨무는 그를 보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면 들어오는 제 짠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도 못하였다. 그냥 제 고개 저음이라도 그에게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한참을 울고나서야 진정이 된 저는 아직까지 진정이 되지 않은 제 코를 두어 번씩 훌쩍이며 붉어진 눈시울을 다시 본래대로 돌리려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러고 아까 제 눈물이 그렇게도 신경이 쓰이는지, 본인의 일을 하면서도 계속 저를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 그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 ... 큼, 제가 너무 터무니없이 울었네요. 혹여나 너무 실례했나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






" ... 안 하세요? "






" 네? 사과라면 이미... "






" ... 반말...!! "






" 네? "






" ... 왜 존댓말 쓰세요? 저 불편해요? 왜 반말 안 쓰세요? "






아, 아차 싶었다. 제가 방금 그에게 말한 것중 제가 그를 높여서 부른 게 그렇게도 인식되었나 보다. 이런 상황에 말 트는 걸로 꼬투리를 잡다니, 어떨 때 보면 그는 참 이상했다. 지금도 그렇고 정말 너무나도 이상한 의료원이다.

그리고 서랍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며 주머니에 넣고서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였고 그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제 등은 소파에서 점점 등을 뺐다.











그가 제 팔을 잡더니 손바닥을 보이게 하여 그 위에 캐릭터가 새겨진 비타민을 여섯 개 쥐어줬다. 너무 당황하고 어이가 없는 나머지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그를 뻔히 올려봤다. 그러자 그는 아이를 가지고 있는 가정을 꾸리는 조직원들이 가끔씩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여기서 맡길 때 항상 주는 비타민이라며 건네던 것이었다.

그 말이 너무나 의심스러운 나머지 정말 그게 다냐고 물었지만 아이들이 항상 오면 눈물부터 보여서 그 이후로 주는데 저도 방금 울어서 주는 거라며 말을 더 덧붙이는 그였다.






" 아이고, 감사해서 자지러지겠네? 근데 뭐, 조직원들의 아이들? 미친 거 아니야? 보스는 아셔? 아니, 도대체 누가? 간땡이가 부은 거야? 아니 조직에 애기들을 데려오는 미친놈을 봤나, 이거 보스나 부보스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






" ... 부보스. "






" 응, 부보스한테 말하자고? 내가 당장 말하고 올게. 그 조직원은 뒤졌어 이제. "






" 네? 아니, 야...!! "











그가 저에게 소리도 치기 전에 부보스실로 향한 저였고, 오랜만에 들리는 부보스실에 제가 무슨 일이냐며 용건부터 따지는 저희 조직 배불뚝이 부보스였다.






" 아니, 부보스님. 저희 조직에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하는 작자가 있다는데 도대체 누구입니까? 누가 이 위험한 곳에 아이들을 데려와요? 당장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 어여주, 그게 나라면 넌 지금 무슨 변명을 댈 텐가? "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인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작자를 주제로 따지려 왔겄만 그 작자가 부보스라고? 부보스의 말에 제 머릿속에서는 볼륨 100으로 올린 천둥이 마구잡이로 내려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이미 그 작자의 험담이란 험담은 다 지껄였다. 뭐, 그의 앞에서 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필터링을 계속 거쳐서 나온 말이라 다해이긴 하다만 이미 너무 부보스를 내려까는 발언들을 충격적으로 많이 한 저였다.






" 어여주,... 너 스나이퍼로 등급되기 전에 의무실에 처박혀 있다고 하던데... 응, 요즘 전정국 그 어린놈 혼자 애들 치료하기 벅차 보이던데 너가 지원 좀 하자. 나 내려깐 형벌로 ㅎ. "






어쩔 수 없었다. 부보스의 말에 대꾸하면 어떤 더 끔찍한 형벌이 내려질 것을 알았기에 애초에 저한테 부보스에게 가서 말하라고 한 전정국을 원망하며 그 석자를 곱씹으며 씩씩거리고는 의료실로 갔다.

그러자 왜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문을 여냐며, 문 부서지면 제가 책임지겠냐고 물어오는 전정국을 보고 냅다 그에게 가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러자 꽤나 아팠는지 옅은 신음을 내뱉고 제가 때린 그 머리를 부여잡으며 왜 때리냐며 제게 따졌다. 그러자 저는 지금까지 한 일을 그에게 말했고 그는 어이가 없었는지 또 저를 보고 픽 웃었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이지 그의 웃음은 재수없기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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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분명 스나이퍼님께 부보스의 아이들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제 말은 끝까지 안 듣고 먼저 자리 벅차고 나가신 분 성함이 뭐더라... 어여주라고 했던가? 그런데 그 이유로 저 때렸네요? 그 값은 하셔야죠, 스나이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