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길들이다

외전 2 (부부가 된다면?)

W. 말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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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지금 잠이 와? 응?"

"왜 연준아.. 왜..나 졸려"

"지금 준형이 자잖아"

"그래서 뭐.."

"그래서 뭐냐니, 우리 둘째 만들ㅇ.."

짜악-!

"헛소리 말고 자"

28살, 햇수로 결혼 4년 차.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고.
또 결혼과 동시에 애가 들어섰다.
모든걸 속전속결로 이뤄낸 우리는 아직 젊고 어리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준형이를 키우는 어엿한 부모였다.

보통 부모가 되면 알아서 철이 든다고 하던데
우리 연준이는 어째 가면 갈수록 어려지는 것 같다.
좀만 더 지나면 준형이랑 수준 같아지는 거 아냐?..

"아악!.. 진짜 너무해 남편 등짝을 이렇게 막 다뤄도 되는거야?"

"남편이 맨날 헛소리 하는 걸 어쩌나.."

"쪽 쪽. 내 와이프는 맨날 맨날 예뻐서 어떡한담"

하여튼 능구렁이. 그래도 연준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날 예뻐해줬다. 크게 사고를 친 거라곤.. 나 애 낳던 날에
장모님이고 뭐고 우리 엄마 끌어안고 엉엉 울었던 거?

훗날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 내가 진통을 겪으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얼른 자.. 내일 출근 하잖아"

항상 고마운 사람이다. 그 생각을 하며 연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기분 좋게 웃던 연준이가 입을 뗐다.

"그래서 우리 둘 째는?"

짜악-!

아주 그냥 매를 벌어요;

***

"엄마!!! 산촌이 나 자꾸 놀려어!"

"엄마가 혼내줄게. 이리와서 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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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내가 언제 놀렸다고?"

"산촌이 막! 막! 나 작다구 해써!"

"야! 맞잖아 너 작은거"

그믄흐르 츠븜규.. 대충 이를 꽉 깨물며 말하니 그제서야 입을 꾹 다물며 밥을 먹었다. 한가로운 주말엔 태현이와 범규가 우리 집에 놀러오곤 했다.

물론 공짜로는 못 옴. 맛있는 음식 가져와야 함

마당에서는 연준이와 태현이가 고기를 굽고 있었다. 범규는 이제까지 준형이와 놀아주다가 밥 먹으라는 소리에 호다닥 식탁에 뛰어와 앉았다.

밖에 추운데 아직도 고기 굽나?..

"연준아! 태현아 이제 그만하고 얼른 들어와"

알았어 금방 갈게- 마당과 연결 되어있는 베란다를 열어 얘기를 하니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던 연준이가 대답을 해줬다.

5분 정도 지나자 딱 봐도 엄청 맛있어 보이는 고기를 들고 오는 태현이가 보였다. 오.. 비주얼 무엇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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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냐 삼촌 실력이"

"산촌 짱!!"

"아 씨, 준형이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나느은.. 엄마!"

풉, 역시 우리 아들. 엄마 귀여운 거 아들밖에 몰라주는 것 봐. 준형이의 대답에 신이 난 나는 고기를 잘게 썰어 준형이를 먹여주며 머리를 마구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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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형"

"웅?!"

"너 코 높은 거 누구 덕분이야"

"코오?"

"너 잘생긴 거 누구 덕분이야!"

준형이가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곧 해맑게 대답을 했다.

"엄마요!"

"너 이 자식!"

연준이가 준형이의 양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으며 아빠 삐쳤어! 시전 중이였다. 준형이는 뭣도 모르고 꺄르르 거리며 웃었지만 나도 준형이와 같이 꺄르르 웃고 싶었다.

"내가 아들을 참 잘 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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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중에 나 닮은 아들 갖고 싶다"

"와 너 닮으면 진짜.. 감당 못 할듯"

"그거 욕이냐 칭찬이냐?"

