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나는 그 남자

21. …윤기 씨, 혹시 질투..





 큰일났다. 출근을 해야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져… 승아는 평소와는 또다른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완전히 새로 경험해보는, 다시 생각만해도 내장이 다 간질간질한. 티 안 내고 윤기를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는데 윤기가 보고싶어서 당장 사무실로 순간이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순의 끝판왕이 따로 없었다.




- 정신차려, 남승아….!! 그만…! 입술 좀 그만 생각하라고…!!




 승아는 한참을 머리를 쥐어뜯다시피 하다 헐레벌떡 챙겨 사무실로 향했다. 물론 태연한 척 윤기와 메신저로 아침 인사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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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태연한 척 한다고 마음먹은 대로 태연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기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부들거리며 입술을 꾹 깨물고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참았다. 윤기는 지난 밤 자신에게 놀랐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아침인사를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모든 걸 까맣게 잊은 채 그저 이 무해한 사랑스러움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었다. 이미 그러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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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미치겠네, 좋아서…




-




- 큰일났네… 다 티나는데.
- ? 네, 대리님?
- 아, 내가 소리내서 말했나요..? 하하…
- 네. 뭐가 큰일이예요? 뭐가 다 티나는데요..??
- 하하… 말해줄까요, 말까요?




 김대리는 해탈한 듯한 얼굴로 윤기의 견제를 가볍게 무시(?)하며 서툴기 짝이 없는 사내커플을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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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임님?
- 네, 윤기 씨…??
- 이거 말이예요, 저번에 했던 방식보다 이렇게 바꾸는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혹시 봐주실 수 있나요.
- 와, 우리 윤기 씨 열정이 넘치네요~!
-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죄송한데 지금 당장 좀 피드백 부탁드릴게요, 주임님.
- 앗, 아..! 네….!




 김대리는 자기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느라 고역이었다. 그가 굳이 자신의 연애 여부를 밝히지 않은 건 편안한 사회생활을 위한 진부할 정도로 당연한 선택이었으나 이런 상황이 되니 의도치 않게.. 매우 재밌는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질투와 견제라니. 스스로도 자신이 너무 짓궂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지루하고도 힘겨운 회사생활에서 이런 활력소는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했다.




- …윤기 씨, 혹시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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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임님. 피드백 해주셔야죠.
- 아, 네, 네네…
- …어때요, 보고서.
- 음, 이 부분은 이렇게 바꾸기보단 원래대로 하는 게 해석하기 편할 수 있어요. 형식이란 게…




 승아는 피드백을 하다 말고 멈췄다. 은근하고도 뜨거운 시선때문에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대놓고 웃고 있는 것도 아닌데 승아는 마치 윤기의 눈빛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충만해 마치 달콤한 마시멜로우 안에 갇힌 것만 같았다. 승아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대충 말을 둘러대다 결국 다시 포스트잇을 꺼내들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어떡해요…!!!




  윤기는 뻔뻔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대며 포스트잇에 짧게 글자를 휘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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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뭘요.