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나는 그 남자

20. 좋아서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





-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요.. 난.. 입 맞추는 거 좋은데..
- …!
- 그, 그게 아니라…




 승아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둘러대려 했으나 윤기는 제 손바닥을 쿡쿡 찌르고 만지작거리던 승아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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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아닌데요? …또 아니라고 할 거예요? 하… 승아 씨 진짜...
- 미, 미안해요...
- 미안해하지 마요, 화난 거 아니야.
- 그치만…
- …내가 문제예요. 데이트하는 내내 나도 모르게 승아 씨한테 스킨십할까 봐, 또 놀라게 만들고 도망치고 싶어지게 만들까 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아요? 근데 정작 승아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얼굴로 웃으면서 끌어안기나 하고.. 




 승아는 진심으로 곤란해하는 윤기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용기내고 조금만 솔직해지면 이렇게 사람 애타게 만들 일도 없었을 텐데. 배려해준다고 편한대로 응석이나 부리고 사람을 괴롭혔다. 승아는 솔직해지기 위해 노력하자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사실 승아도 윤기가 너무 좋아서 그만 손을 잡고 저도 모르게 폭 안았었으니 더 감추기에도 무리였다.




- 미안해요.
- 미안해하지 말라니까..
- 그게.. 곧 더 잔인해질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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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게 무슨…




 승아는 눈을 질끈 감고 윤기의 멱살을 감아쥐어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윤기는 당황스러워 제대로 된 사고흐름을 거칠 수 없는 와중에도 거창한 액션에 비해 소심하기 짝이 없는 승아의 반응을 맞닿은 입술 너머로 느낄 수 있었다. 승아는 심장이 꼭 제 귀에서 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떨려서 미칠 것 같은데 정작 윤기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는 게 느껴져 울컥했다. 이런 바보같은 입맞춤은 별 거 아니겠지, 떨리지도 않겠지, 나만 떠는 거겠지 싶어서. 윤기는 웃음을 거두며 승아의 어깨를 잡고 그녀에게서 멀어진 채 말했다.




-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프긴 하지만, 일부러 이러지 않아도 돼요, 승아 씨. ...그런 거면 내가 안 원해. 내가 너무 앞서가서 승아 씨 곤란하게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 누가 그래요! 억지로 하는 거 아니고 내가 원해서, 민윤기 씨가 너무 좋아서 끌어당긴 거거든요...?!! 나는…! 난 오늘 키스한다고 해서 계속 기다렸는데….!!




 쿨럭. 윤기는 사레가 들릴 뻔 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주눅든 윤기에게 빠르게 말을 쏟아내던 승아는 또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시선을 피하는 윤기의 귀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제 얼굴이 벌게진 건 생각도 않고 그저 그런 윤기를 귀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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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기다렸.. 다고요.
- 그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웃지 말아요. 나도 내가 바보같은 거, 알지만… 나 엄청 떨리는데 용기내고 있는 거란 말이예요….
- …좋아서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 자꾸 귀여운 짓만 하잖아요.
- …! 그, 그래서 웃었..
- …내가, 당신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어떡할래요. 주체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키스해버리면 안 되잖아. 놀랄 거잖아요. …근데 승아 씨가 이러니까 나도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최대한 정신차려볼게요. 중간에 멈추고 싶으면 내 어깨든 뺨이든 때려요, 내 혀를 깨물던가.
- 그, 그건 좀…
- …멈추게 될 걸요. 잘 참을 자신 없거든.




 승아는 속으로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항상 윤기의 여유롭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만 보다 저 때문에 한없이 초조해진 모습을 보게 되니 느낌이 퍽 이상했다. 사실은 그래, 기분이 좋았다. 짓궂고 나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승아는 기분이 좋았다. 평생에 이런 설레임과 이런 감정들은 처음이었다. 승아는 조용히 윤기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녀다운 허락의 표시였다. 승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윤기는 소리없이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가 두 볼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없이 승아를 빤히 보다 눈을 꼭 감고 제 옷자락을 꾹 쥐고 있는 승아의 모습에 어김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포근히 내려앉았다. 부드러운 손길과 다정한 입맞춤에 어느새 긴장이 풀린 승아는 꾹 쥐고 있던 윤기의 옷자락을 놓고 자연스레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




 미치겠네….. 승아는 벌개진 얼굴로 아까의 상황을 곱씹었다. 처음이라 부끄러워 하는 서툰 저를 달래며 부드럽게 리드하던 윤기가 자꾸 아른거렸다. 안광이 죽어있는 눈으로 아쉬움 가득히 떨어지던 그도, 거의 녹아내리려 하는 자신에게 짧게 입을 맞추고 웃으며 이마를 짚는 모습도 승아는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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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뜨거워졌네요. 핫팩같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지..?? 너무 사랑스럽잖아…. 승아는 너무 좋아서 울고 싶어졌다. 승아가 민망함에 웃어보이자 말없이 확 끌어안고 잘 들어가라며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윤기의 뒷모습에서 어쩐지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



키스가 서투른(당연하다 처음이니까) 승아와
절제하려 노력하지만 좋아죽겠는 윤기 때문에
둘은 결국 한 두번 쉬어가며 키스를 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