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개 길들이기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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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사람을 이렇게 부르는 건 네가 처음이야."
"또 뭐라는 거야... 돌아버리겠네."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
말해주면 뭐 해줄 건데, 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 건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면서 손깍지를 끼어오는 노빠꾸 태형에 여주는 칠색팔색하면서 떨어졌다. 일 미터 정도 거리를 둔 여주는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너, 나한테 한 번만 더 가까이 오면 덴저야."
덴저, Danger. 나여주가 얼마 모르는 영어 중에 그나마 제일 잘 아는 단어였다.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그 반대인 것 같은데)
나여주가 존내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짓자, 태형은 침대에 앉고서 여주를 향해 올려보았다. 그대로 눈을 마주치고서는,

"네가 나한테 다가오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
"내가 썩 건전한 놈은 아니거든."
"미친놈..."
김태형은 미국 물에 단단히 물들어진 미친놈이 확실했다. 태형이 한국의 온 사정은 모르지만, 여주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얘 한국으로 쫓겨난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맞아, 미친놈."
그러니까, 너무 가까이하지 않는 게 너한테 좋을 거야.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말을 남기고 방문을 닫아버린 태형에 여주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먼저 불쑥불쑥 다가온 게 누군데. 누군 자기랑 가까워지고 싶은가. 하 참나!"
일부러 태형이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말하고는 쿵쿵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나여주는 몰랐지, 자신의 한 말을 듣고 방 안에서 소리없이 웃다가 사연 가득한 사람처럼 울적한 얼굴로 앉아있던 김태형을.
"Yeah, I know. So, don't get involved with a bully like me." (그래, 나도 알아. 그러니까, 나같이 양아치 같은 놈이랑은 엮이지 마.)
.......
금 같은 주말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공항 가랴, 처음 보는 남자애한테 호박 소리 들으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영어들까지 피곤이 안 쌓일 수가 없는 나여주는 배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이끌리듯이 주방으로 향했다.
"아, 맞다... 엄마가 개나리한테 밥 챙겨주라 했는데. 아.., 십팔... 또 올라가야 해?"
개나리 = 금발의 김태형, 십팔 (18) = ×발. 우리의 나여주가 욕을 하고 싶을 때 대신해서 쓰는 단어였다. 여주의 부모님은 예절을 아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분들이라 욕을 사용하는 건 어떠한 일이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으신다. 합리적으로 십팔은 숫자여서 욕이 아니니, 요리조리 넘어갈 수 있는 거였지.
"음... 개나리, 나를 말하는 건가?"
"엄마, 십팔! 깜짝이야...!!"
한국인들이 놀라면 국룰으로 부르게 되는 엄마. 깜짝 놀라 식탁 위로 펄쩍 올라타 버린 나여주는 놀란 새가슴을 진정시켰다.

"Why are you so surprised. Like you cursed at me." (뭘 그렇게 놀라. 내 욕 한 것처럼.)
아아악. 또 영어...!!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
"......."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눈빛
"하... 뭘 그렇게 놀라냐고, 내 욕 한 사람처럼."
"욕하기는 누가 욕을 했다 그래,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란 것뿐이지."
그렇다. 외동딸인 우리의 나여주는 부모님이 일을 하러 나가시면 항상 큰 단독주택에 혼자 남았으니, 갑자기 생긴 동거인(?)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개나리... 그거 꽃 아니야?"
"네 영어 이름이... 반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영어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좀 그렇고... 한국 이름도 모르니까, 네 머리색이 노란색이고 해서..."
"아, 내 한국 이름을 아직 모르는구나?"
"어. 너 한국 이름은 뭐야?"
"영어로 물으면 말해드릴게요."
(영어로 물어보면 말해줄게.)
부글부글, 자꾸 중간중간에 영어를 쓰는 태형에 속이 끓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져야 할 수밖에 없으니, 최대한 알아들으려고 노력한다.
"어... 그니까, 텔 유.. 말해줄게. 아스크 미 잉글리시. 영어로 나한테 물어보면? 영어로 나한테 물어보면 말해준다고?"
식탁 위에서 자신이 한 말을 한국어로 풀어가는 여주의 모습이 태형에게는 마치 한 마리의 병아리 같았다.
"그렇죠."
(그래, 맞아.)
"흠... 왓 알유 네임? 텔미 플리즈."

피식-] "제 이름은 김태형입니다. 기억하세요."
(내 이름은 김태형이야. 잊지 말고 기억해.)
"김태형. 유얼... 네임 이즈 쏘 뷰티풀."
You're name is so beautiful. 훅 치고 들어온 그 한마디가 굳어있었던 김태형의 마음에 금이 가게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