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동생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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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윤정한을 최대한 안 마주치려 애썼다.

 

괜히 또 말 걸까 봐, 장난처럼 또 뭐라 던질까 봐.

그런데 그런 내가 제일 웃긴 건, 정작 그 애가 조용히 지나가면 그게 또 섭섭하다는 거였다.

 

 

“야, 반장. 자리 좀 바꿔줘라~ 뒤에 애들이랑 너무 붙어 있어서 불편해 죽겠다.”

 

 

“엉... 어... 그래.”

 

 

자리표를 다시 짜야 하나 고민하며 교탁에 앉았는데,

슬쩍 내 앞에 와서 종이를 들여다보던 윤정한이 중얼거렸다.

 

 

“나 창가 쪽 싫어.”

 

 

“…왜?”

 

 

“자꾸 딴 생각 나.”

 

 

나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못 했다.

그냥 그 말이, 이상하게 나한테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결국 나는 윤정한 자리를 내 옆, 복도 쪽 세 번째 줄로 옮겼다.

창가에서 멀어졌으니 딴 생각 안 하겠지— 라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야.”

 

 

“왜.”

 

 

“너 지금도 딴 생각하고 있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까 수업 시간 내내, 볼펜 뚜껑 열고 닫기만 열세 번 했거든.”

 

 

내가 민망해서 얼굴을 붉히자, 윤정한은 느릿하게 웃었다.

 

 

“너 옆에 앉으면, 수업이 너무 빨리 끝나.”

 

 

“…….”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좋은 건데,

근데 또… 아쉽단 말이지.”

 

 

그 애는 항상 말을 그렇게 한다.

그냥 장난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모르겠는 말을.

근데 그런 말 하나하나가 너무 자주 떠오른다.

책상 위에 적힌 시간보다, 윤정한 말투가 더 신경 쓰인다.

 

 

*

그리고 그날,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야, 너랑 정한이랑 무슨 사이야?”

 

 

“엥? 아니야, 진짜 아무 사이도.”

 

 

“근데 왜 걔가 네 가방 들고 교무실 갔어?”

 

 

“…그건—”

 

 

“어머, 진짜야? 진짜 뭐 있는 거야?”

 

 

이건 또 무슨 전개야.

정한은 그냥, 내가 가방 들 힘이 없어 보였다고 했을 뿐인데.

 

그리고 그 말투가 또—

 

 

“네가 들기엔 무거워 보여서.”

 

 

“왜, 내가 무슨 약골 같아 보여?”

 

 

“아니, 그냥. 그러고 싶었어.”

 

 

그 말.

‘그러고 싶었어’

 

딱 다섯 글자.

자꾸 떠오른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복도로 먼저 나왔다.

복도 너머 창가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윤정한이었다.

 

 

“너 말이야.”

 

 

“왜 또.”

 

 

“비밀 지킨 거, 잘했어.”

 

 

“…당연하지.”

 

 

“그럼 보상.”

 

 

“보상?”

 

 

“응.”

 

 

“뭔데?”

 

 

“이따가, 운동장. 5분만 나와.”

 

 

“…갑자기 왜?”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 말, 또.

이번엔 심장이 반응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