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길들이다

17. 우리 사이는

제 17화.


[우리 사이는]


W.말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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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냐.. 그만 마셔 김여주"


"야아.. 왜 뺏어가!!!!"


"어우 이놈의 기집애가 목소리는 왜 이렇게 크냐?"


"내놔아..."



범규의 자취방에서 양 볼이 잔뜩 빨개진 채 술을 마시는 여주와 그 옆에 안주만 쳐먹고 있는 태현이가 있었다. 갑자기 남의 집에 와서 이러는게 마음에 안 드는 범규였지만 아무리 봐도 잔뜩 풀이 죽어있는 여주의 모습을 보니 신경은 또 쓰였나보다.


"너 최연준이랑 싸웠냐?"


"..."


흐어어엉ㅇ-! 훌쩍 거리던 여주를 말릴 새도 없이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야 야!! 강태현 미친놈아 그딴 소리는 왜 해서


"울지마 김여주!"


"나, 나는, 그런게 아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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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싸운거 맞네"


"그런 소리가 나와? 김여주 울어 어떡하냐"


"냅둬"


뭘 냅둬 냅두게 생겼나 지금!.. 최연준이 알면 우리 대가리 존나 세게 맞을 상황이란 말야....


일단 범규는 여주에게 술을 제공한 걸로도 모자라 태현이와 같이 여주를 울리고 말았다. 아이씨.. 곤란한듯 머리를 긁적이던 범규가 이내 결심한 듯 태현을 툭 툭 쳤다.


"여주. 집에 데려다놓자"


"뭐? 얘를?.. 미쳤어? 지금 쟤 안 보여?.."


태현의 말에 범규가 슬쩍 여주를 보니 어느새 울음을 그친 여주가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던 범규가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ㅇ,"


["여주가 전화를 안 받아. 집에도 없어"]


최연준이였다.


["혹시 너네 집에 있어?"]


"...어.."


아니. 없어 우리 집에.
범규가 대답을 하자마자 강태현이 벌떡 일어나 입모양으로 '미쳤냐? 들키면 어쩔려고' 라며 범규를 쳐다봤다.


["하... 어디 간거야"]


"야 최연준 너 여주랑 헤어졌냐?"


["뭐?"]


술김이라서 용기가 났는지 비장하게 물어본 범규의 질문에 연준이가 당연하게 대답했다.


["재수없게 그딴 소리는 왜 해. 안 헤어져 우리"]



***



"으..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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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드디어 일어나셨습니까? 마님? 예? 잘 주무셨습니까?"


"..뭐야 너가 왜 우리 집에"


..아니지. 여긴 내 방이 아닌데? 주위를 둘러보니 낯선 방이였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범규를 바라보니 지가 더 어이가 없었는지 내 이마에 딱밤을 때린다.


"우리 집이거든 병신아? 너 빨리 집에 가"


"야! 내가 잠들었으면 깨워줬어야지!"


"너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단거 최연준한테 말하면 죽여버린다!.. 우리 들키는 날엔 다 죽은 목숨이야"


이제 비켜 나 잘거야. 


날 침대에 눕혀 재우고 난 뒤 거실 소파에서 잤는지 범규는 피곤해보였다. 미안한 마음 반, 당황스러운 마음 반이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뻥긋 거리고 있는데 이불을 덮던 최범규가 눈을 감으며 말 했다.


"고마우면 나중에 반찬 또 해줘"


존나 맛있더라 그거. 그렇게 말한 범규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거실에 나가니 바닥에 널부러져 자고있는 강태현을 발로 치우고 어질러져 있는 술병들과 안주도 치웠다.


하..머리 깨질 것 같네.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대충 시간을 보려 핸드폰을 켰다가 심장 멎는 줄 알았다.


'부재중 전화 23통'


발신자는 연준이...


세상에.. 나 미친년인가. 그치만 다시 전화 걸기가 너무 무서웠다. 어제 그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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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네 얼굴 보면 진짜 화 낼 것 같으니까 말 걸지마'



지금쯤이면 화가 풀렸을까. 아니다 내가 잠수를 타는 바람에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이러다가 내가 싫어지면 어떡하지.. 괜히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여보세요?..응 엄마"


["어머 여주야! 왜 목소리에 힘이 없어"]


"방금 일어나서 그래. 무슨 일이야?"