최범규와 똑 닮은 아들이라니.. 빌런이겠다. 꼬마 악당.
한참을 고기를 씹던 우리는 어느 정도 배가 차자 다들 숟가락을 내려놓고 수다를 떨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좀 있으면 준형이 생일이네?"

태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역시 껌딱지 삼촌 아니랄까봐 우리 준형이 생일까지 척 하니 기억 하는 것 보소

"준형아! 삼촌이 다 사줄게 뭐 갖고 싶어"

이번엔 범규였다. 뭐 갖고 싶냐는 말에 지갑을 꺼내 들은 범규를 제지했다. 이 새끼가 무슨 4살 짜리 애한테 지폐를
들이대는 거야-

"이쁜 여동생이 갖고 싶어!"

"..응?"

정-적.

잠시 5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눈치만 보던 우리는 대충 박수를 짝짝 쳐주며 준형이의 말에 대꾸를 해줬다.

"하하하! 알았어 준형아 삼촌이 네 엄마 아빠한테 잘 말해볼게!"

저 새끼가 지금 무슨... 사실 준형이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연준이랑 눈이 마주쳤었다. 물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준형이를 보면 동생이 있는 게 나을까 싶은 생각도 많이 했지만

당연히 생각만 했지 실천은 안 했었다!...

"준형이 여동생 말고는 갖고 싶은 선물 없어?"

"남동생!!"

쿨..럭. 여동생의 주제를 벗어나려 급하게 다른 질문을 했지만 이번에는 남동생이 갖고 싶다니.. 
풉-.굳은 내 표정을 보고 빵 터진 범규와 태현이를 살짝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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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았어. 아빠는 슈퍼맨이라 동생 50명도 만들어 줄 수 있어"

"야!.."

말릴 틈도 없이 개소리를 짓껄여버린 연준이에 준형이가 우와아! 아빠 슈퍼맨!! 이라며 엄청 좋아했다.

..그렇게 좋나. 나는 아직 우리 준형이도 벅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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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준형이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

"응? 준형이 동생? 글쎄.."

연준이가 씻고 나올 동안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지금 나만 빼고 둘 째를 원하는 건가!...

그래서 조심스레 물어봤지만 생각보다 미적지근 한 반응에 의아했다. 뭐야 아까는 50명도 만들어 준다면서요

"뭔 반응이 그래? 언제는 슈퍼맨이라니 뭐라니 하더니만"

"난 준형이가 외롭지 않게 평생 잘 키울 자신 있어!"

"아 장난 치지말고 진지하게 생각 해봐"

".. 그냥, 나는 여보 배 아픈 게 너무 싫어"

뭐? 내가 배가 아프다고? 그게 무슨..
아, 내가 진통 때문에 고생한 거 말하는 거구나.

"연준아 그래도-"

"너 죽는 줄 알았다고. 안 돼. 두 번 다시 못 봐 그런거"

"..."

연준이가 나를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씨 존나 귀엽네 최연준. 연준이를 떼어내 볼을 감싸 입을 쪽 쪽 여러번 맞췄다.

울상인 연준이를 보니 너무 너무

꼬시고 싶어지잖아 이거?

"준형이 동생은..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그럼"

"그래 알았어. 피곤하지, 이제 불 끌ㄲ.."

연준이가 말을 끝맺지 못 했다.
내가 연준이 위에 올라 탔기 때문이다.

"여주야, 둘 째는 아직이라며"

"아아 둘 째고 뭐고 나 지금 급해"

몇 년을 봐도 너무 사랑스러운 내 남편이 있어서
새삼 행복했다. 이젠 아들까지.. 나에겐 든든한 존재가 두 명이나 있었다. 이제는 어떤 일이 닥쳐와도 두렵지 않다.

최연준, 난 너를 내 거로 길들였다. 


________End.

지금까지 널 길들이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구독자도 응원도 댓글도 하나 둘 씩 늘어가는 걸 보면 되게 뿌듯해요

다음 작품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