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개 길들이기_5
© 2023 방탄내사랑 All right reserved"내일부터 태형이도 네가 다니는 학교에 다니게 될 거야."
챙그랑-] ((여주의 손에서 숟가락이 식탁으로 떨어지는 소리
아니, 아침밥을 먹는 도중 이게 무슨 날벼락이랍니까?
"그리고 태형이는 한국말 잘 모르니까, 네가 잘 도와주고. 넌 태형이한테서 영어 잘 배워."
"에? 얘 한국어 잘 하던데?"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너 이번에 영어 잘 못 배우면 태형이가 돌아갈 때 같이 미국으로 보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히익, 이러다가 나 미국으로 보내지는 거 아님...?
맡은 편에 앉아서 식사를 하시는 아버지에게 나여주는 간절한 눈빛 발사를 했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항상 여주의 편인 아버지셨지만, 이번만큼은 어림도 없는 듯 싶다. 아무도 자신의 편이 되주지 않아 괜히 심술이 난 여주는 태형으로 쏘아보았지만, 태형은 빙그레 웃어보일 뿐 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선택권이 없는 우리의 나여주는 영혼이 없는 미소를 보이면서 속으로 수천번을 외췄다.
재수 없는 놈.
.......
드디어 오지 않기 바랬던 (나여주만) 대망의 월요일, 태형이 여주의 학교에 첫 등교날이 오고...
혹시 모를 파장에 대비해 등교 전, 특급비밀을 전하러 온 비밀요원 같은 자세를 취한 여주는 태형에게 조심스럽게 쪽지를 건냈다.
그 쪽지의 내용은, 학교에서 태형 또한 자신이 지켜줬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첫째, 학교에 있는 그 누구든 우리가 동거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약에 소문이 퍼지게 되면 둘 다 번거럽고 귀찮은 상황에 놓이게 됨.)
둘째, 우리의 사이를 물어본다면 무조건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답하기. (이건 거짓말도 아니니, 딱히 숨길 일도 없음.)
셋째, 학교에서는 되도록이면 나에게 영어를 쓰지 않을 것. (영어를 초등학생보다 못해서 또래한테 배운다는 말 듣기 싫음.)

"첫 번째랑 두 번째는 알겠는데, 세 번째는 안 되겠는데?"
"아니, 도대체 왜?"
"그게 우리 엄마와 너의 엄마가 너한테 영어를 잘 가르쳐 달라고 했기 때문이야?"
(그거야 우리 엄마와 너희 어머니가 너한테 영어를 잘 가르쳐 주라고 했으니까?)
"오우, 맨. 아이 디든트 언더스텐드."
도대체 어느 부분이 웃음 버튼이었는지, (나여주만 모름) 집이 떠내려갈 듯 호탕하게 웃어된 김태형은 살짝 삐져나온 내 애교머리를 손가락으로 말고서는 그동안 (3일 동안)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웃음을 얼굴 가득 피우고서는 말했다.
"Promise가 무슨 뜻인지, 알지?"
"프러미스, 프러미스... 아...! 약속."
"세 번째가 안 되는 이유는 그거야. 약속."
"아... 엄마랑 한 약속 때문에?"
"뭐 그것도 있고..."
"근데 네가 나한테 영어 가르친다고 너한테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약속은 지키려고 하는 거니깐."
샛노란 머리에 양아치들이랑만 어울려 유고보이랑은 한국과 미국의 거리처럼 먼 줄 알았던 김태형에게서 의외의 답을 듣게 되었다.
처음으로 김태형이 꽤 괜찮은 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_
"내가 다른 사람을 이렇게 부르는 건 네가 처음이야"
펌킨이라고 부르겠다는 후, 원어민처럼 영어를 해버리는 태형에 여주는 방 안 침대에 누워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거지..."
어차피 뭐라고 했는지 알지도 못할 거, 한국인들의 정보 사이트 녹색창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치기 시작했다.
Pumpkin이라고 부르는 이유
검색. 유치찬란 요란한 미국인들의 애칭사랑! 이라는 문장이 제일 위에 떴다. 그 사이트로 들어가서 쭉 읽어나가던 나여주는 어느 문장에 멈추었다.
"펌프킨 파이, 펌프킨 푸딩으로 먹는 등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채소라 그런지 귀여운 여자 아이 혹은 예 쁜 여성에게도 pumpkin이라는 애칭을 많이 붙인 답니다...?"
그러니까, 미국인들한테는 펌킨이 못생겼다고 욕하는 게 아니라 애칭이라는 거지...?
그렇게 펌킨의 의미를 알게 된 나여주는 앞으로 김태형이 자신을 펌킨으로 부를 때마다 토마토가 되어버리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