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 길들이기

미친개 길들이기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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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길들이기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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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Pumpkin?"





개나리 같은 색깔의 노란 머리를 한 남자. 영어 이름은 반스, 김태형. 첫만남부터 펌킨, 매운맛 나여주를 호박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람들한테는 호박이라는 말은 엄청나게 못생겼다고 모욕하는 것이기에 기피하는 말 1호인데, 쌍 마이웨이 김태형이 그걸 알 리가 없지. 얼굴은 잘생겼으면서 첫 만남에 호박이라니, 속에서 열불이 끓어오르는 나여주지만, 엄마가 친구 아들 잘 모시라는 신신당부에 화를 삭인다.





"혹시 한국말 할 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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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re you saying? No way... You don't speak English?"

(뭐라는 거야. 설마... 영어 할 줄 몰라?)





샬라샬라 영어로 뭐라 하긴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돈 스픽 잉글리시? 영어 할 줄 모르냐는 뜻인가? 다방한 면에서 매운맛인 나여주, 하지만 한가지 순하디 순한맛인 면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영어였다. 모든 걸 잘해도 영어는 제로 그 자체였지.





"어... 음... 아임 베리베리 리틀 스픽 잉글리시, 쏘리쏘리"





대충 나 영어 조금 아주 조금 한다는 걸 때려 말하면서 (🤏) 손가락으로 시늉을 한다. 그걸 본 태형은 어이가 없어서 개그라도 본 듯이 호탕하게 웃는다. 안 그래도 영어 못해서 속상해 죽겠는데, 배꼽 빠지듯이 웃어대니 기분이 퍽 상했다. 표정이 안 좋아진 나여주를 발견한 김태형은 웃음을 멈추고 여주의 가느다란 손목을 가볍게 잡은 뒤 이끌었다. 뭔 여자아이가 손목이 이렇게 가는 건지, 자신이 살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여자가 아무리 말랐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놀랐다.





"저기요?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Home. 집 가야지"

"뭐야... 한국말 할 줄 알았으면서 왜 영어로 했어요...!"





아직까지 정확한 나이를 몰라서 짜증 나도 따박따박 존댓말을 쓴다. 얼핏 봐서는 자신보다 몇 살은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팍 오지. 개나리 같은 저 머리부터 시작해서 재수 없는 저 표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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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조금 알아"

"Even if I was born and grew up in the USA, I'm Korean, so I shouldn't be bad at Korean. Isn't it?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해도 한국인인데, 한국말을 못 하면 안 되잖아. 안 그래?)





또또 뭐 유에스에이 배드 코리아 뭐라고 하는데, 뭐라는 건지. 1도 못 알아들은 나여주는 눈동자만 때구루루 굴리다가 기가 차서 김태형에게 따지듯이 말하지.





"한국말 안다면서 왜 자꾸 영어 모르는 사람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거예요. 아까 말했던 거 알아듣게 한국어로 말해봐요"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한국 사람인데, 한국말 못하면 안 되지. 안 그래?"

"뭐 하긴 그렇긴 하네요. 이렇게 서로 아는 언어로 말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아요"

"그래도 너 영어 가르치라고 해서 continuously 영어는 쓸 건대?"





앞으로 영어에 시달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 나여주는 두 손을 모우고 간절하게 기도하기 시작한다. 제발 울렁증을 유발하는 악의 영어에서 자신을 해방하게 해달라고.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자. I'm starving."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자. 배고파 뒤질 것 같아)





지옥으로 끌려가듯이 공항에서 끌려 나간 나여주는 놓칠 뻔한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는 이미 택시 안이었고, 개나리 같은 놈... 아니 개나리 머리색의 반스가 또 영어로 뭐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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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Hold on. You have to tell me where your home address is."

(야, 정신 차려. 집 주소가 어딘지 밀해야 될 거 아니야.)

"뭐라고? 홈 어드레스? 집 주소?"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기사님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완전 또라이 미친놈 때문에 이게 다 뭔일인지. 앞으로의 내 인생이 파란만장해질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다.







'Pumpkin' 뜻

1. 호박

2. Honey, sweetheart 같은 애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