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와, 너무 끈질긴 거 아니야? 이제 슬슬 털어도 되지 않나? "
어두운 밤, 음침한 골목길에서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날 리가...
제 부하직원들에게 얼마나 터진 것인지 그 양반의 하얗던 옷은 어디에 갔는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고 입술은 또 얼마나 터졌는지 새어나오는 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응- 윤기나고 멈추지 않을 피라면 맛보지 않아도 비리다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문제였다.
꽤나 심한 구타에도 자신의 조직에 대한 정보의 정자도 꺼내지 않는 양반이었기에 고개를 까딱하여 둔탁한 구타가 난무하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하나 둘 쓰러져가는 소리에 설마 싶어서 뒤를 돌아봤다.
그치, 가관이 아닐 수가.
그 양반의 지원군들이 언제 온 건지는 몰라도 그 지원군들이라는 작자들이 쇠파이프로 제 부하직원들의 머리를 가격하며 쓰러트렸다.
무조건 저희 한 수 위라고 생각하여 총기란 총기는 다 두고 온 저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서서히 뒷걸음을 치다가 결국에는 자리를 내뺐다. 뭐, 그렇다고 곱게 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까부터 뒷통수에서 계속 무언가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기에 만져보니 만졌던 제 손은 금방 피가 범벅되어 제 시선에 들어왔다.
윽, 옅은 신음과 함께 그 비리도 비린 피냄새와 함께 저희 조직으로 복귀하여 당장 의료실부터 찾았다.
치료? 그게 뭔지도 모른다. 그저 제 하나뿐인 말동무이자 저희 조직 의료원인 메딕이 좀 보려고 가는 것이다.
잔소리나 들을 텐데 왜 가나 싶지만 그 친구 얘기는 어떻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그리도 쉽던지, 말하면 울던 신생아도 금방 다그치고 재울 수 있을 정도의 잔소리라니까?
뭐, 금방까지 오늘 제가 돌아올 계획에도 없어서 부기영화라도 한 편 찍을 작정이었나... 제가 들어오자마자 표정을 굳히며 경멸스러운 눈빛을 제게 보냈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그의 자장가, 아니... 잔소리.
듣는 중이다. 응, 최선을 다하여 듣는 중이다. 헌데 듣는다던 사람이 지금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이나 후비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 진짜 보기 좋습니다, 네? 아니 싸움이라도 못하시면 아랫 것들한테나 시키시지 왜 나대고 지랄이세요 지랄은? "
" 어쭈,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말을 막 함부로 하시나? 나 이래뵈도 스나이퍼야, 이 양반아. "
" 스나이퍼면 그 상황에 스나이퍼답게 총이나 따당따당 쏘시지, 방아쇠를 당기지도 못해서 대가리나 깨지고 오셨어요? 그리고 먼저 말 깐 건 처음 제 의료실 와서 저한테 싹바가지 없게 대한 건 다 무르나 봅니다? "
어떻게 그에게로부터 이기는 날이 없었다.
아니, 본직업이 무엇이면 저렇게 사실만을 콕콕 아프게 찔러넣으실까나...
글래서 더욱 반박할 수 없었다. 왜냐고?
진짜 저 의료관이라는 작자가 다 맞는 말만 하거든. 그의 말 중에서 맞는 말을 찾는 것보다 틀린 말을 찾는 게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울 수도 있지.
하지만 뭘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 상황이라면.
무슨 좆밥같이 생긴 쫄따구들이 떼몰이로 몰려오지를 않나, 총기도 없는 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나.
응, 정말 저로서는 할 수 있는 건 도망, 그 뿐이었다.
" ... 아, 거기 피 계속 나는데 "
" 응, 그래서 뭐? 치료라도 받으라고? "
" 뭐, 받으면 저야 안심이라도 하겠지만 땡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아시겠어요? 벽지 말입니다, 벽지. 벽지 흰색이니까 스나이퍼님의 그 비리고 독한 핏자국 남기지 마시라는 말입니다. "
" 뭐? 내 피가 뭐 어쩌고 저째? 야, 네가 뭘 좀 모르나 본데? 내 피 존나 달거든? 그 자리에서 먹어도 안 뒤져 이 빡대가리 새끼야. "
" 아, 그리고 내가 치료받으러 오는 게 아니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닥터님 말동무 해 주러 오는 거야. 영광으로 알아도 모자를 판이라고, 넌. "
" 지나가는 지렁이 한 마리나 주라는 말로 들립니다만, 아무렴 제가 불법으로 이 조직에서 의료관으로 임하고 있다지만 정작 본인의 피가 달다고 말하는 스나이퍼님보다는 제 두뇌가 한 수 위라고 봅니다. "
" 그리고... "

" 앞으로 제 앞에서 말동무인가 나발인가 지껄이려면 아마 무사히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안 그러면 제가 우리 스나이퍼님 아가리 죽창낼 수도 있으니까요. "
저를 치료하려 수납장에서 의료키트를 꺼내서 허리를 숙여 약품을 찾던 그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허리를 빳빳하게 치켜세워 저를 지그시 쳐다보며 고개를 한 쪽으로 두어 번 까딱인 후 제게 다가와 한 말이다.
솔직히 조직에서 총도 제일 많이 다뤄보고 익숙한 저였지만 그의 말에는 반박할 수도 없었고 그저 애꿎은 가느다란 침들만 꿀꺽꿀꺽 삼켜댈 뿐이었다.
목에 침이 삼켜지는 게 보이던 그는 이내 저를 향해 피식 웃어보이고는 농담이라며 얼버무리고 다시 의료키트를 향해 허리를 숙여 붕대와 약품들을 가지고 다시 제 앞에 서서 찢어진 제 머리를 자세히 살피다가 겉에서 봤을 때 심각한 건 알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 가관이네요, 추하게시리.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얼마나 기가 찼는지, 그가 치료하려 숙이게 한 제 고개를 다시 빳빳하게 들어 그에게 따지려들었지만 금방 다시 제 고개를 손가락으로 짓누르며 치료 중이잖아요. 가만히 좀 있어요. 그러다가 바늘이 눈깔 찌르면 어떡하게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 다 됐네요. "
" 아, 그러게... 다 됐네. 아 나 궁금한 거 있는데... "
" 아니요, 거절이요. "
" 뭐? 이봐, 나 한 마디도 안 했거든? "
" 음... 방금 열두 마디 정도 꺼내셨네요. 만족하셨죠? "
" 아, 아아, 아 진짜!!!! 내가 너랑 대화만 하면 진이 다 빠져서 나가는 이유를 알겠네. 어째 한 마디를 안 져, 너는? "
" ... 그래요? "

" ... 저 지금 꽤 져주고 있는 건데, 왜 그렇게 느끼실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