["엄마 아빠랑 조금 더 머물다 가려고 그러지.. 집에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그냥 실컷 놀다 와요. 내가 애도 아니ㄱ...."


엄마 내가 다시 전화할게. 끊어봐.


집에 거의 다 도착한 내가 발견한건.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자고있는 연준이였다. 쟤가 왜 저기에.. 설마, 밤새 저러고 있었던 건가? 놀란 마음에 뛰쳐 갔다.


"연준아..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일어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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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야?.."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연준이와 시선을 맞추려 똑같이 쭈그려 앉았다. 연준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나는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몰랐다. 그 때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눈에 조금씩 눈물이 고였다.


"연준아 너!.."


우는거야? 말 없이 눈물을 흘리던 연준이가 이내 나를 끌어안았다. 덩달아 연준이에게 안긴 나는 가만히 등을 토닥여 줄 수밖에 없었다.



"..여주야 나 버리지마"


"..."



아이같이 엉엉 울며 말하는 연준이의 예상치 못한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널 왜 버리지? ..
어떻게 답을 해야 연준이가 안심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대답없는 내가 불안한듯 나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주는게 느껴졌다.



"그런 말을 왜 해 최연준"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날 버리고 가나 생각했어"


"누가 널 버렸ㅇ.."


아... 그제서야 생각났다. 이나은. 이나은이 그랬지
연준이를 매정하게 두고 갔었지. 연준이는 불안했겠구나..   그 생각을 마치자마자 연준이에게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멈칫한 연준이가 곧 내 뒷머리를 감싸안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참을 혀만 뒤섞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숨이 찬 내가 입술을 떼자 촉- 하는 민망한 소리가 들렸다.



"연준아 좋아해"


"..."


"그리고 어제는 내가.. 잘못 한 거 맞아. 미안해"


"여주야 그건-"


"화나게 해서 미안해.."


그 말을 마치고 연준이의 품에 파고 들었다. 누가 보면 대낮부터 집 앞에서 뭐하나 싶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


"씻었어?"


그리고 최연준은 내 집 앞에서 밤을 샜던게 맞았다. 자기는 아직 어린애라 추위에 끄떡 없다고 우기던 연준이였지만 나는 단호했다. 우리 집에 데리고 온 연준이를 무조건 따뜻한 물에 씻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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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씻었어. 뭐야? 밥 하고 있었던 거야?"


연준이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며 나왔다. 물론 바지만 입은 채로. 급하게 시선을 돌려 밥 하는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나를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뒤에서 나를 끌어안으며 내 어깨에 자기 턱을 놓았다.


"..야 옷은 입고 다니지?"


"바지 입었는데?"


"아니 누가 바지 말했나!.."


쪽-


신경질을 내며 국자를 들고 뒤를 돌자마자 보이는 연준이의 가슴팍에 1차 놀람. 내 입술에 입을 맞추는 연준이 행동에 또 깜짝 놀랐다.


"..큼, 가서 옷 입어"


"여주 얼굴 터지기 전에 얼른 입어야겠다."


"놀려?!"


아니- 연준이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지 소리가 멀어졌다.
그제서야 마음 편하게 찌개를 끓이고 있는데 연준이가 방에서 한참을 안 나온다.


"최연준!"


뭐야 왜 대답이 없지..
걱정되는 마음에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방으로 조심조심 들어갔다. 혹시 쓰러졌나. 아니면 잠에 들었나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내 핸드폰을 보며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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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술 마셨어?"


"..어..그게 그러니까"


연준이의 무표정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된다. 어떡해..
나 존나 혼나겠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 뜯으며 뭐라 답할지 생각하자 그런 내 손을 잡으며 날 침대에 앉혔다.


"나 화 안 내 자기야"


"...미안"


"범규랑 태현이랑 마신거야?"


"응.."


알았어. 이제 나가서 밥 먹자
연준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데 안심할 수가 없었다.존나 화났을 것 같은데 어쩌지..


연준이에게 건내 받은 핸드폰에는 범규와의 연락창이 띄워져 있었다.




'님 속 괜찮?'

'자냐'

'으휴 김여주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마시래'



'시발 최범규 뒤진다'




물론 마지막에 보낸 문자는 내가 보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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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댓글 보는 재미로 산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ㅠㅠ 너무 행벅해요
근데 곧 있음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